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하락 추정치 대비 주가 급락 폭 과도
NEOM 프로젝트·원전 건설은 중장기 모멘텀
그동안 코스피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보여 왔던 건설업종의 주가가 최근 심한 조정을 받고 있다.
2021년 12월~2022년 6월30일 코스피 대비 대형 건설업체 수익률
달러상승에 따른 건축자재부품 수입 부담확대에 글로벌 원자재가격 급등까지 겹친 데다 해외손실 발생, 레미콘가격 상승 등 다양한 실적 훼손 우려감이 반영된 영향이다.
그 중에서도 레미콘가격 상승 우려감 확대가 최근 건설주들의 낙폭을 이끈 주요인이 되고 있다. 레미콘 제조사와 레미콘 운송노조와의 운송비 인상 협상이 타결되면서 이에 따른 레미콘 가격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협상내용을 살펴보면, 향후 2년간 임금 24.5% 인상, 폐수처리 운반비의 50%를 레미콘 제조사가 부담 등이 주요 골자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 4일 건설업종 주가는 2.8% 하락해 코스피를 2.6%p 하회했다.
우려되는 부분은 하반기에도 여전한 건축자재가격과 인건비 및 유류비 인상과 함께 해외에서도 토목 및 플랜트부문에서 또 다른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섹터별 주간수익률 비교
건축자재가격 인상 등 다양한 원가상승 요인 부각 가능성
올 들어 지정학적 리스크 및 달러상승 등에 따른 글로벌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축자재가격 역시 큰 폭으로 인상돼 건설업체들은 비용부담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해 톤당 75,000원에서 78,000원으로 인상됐었던 시멘트가격은 올해 또 다시 93,000원으로 치솟았다. 또, 철근 유통가격도 지난해 3월 톤당 715,000원에서 12월 966,000 오른 이후 올해 6월엔 109만7,000원으로 추가 인상됐다.
이처럼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상된 시멘트와 철근 유통가격으로 인해 국내 7대 대형 건설사들의 2022년 컨센서스 기준 원가율은 2월말 91.9%에서 6월 92.4%로 상승했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는 인상된 건축자재 외에도 인건비와 물류비, 전기요금 등의 상승분도 반영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7대 대형 건설사들의 2022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월 말 4조7,000억원으로, 이는 지난 3월 말 대비 3,000억원(5.8%p) 가량 하향 조정됐다. 또, 2022년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1,000억원으로 3월말 대비 5%p 낮아졌다.
2022년 영업이익 컨센서스 기준 4조7,000억원 수준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발표 후 지속되는 건축자재 가격인상으로 원가상승이 이어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컨센서스는 추가 하향조정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레미콘가격 상승에 따른 건설업종 실적과 주가의 괴리
최근 건설주 급락을 이끈 레미콘 운송비 인상은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나, 건설업종 실적에 미칠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상 주택원가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인데 그 중에서도 레미콘·시멘트 비중은 15% 미만이다. 게다가 레미콘 제조원가 중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이기 때문에 이번 운송비 상승에 따른 주택원가율은 0.2%p 상승에 불과하다. 이는 레미콘 운송비 상승부담을 건설사에 100% 전가한다는 것을 가정했음에도 나온 수치다.
따라서 레미콘 운송비 상승우려에 따른 건설업종의 주가 급락은 다소 과도하다는 판단이다.
높아지는 해외 원전건설 등 대형 해외프로젝트 수주 기대감
국내 부동산시장 및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함에 따라 국내보다는 해외사업을 통한 건설사들의 실적 개선 및 밸류에이션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
사실상 각종 악재에 따른 국내 건설사들의 실적악화 우려 속에도 사우디아라비아의 NEOM 프로젝트 및 동유럽 중심의 원전건설 등 본격적인 대형 해외수주 움직임은 건설업종의 전망을 밝게 하는 부분이다.
총 5,000억달러를 투입해 미래형 산업·주거 특구를 개발하는 NEOM 프로젝트는 홍해와 아카바만해안 478km를 따라 사우디 북서부 타북주(州)의 26,500㎢ 부지에 요르단-이집트-사우디를 연결하는 경제 삼각구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사우디 국부펀드인 PIF(Public Investment Fund)가 주도해 2025년까지 1단계 프로젝트를 완료할 계획이다.
NEOM 프로젝트 위치
무엇보다 독자적인 법률·조세·규율이 적용되는 친환경 주거 및 산업특구로 조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부문별로 친환경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운영된다. 또, 산업은 생명공학, 식품공학, 로봇연구 등의 산업시설을 채우는 미래도시로 건설된다. 주거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을 활용해 교통 및 건물계획 등 도시를 구성하는 주요 인프라 시스템을 자동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원전건설 모멘텀도 중장기적으로 기대감이 높다.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총 53기(설비용량 54.5GW)에 달하며, 이 중 러시아형 가압수형 원자로 VVER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해당 노형을 선택한 국가는 러시아(4기), 인도(4기), 터키(3기), 중국(2기), 방글라데시(2기), 벨라루스(1기) 등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유주의 진영 내에서의 러시아의 수주경쟁력은 극히 약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국내 건설업체들의 원전건설비용은 미국이나 프랑스, 일본 등과 같은 경쟁국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압도적인 단가경쟁력으로 미국은 SMR(소형모듈원자로)은 물론, 주요 원전프로젝트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 대비 국내 건설사들의 비용이 높아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이들 국가보다 불리하지만 정치적 리스크가 없어 미국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민재 연구원은 “국내 건설사들은 향후 미국시장 외에도 체코, 폴란드 원전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도로와 항만 등 인프라구축 뿐 아니라 원전건설 등에서 상대적 우위능력을 갖춘 건설사는 현대건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