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 아세안·북미시장 접점 확대해야”
국내 화장품 대형주들이 높았던 중국수출 의존도에 힘입어 승승장구해왔던 만큼 중국리스크에 따른 내리막길도 끝이 없는 듯하다. 이에 증권가는 중국시장 외 아세안이나 북미시장으로의 접점을 확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조언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16분 현재 LG생활건강은 전 거래일 대비 0.44% 하락한 45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연초 720,000원 대비 37.22% 빠진 금액으로, 지난 7일에는 장중 427,000원까지 추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화장품 대장주로 꼽히는 LG생활건강은 2017년 10월 처음으로 100만원대 황제주로 올라선 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10만원대를 유지했다. 이후 주가는 연말까지 72만원으로 하락한 데 이어 이달 들어 45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LG생활건강 주가가 50만원을 밑돈 것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시가총액도 올해 1월2일(11조2,450억원)에서 현재 7조516억원으로 4조원 이상 증발했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도 올 초 135,000원에서 현재 103,400원으로 23.41% 떨어졌다. 시총도 2015년 상반기 말 기준 24조4,000억원이었으나 현재 6조715억원으로 4분의 1 가량 쪼그라들었다.
중국시장에서 화장품사업 실적이 꺾이면서 화장품주가 좀체 반등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6일 발표한 ‘2022년 국내 화장품 생산·수입·수출 실적 분석결과’에 따르면, 중국수출은 2021년 대비 36억달러(-26%) 감소했다.
부진한 중국의 리오프닝(경기재개) 효과로 화장품 수요 회복에 속도가 나지 않는 가운데 중국인의 자국산 선호 현상마저 강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한령(한류금지) 등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는 등 중국 외 지역에서도 뚜렷한 성장 모멘텀이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부진한 실적은 2분기에도 이어졌을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LG생활건강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지난해 동기 보다 각각 5%, 15% 줄어든 1조7,796억원, 1,836억원으로 전망했다. 화장품 실적개선이 더딘 가운데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후’ 브랜드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판단이다. 중국 내 이커머스 매출 비중이 40% 후반으로 올라와 채널 믹스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후’ 브랜드의 이커머스 순위가 과거 3년 전에 비하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과 음료 매출은 각각 2%, 8% 성장한 것으로 보이나 화장품 매출이 1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며 “이는 면세 부진과 중국 로컬 실적 성장 부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5% 증가한 9,882억원, 영업이익은 503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는 기존 추정치를 하회한 수준이다. 글로벌 리오프닝 효과에 힘입어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영업이익이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올라오지 못하는 이유로는 ▲설화수 리브랜딩 관련 마케팅비용 급증 ▲중국 티몰 리뉴얼 이전 설화수 재고 처리건 ▲미국법인 성과급 발생에 따른 비용 반영 때문이다. 이중 재고 관련 비용은 3분기까지 소폭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외에도 면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감소한 981억원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중국 외 해외 지역 매출 추이
다만 기존 악재가 선반영된 두 종목 주가가 반등 모멘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국화장품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비중국으로의 접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이 북미 등 해외 자회사들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후’ 브랜드의 변화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현재 이니스프리의 중국 이커머스 매출비중은 80%대로 성장 중이다. 북미와 아세안에서는 라네즈와 이니스프리가 아마존이나 H&B매장 중심으로 고객 접점 확대하며 마진 기여도 꾸준히 높이고 있다”며 “2023~24년 중국 vs. 중국 외 지역 매출비중이 유사해지는 점이 중장기 매수 포인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