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이 시행되고 이자장사 비판이 거세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그동안 0%대 초중반에 그쳤던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에 나섰다. 다만, 인상폭은 1~2%대에 그칠 예정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15일부터 예탁금 평균잔액이 50만원 이상인 고객에 대해 이용료율을 연 1.0%로 0.6%p 인상한다. 예탁금 평균 잔액이 50만원 이하인 고객의 이용료율 역시 기존 0.10%에서 연 1.0%로 0.9%p 올라간다.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는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예탁 받은 금액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이자다. 증권사들은 고객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한 뒤 증권금융으로부터 지급받는 수익금을 증권사에 배분하고 있다.
KB증권도 이달부터 예탁금 이용료율을 0.03%p 올려 1.06%를 적용하기로 했으며, 하나증권의 경우 8일부터 100만원 이상을 기준으로 0.35%였던 예탁금 이용료율을 연 1.05%로 상향한다. 다올투자증권도 지난 3일부터 100만원 이하를 기준으로 0.55%였던 예탁금 이용료율 1.05%로 올렸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달 29일부터 3개월간 예탁금 평균잔액이 50만원 이상인 고객에 대해 이용료율 연 1.0%로 0.6%p 인상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0월부터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을 기존 연 0.25%에서 연 1.05%로 0.8%p 인상 적용하고 있다.
이는 그간 투자자들 사이에서 증권사들이 예탁금을 이용해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고, 금투협의 공시가 한층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 제정으로 이달 4일부터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비교 공시가 시작됐다. 투자자가 증권사별 이용료율 차이를 명확히 비교할 수 있게끔 종류·금액별로 공시화면이 세분화됐다. 반면 대신증권을 제외한 주요 증권사들의 신용융자거래 이자율은 5~7%에 달했다.
다만, 올해부터 국내 증권사가 올해부터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상했지만 그 수준은 외국계 증권사와 비교하면 절반가량에 그쳐 아쉬움이 남는다.
외국계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이용료율을 제공하는 곳은 홍콩 CGS CIMB로 3.37%를 지급하고 있으며, 홍콩상하이증권이 3.0%로 뒤를 이었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증권 등은 2.75%를 적용한다. 메릴린치증권과 BNP파리바증권이 2.50%, 노무라금융투자는 2.0%의 이용료를 제공했다.
국내 증권사들 중 2%대 이자를 지급하는 곳은 카카오페이증권이 2.50%로 가장 높았고, 미래에셋증권(2.00%)과 현대차증권(2.00%) 등 3곳이 외국계 증권사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 달 4일부터 평잔 50만원 미만 구간은 1.9%p, 50만원 이상 100만원 이하 구간은 1.25%p 상향 조정했다.
국내 증권사들 중 1%를 밑도는 예탁금 이용료율을 적용하는 곳은 DS투자증권(0.20%), DB금융투자(0.57%), NH투자증권(0.60%), 유진투자증권(0.60%), 이베스트투자증권(0.60%), 하이투자증권(0.65%)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