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1분기 실적 부진, 종목별 접근해야” 조언
올 1분기 국내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이차전지 관련주에 2조원 넘게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는 전방산업인 전기차(EV)의 수요 부진으로 실적 우려와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별 종목 위주의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투자한 종목은 네이버로 1조5,128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어 삼성SDI(6,787억), 엔켐(4,293억), JYP엔터(3,829억), LG화학(3,492억), 포스코홀딩스(3,452억), SK이노베이션(3,410억) 등의 순으로 대다수의 종목들이 이차전지 관련주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월2일~3월29일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하지만 이차전지 업종은 지난해 말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인데 이어 올해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핵심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면서 실적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그보다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실적에 대한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이차전지 종목으로 구성된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최근 3개월(1월2일~3월29일) 동안 6.7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3.44%, 4.49%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하락세다.
다만 개인들의 매수세가 가장 집중됐던 삼성SDI의 수익률은 나름 선방했다. 올 1월초 40만원대에서 움직이던 삼성SDI 주가는 1월말 342,000원 저점을 찍은 후 3월엔 49만원대까지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삼성SDI가 ‘인배터리 2024’를 통해 차세대 46파이(지름 46mm) 개발 및 양산 계획을 밝히자 개인들의 투자심리에 불을 붙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개인이 두번째로 가장 많이 사들인 엔켐은 주가가 8만원대에서 20만원대까지 급등하는 등 다른 이차전지주들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나타냈다. 엔켐은 전해액 국내 1위기업으로 성장 기대감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며, 석 달 새 주가가 3배 가량 폭등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247억원, 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 80.1% 급락해 부진한 이차전지 업황을 피해가진 못했다.
이들 두 종목들을 제외한 다른 이차전지 관련주들은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40만원대에서 횡보하고 있으며, 포스코홀딩스 역시 지난 1월초 40만원 후반에서 하락해 현재 40만원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경우 11만원대에서 거래되며 3개월 전보다 15% 가량 빠졌다.
증권업계는 이차전지 전망에 대해 불확실성 지속과 모멘텀 부재로 개별 종목 위주의 접근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올 1분기 실적은 주요 원재료의 가격 반등에도 큰 폭의 수요 감소로 인해 부진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업종 주가의 추가 상승세를 기대하기보다는 트레이딩 관점에서 비중 축소를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여전히 국내 배터리 셀, 소재 업체들의 주력 고객사들이 위치한 북미, 유럽 전기차 수요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감소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차전지 섹터는 올해 1분기에도 셀, 양극재 등 대부분 외형 감소 및 어닝쇼크가 예상된다”며 “최근 주요 원재료 가격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수요 감소로 대부분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 이차전지 주요 이벤트는 ‘유럽 인터배터리 2024’와 ‘유럽인터배터리’로 국내에서 주최하는 만큼 전고체 및 46시리즈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반기까지는 전고체 관련주의 긍정적 주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개별 종목 위주의 접근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