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장 초반 금융주가 일제히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도 상당 부분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투심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시분 현재 KB금융은 전 거래일보다 2.03% 하락한 67,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신한지주(-1.61%), 하나금융지주(-0.34%), 메리츠금융지주(-1.60%) 등 다른 금융지주들도 일제히 하락 중이다. 이 외 삼성생명(-4.58%), 삼성화재(-3.59%), SK(-2.34%) 등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로 주가가 올랐던 종목들이 대부분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이는 밸류업 기대감으로 유입됐던 자금이 총선 결과에 따라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자사주 소각시 이를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줄이는 등의 세제혜택을 예고해왔으나 여당의 총선 참패로 법 개정 등에 난관이 예상되면서 기대감이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언급돼온 자사주 소각 또는 주주배당 증가분에 대한 세제감면 등 세제혜택이 ‘부자감세 반대’를 내세운 야권의 반대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당초 발표보다 빠르게 진행되던 가이드라인 제정 등 실행 속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총선 후 입법을 전제로 추진하던 정책에 대해서는 수정·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향후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야권을 설득할 수 있는 교집합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밸류업 정책의 모멘텀 상실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밸류에이션이 받쳐주는 자동차, 배당 수익률이 높은 은행주는 기댈 구석은 있어 조정 폭은 제한적이겠으나 유틸리티, 지주, 보험 등 밸류업 기대감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 업종은 조정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큰 틀은 유지될 것인 만큼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정부정책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승하겠지만, 한국 주식시장의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양당 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 상당 부분 있다”며 “이미 정책 모멘텀 약화 가능성이 선반영된 현 주가에서 추가로 변동성이 나타난다면 오히려 매수 기회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