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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동력 소실 우려에 힘빠지는 주가···당국, 자율과 패널티 사이 고민
밸류업 동력 소실 우려에 힘빠지는 주가···당국, 자율과 패널티 사이 고민
  • 주선영 기자
  • 승인 2024.04.16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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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여당 패배에 세제혜택 등 법 개정 불발 우려↑
금감원·거래소·금투협 등 잇단 ‘밸류업 알리기’ 행사
기업들 “우수 지배구조 기준이 뭐냐” 불만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이 기업 밸류업 정책에 온 힘을 다하고 있지만 정책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저PBR주들이 그동안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는 등 주가가 힘없이 빠지고 있다.

총선 결과 여당의 패배로 결론이 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정책이 제동에 걸릴 것이란 우려감이 반영된 탓이다. 여기에 기업들 역시 정부가 제시하는 우수 지배구조에 대한 명확한 기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기업들이 정책을 성실히 따라줄지 여부도 의문이다.

밸류업 정책 알리기 위한 당국의 분주한 움직임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밸류업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이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거나 당부 사항을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0차 금융산업위원회에 참석해 ‘자본시장 大전환과 우리 기업·자본시장의 도약을 위한 발걸음’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0차 금융산업위원회에 참석해 ‘자본시장 大전환과 우리 기업·자본시장의 도약을 위한 발걸음’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금융감독원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연에서 기업 밸류업 정책은 일관되게, 꾸준히, 지속적으로 추진해야만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단순히 일회성 쟁점으로 띄우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복현 원장은 오는 18일에도 행동주의 펀드들과 만나 기업 밸류업에서 이들의 역할론을 강조할 계획이다.

밸류업은 상장사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가치 제고를 이끌어내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이익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동주의 캠페인과 큰 틀에서 유사한 부분이 있다.

이는 여당의 총선 패배 이후 밸류업의 추진 동력이 크게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밸류업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는 법인세 완화, 배당소득세 완화 등 세제 인센티브라는 당근을 제공할 계획이지만 사실상 이 모든 것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 개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증시부양책 방향

자료: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거래소, KB증권
자료: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거래소, KB증권

또한, 지난 226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기 직전까지 주요 정부부처에서 발표했던 증시부양책 4개 중 행정부에서 추진하는 내용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고 나머지 3개인 세제 개편’, ‘상법 개정’, ‘기타 조치는 모두 입법부의 동의가 필요한 내용들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입법부의 지원을 받기는 제한된 상황이 됐지만 행정부가 하는 일을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니다라며 이달 중순부터 금감원장의 강연, 행동주의 펀드와의 만남, 한국거래소 행사 등 여러 이벤트들이 대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해에도 행동주의 펀드를 포함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해 기업의 건전한 지배구조 형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우선하는 시장문화 조성을 위해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하다책임 있는 의결권을 행사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금감원에 이어 한국거래소 역시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총선 이후에만 정은보 이사장 주재로 두 차례 회의 또는 간담회를 개최해 밸류업 정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어필했다.

거래소는 지난 11일 제3차 기업 밸류업 자문단 회의를 개최했으며, 전날인 15일에는 외국계 증권사를 만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지난달 밸류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금융투자협회도 다음달 28일 밸류업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향후 추진일정 및 최근 주요 강연/간담회 내용

자료: 한국경제인연합회, 한국거래소, KB증권
자료: 한국경제인연합회, 한국거래소, KB증권

당국의 의지와 달리 시장은 밸류업 정책에 회의적 시각 팽배

이처럼 밸류업 정책 알리기에 열심인 당국의 의지와 달리 시장에서는 밸류업 정책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그동안 정책 기대감에 반응했던 저PBR주들도 총선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토해낸 상황이다.

대표적인 저PBR주로 꼽히는 지주사 삼성물산은 밸류업 정책 발표 이후 11만원대에서 17만원까지 급등했으나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총선 다음날 장중 마이너스 7%까지 흔들렸다. 현재 주가는 14만원대를 간신히 버티고 있다. 또 다른 지주사 LG도 총선 직후 장중 4% 넘게 빠졌으며 은행주들의 주가도 대부분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들의 불만도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이복현 원장이 대한상공회의소의 초청 받고 대기업 대상 강연을 했던 당일 한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는 밸류업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의 좌담회를 개최했다.

한경협의 기업 밸류업 전문가 좌담회에서는 우수 지배구조 기준이 과연 측정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 기업 지배구조를 비롯한 비재무적 요소가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기업 가치를 높인다는 주장은 실정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다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처럼 밸류업 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의구심이 높아지자 정부는 강력한 인센티브와 패널티 사이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부는 패널티 없는 자율적 참여를 못박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법인세 감면,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등 인센티브 마련을 위해 총력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법 개정에 난항을 겪거나 추진력이 약해졌다는 판단이 들 경우 패널티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일본의 밸류업과 다른 장점으로 자율적 참여기조를 유지할 방침이지만 시장에서는 패널티 없는 밸류업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널티를 부과할 경우 기업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돼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장의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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