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우려 불구 삼성전자 목표가 9~10만원 유지
지난 몇년 간 불황에 움츠러들었던 반도체업황이 올해부터 본격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에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 주식을 집중 매수했던 개인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올 들어 엔비디아를 비롯한 국내외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삼성전자만 유독 소외되자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큰 상황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23% 내린 72,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3.08% 하락한 166,600원에 장을 닫았다.
지난 8일 엔비디아 주가가 5% 급락한 여파로 이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이날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락했지만 올 들어 생성형 AI 열풍으로 글로벌과 국내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1월2일~3월11일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주가 추이
반면, 기대를 모았던 삼성전자 주가는 연초 이후 7.9%나 빠지며 나홀로 하락했다. 온디바이스 AI 수요 증가로 올해 초만해도 8만전자가 예상됐던 삼성전자는 72,000~73,000원대에서 박스권을 맴돌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를 끌어내린 주체는 기관으로, 기관은 올 들어 삼성전자를 4조1,314억원 가량 순매도했다. 여기에 외국인도 지난달부터 매도세에 동참했는데 2월 한달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646억원어치 내다팔았다. 대신에 SK하이닉스를 1조6,443억원 가량 사들였다.
삼성전자 주가가 비실대는 동안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미국 엔비디아는 무려 81.7%의 폭등세를 연출했다. 이 외 대만 TSMC(44.2%), AMD(49.7%), 브로드컴(20.6%) 마이크론(18.6%) 등은 모두 상승했다. 국내 대표 반도체주인 하이닉스도 연초 이후 20% 가량 급등한 가운데 지난 8일에는 장중 한때 174,9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에 삼성전자 온라인 종목토론방에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주주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주주들은 ‘하이닉스 주가 반만이라도 따라가라’, ‘힘 못쓰는 주가에 고민이 깊어지네요’, ‘하이닉스 주가랑 10만원이나 차이나네요’, ‘삼전 대신 엔비디아에 넣었더라면’, ‘삼성전자만 왜 반도체 혜택을 못받는지 이해가 안 돼요’ 등 성토의 목소리로 도배가 된 상황이다.
글로벌 반도체 주요 3사 HBM 로드맵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장에서 소외된 배경에 대해 AI용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도 기존 제품의 메모리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능을 개선한 H200 출시했다. HBM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결국 수율이 핵심이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율을 달성한 SK하이닉스의 우위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증권가는 아직까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9~10만원대로 유지하고 있다. 김영권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지배적이다. 의사결정은 늦었지만 방향성은 잡았다고 판단한다”며 “8단 HBM운 올 하반기부터, 12단 제품은 고객사 탑재 제품이 없어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