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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남매의 난’ 발발…조현아, 동생 조원태에 선전포고
한진그룹, ‘남매의 난’ 발발…조현아, 동생 조원태에 선전포고
  • 윤상현 기자
  • 승인 2019.12.23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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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법률대리인 통해 입장 발표
“조원태, 가족간 공동경영 협의 무성의·지연으로 일관”
공정위 동일인 지정 과정서 불거진 불화설 수면 위로
조현아-다른 주주 연대 가능성도…조원태 대응에 관심
대한항공 본사
대한항공 본사

고(故) 조양호 회장의 별세 후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한 한진그룹이 조원태 회장이 취임한지 반 년도 안 돼 ‘남매의 난’에 봉착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회장이 선친의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해 왔으며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한다”며 동생 조원태 회장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땅콩회항’ 사건 이후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복귀를 시도했지만 동생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이 불거지며 다시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 4월 8일 별세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자녀들에게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유훈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유훈에도 불구하고 공동 경영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남매간의 갈등은 결국 불화로 이어졌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동생인 조원태 회장이 “자신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없이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고 언급하며 한진가 3세 간 불화설을 공식화했다.

또한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며 사실상 독자노선을 걸을 것을 시사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도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통해 “조 전 부사장은 작고하신 고(故) 조양호 회장님의 상속인 중 1인이자 한진그룹의 주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지에 따라 한진그룹을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선대 회장님은 생전에 가족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씀하시는 등 가족들에게 화합을 통한 공동 경영의 유지를 전하셨다. 또한 선대 회장님은 임종 직전에도 3명의 형제가 함께 잘 해 나가라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히시기도 하셨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으며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결과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님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 전 부사장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것과 조 전 부사장의 복귀와 관련해 가족 간 어떠한 합의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대외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 3세들의 불화설은 이미 지난 5월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 과정에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한진그룹이 공정위에 동일인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이 동일인이 됐을 경우 형성될 지배구조에 대한 자료는 제출하면서도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변경한다는 신청 서류는 제출하지 않아 가족 간 갈등이 표면상으로 노출된 것이다. 

그러나 당시 기자간담회 중 조원태 회장의 발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의 복귀가 이어지며 불화설도 조금씩 진화됐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기간 중 진행된 대한항공 기자간담회에서 “선대회장께서 평소에 말씀하셨던 내용이 ‘가족 간 화합에서 회사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족과 많이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현민 전무가 ‘물컵 갑질’로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지 14개월 만인 지난 6월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하며 삼남매의 경영승계에 대한 잠정 합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울러 조 회장이 지난달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가진 특파원들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아버님 뜻에 따라서 맡은 분야를 충실하기로 셋이 합의했다. 때가 되고 준비가 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해 한진그룹의 분할 경영 체제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에 보다 힘이 실렸다.

당시 그룹 안팎에서는 한진가 3세들이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과 그룹을 총괄하고 조현아 전 부사장이 칼호텔네트워크를 조현민 전 전무가 진에어 등을 나눠 경영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의 이러한 갑작스러운 입장 발표는 조 회장에 대한 전면적인 반기로 해석되며 불화설이 현실화됨과 동시에 향후 공동 경영 논의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조양호 전 회장이 보유했던 한진칼 지분 17.84%는 이명희 고문과 조원태·현아·현민 3남매가 각각 1.5:1:1 비율로 상속받았다. 

현재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기존 2.32%에서 6.46%로 확대됐고 이 고문의 지분은 5.27%, 조 전 부사장과 조 전무의 한진칼 지분율은 6.43%, 6.42%다.

이러한 지분 상황은 결국 조 전 부사장이 다른 주주들과의 연대에 나선다면 조 회장 그룹경영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오너 일가의 불협화음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쟁이 본격화될 경우 어느 편에 무게 중심이 실리느냐에 따라 그룹 경영권의 향배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측은 “아직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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