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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세계최대 M&A 배경은?
조선업계 세계최대 M&A 배경은?
  • 박재홍 기자
  • 승인 2019.02.06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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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반응 냉냉…지분가치 희석으로 투자자 손해 우려
-산적한 과제를 극복하고 사회적 통합 이루어 내야

▲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이 2위인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조선업 재도약의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선박수주 1위 탈환에 이어 과당경쟁 해소로 수익성이 커질 전망이다. 현재 울산 동구지역 경제는 조선산업의 침체 여파로 거의 탈진상태다. 대우조선 인수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동구지역, 울산시 경제가 회생·재도약하기를 기해년 벽두에 고대해 본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전경 모습.

세계 제1위의 조선사 탄생이라는 초대형 M&A가 발표되었음에도 시장 반응은 냉냉하기만 하다. 최근 조선업계의 수주 회복과 실적 개선이라는 호재로 작년 하반기부터 주가가 상승세를 탔으나 M&A를 발표한 1.31. 이후 현대중공업은 주가는 128,000원으로 하락하면서 올해 1월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대우조선해양도 발표 당일 21.88%를 최고가로 찍은 후 당일 급락하였으며, 다음날도 8.65% 하락한 33,800원으로 마감했다.

이렇게 시장 반응이 차가운 이유는 조선업계의 매머드급 세계1위로 도약하는 M&A 호재보다는 해당 기업의 지분가치를 희석한다는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통상 초대형 매머드급 M&A의 경우 피인수기업의 주가는 급등하기 마련인데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오히려 큰 폭의 하락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넥슨 매각 발표로 넥슨의 자회사인 넷게임즈와 넥슨지티의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이처럼 시장이 반기지 않는 M&A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국내 조선업계의 개편과 제조업의 활성화라는 정부와 대우조선해양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하는 산업은행의 입장이 맞물린 결과다. 또한, 현대중공업 측에서는 조선 불황을 M&A를 통한 시너지 효과로 돌파하려는 절박한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세계 최고로 불리던 국내 LED 산업이 지난해 중국의 추격에 무너지는 것을 보며, 고용효과가 큰 조선, 자동차 산업 등의 체질개선을 미루다간 남은 경쟁력마저 잃을 거란 위기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에서 “최근 조선업황이 살아난다고는 하지만, 이는 액화천연가스(LNG)선 특수 등 다분히 일회성 요인에 의한 착시로 볼 수 있다”며 “규모와 기술력을 갖춘 민간회사 경쟁체제를 빨리 만들어야 장기적으로 조선업이 발전할 수 있을 거라 봤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도 입장 발표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 수익성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보면서 “연구개발(R&D) 통합, 중복 투자 제거,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재료비 절감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며 “기술 공유를 통해 생산성이 높아지면 결국 원가절감이 가능해지고 이것이 수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절박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M&A를 통한 지분가치 희석을 우려하여 주가 흐름에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지난달 31일 체결한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의 기본합의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을 분할하여 현대·대우조선 조선 지주(가칭)사를 만든 뒤 대우조선의 경영권을 현대중공업에 넘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55.7%)을 출자한 뒤 지주사의 우선주와 보통주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분가치를 희석시키고 합병에 따른 비용과 및 노조와의 충돌로 인한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2030억원, 순손실 역시 2438억원을 기록하였다. 다만 전년도 대비 축소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아직 순흑자 기조가 아닌 현대중공업이 부채비율이 283%(2017년말 기준)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것이 재무적으로 부담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영구채(신종자본증권)를 갖고 있다. 전체 자본(3조6000억원)의 63.5%에 달한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되지만 이를 실질적인 부채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유상증자에 따른 주식가치 하락이 예상돼 일부 현대중공업 투자자들이 미리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통적인 주식 매각이 아닌 신설 법인을 통해 최대주주만 바뀌는 형식이라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과 기관도 이 같은 우려에 합세하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2거래일(1월 31일~2월 1일) 동안 현대중공업 주식을 621억원어치 순매도하고, 같은 기간 동안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도 43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기관도 현대중공업 최근 2거래일 동안 612억원어치를 팔았으며 대우조선해양 순매도는 661억원이다.

그러나, 시너지효과가 발휘되는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 확실한 수혜주”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인수를 통해 캡티브(계열 매출) 물량 증가와 인지도 재고가 가능하다”며 “지속적인 조선 수주 물량 증가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김효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업체들은 전통적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에 기술적 강점이 있다”고 하면서 국내 조선업계도 현대·대우조선지주 설립을 통한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간 발주량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국내 조선사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저가수주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타진하면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결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31일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의 모습

조선업계 관계자도 "그간 글로벌 수주 시장의 공급이 과잉인 상태였다는 걸 감안하면 나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간의 M&A 효과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앞으로도 삼성중공업의 참여 여부, 독과점 논란에 따른 상대경쟁국가의 기업결합 심사와 공정위 심사, 양 노조의 반발, 지분가치 희석에 따른 투자자의 반발 등 해소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조선업계의 수주 증가와 실적 개선으로 조선업계의 새로운 개편 시도가 적절한 때“라고 지적하면서, “구조조정의 사회적 공감대와 함께 노조와 지역사회가 모두 협력하여 최적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시도하는 세계 최대 조선업 M&A가 우리나라 제조업이 활력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M&A과정에서 불거지는 수많은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사회적 통합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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