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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e you ever seen the crisis?"
"Have you ever seen the crisis?"
  • 황윤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5.0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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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內)은 주가조작, 밖(外)은 은행파산- 베어마켓에 대비하라

아주 오래전 일이다.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만둔지 꽤 된 지상파 방송에서 당시 뉴스 앵커 선배 이름을 들먹이면서 그분 소개로 전화했는데 꼭 한번 뵙고 싶다고 하는 것이었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 석사
sbs비서실 스피치라이터
대우증권 실전투자대회 3위 입상
한국경제tv 슈퍼스탁킹 우승
한국경제tv 해외주식 전문가

필자는 케이블TV 증권방송 관계자이거나 증권사 투자 관련 일이려니 싶어 어느날 저녁 강남의 모 일식집으로 갔다. 도착하니 느낌이 좋지 않아 아차 싶었는데 영화에서나 보던 검은색 정장 차림의 건장한 남자들이 도열해 있는 것이 아닌가.

꽤 큰 일식집을 통째로 빌린 듯 다른 손님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보스인 듯한 사람 2명이 나를 반갑게 맞았다.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일찌감치 눈치채고 필자는 거두절미 용건부터 말하자고 채근했다.

어떻게든 빨리 빠져나갈 생각에만 골몰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은 내게 케이블TV 증권방송에 출연해 자신들이 투자하고 있는 모 페인트 주식을 추천 홍보해달라는 것이었고 그 댓가로 적지 않은 돈을 사례하겠다고 했다.

이것이 소위 말로만 듣던 주가조작 세력들이고, 이들이 바로 그 유명한 사채업자들과 조폭들이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당근 그 페인트는 액면가 500원짜리 부실기업 관리종목이었고 그들이 말하는 새로운 투자유치와 엄청난 캐시카우의 신사업 진출이 예정되어 있어 "우리 대표님이 몇번만 언급해주면 주가는 날개를 달 것"(그들의 표현대로)이라며 이미 대대적인 언론 홍보 및 주가부양 시나리오를 진행하고 있다고 세부적인 작전계획서(?)까지 내게 내밀었다.

그들이 거론한 그 선배 얼굴이 떠올라 차마 "사람을 어떻게 보고 이러시냐"라고 정색하지는 못했지만 "저는 가족이 미국 이민가서 살고 있고, 증권사나 제도권 출신이 아니어서 힘들다"고 처음부터 완곡한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랬더니 그들은 "그래서 더 대표님이 설득력이 있다"며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 사례금 액수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미는 술잔이나 안주를 모두 사양한 채 그들이 언급한 그 선배와 먼저 상의해보겠다며 자리를 빠져나올 궁리를 하는 중에 그들은 다시 2차 자리를 마련해놨다며 교묘하게 유인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안되겠다 싶었는지 자신들의 투자금 펀딩에 참여한 사회 지도층과 유명 연예인들의 명단을 보여주면서 두툼한 골프 보스톤백을 내자리로 가져왔다. "약소하지만 성의 표시로 생각해달라"고 하는 것을 보니 선금조로 돈을 넣은 것 같았다.

더이상 엮이면 이것은 범죄에 연루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출처불명의 돈 몇푼에 그동안 정직하게 살아온 내 인생의 명예와 경력을 하루아침에 내팽개칠 수는 없었다.

당시 그 일식집을 나오는 길에 보았던 주차장에는 최고급 외제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어디서 왔는지 진한 화장을 한 한 무리의 젊은 여성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몇십, 몇백억 규모의  대규모 주가조작단이 적발되어 구속되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관리종목인 모 페인트 주가 조작 수법과 일당들의 면면을 보고 단박에 그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로 인해 선의의 수많은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고, 결국 그 종목은 상장 폐지되고 말았다.

그 일이 있고난 후 당시 모 종편방송의 본부장이었던 그 선배와는 연락을 끊었다. 나중에 그 선배도 결국 그 사건으로 그들과 연루되어 회사를 그만뒀다는 소식을 들었다. 생전에 어머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 내 눈에도 피눈물이 난다는 것- 인과응보 말이다.

SG증권발 폭락사태가 다단계 주가조작 사건으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5배 레버리지와 절세가 가능한 CFD(차익결제거래)가 사실상 감시 사각지대라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악용한 소위 '꾼'들이 모여 저지른 그들만의 '한바탕 신명나는 놀이 한마당' 이었던 것이다.

이들이 '풍악을 울리고 있을 때' 사실상 당국은 언제나 그랬듯이 손을 놓고 있었다. 관치금융에 길들여진 업계나 정치자금에 익숙한 당국 모두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사건이 터지고나서야 모 투자컨설팅업체 대표가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등 고소득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투자자로 끌어들여 투자를 일임받고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정 종목의 주가 폭락이 시작되기 직전 자신의 주식을 대량 매도해 논란이 되었던 증권사 회장은 주가조작 연루설에 발끈하며 소송을 제기하더니 갑자기 회장직에서 사퇴하고 매각대금 605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주가 폭락의 타켓이 되어 급락했던 종목들은 고점대비 주가가 많게는 1/4 토막이 났는데도 아직 이렇다할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어 이 종목에 투자한 선의의 피해자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이고 국민연금도 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주가조작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미국 등 선진국이 종신형과 상장폐지 등 초강경 엄격한 처벌을 하는 것과 달리 단순 경제사범으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사회지도층이 가담하거나 묵인함으로써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무성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밖으로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으로 촉발한 금융위기가 아직도 진행중이다. 최근 파산 위기의 First Republic Bank를 인수한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은행 위기는 거의 끝났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그레그 입 수석논설위원은 SVB보다 자산가치로 손실률이 더 큰 곳이 미국 전체 은행의 11%에 달하는 500여곳으로 추정된다며 미국 금융시장에 슬로모션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시말해 이러한 상업용 부동산대출의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 어디까지 확산되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우선 터지면 임시방편으로 그곳부터 막고 보는 것이다. 자금난으로 지방은행들이 도미노 파산 위기에 봉착했다는 섬뜩한 뉴스마저 나오고 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때 집값이 폭락하면서 대출받은 모기지론을 상환할 수 없게 되자 압류를 피해 집 주인들이 집을 버리고 야반도주할 수밖에 없었던 악몽을 떠올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이 확대되면 경기침체에 따른 디폴트가 확대될 것이고 불안한 고객들의 뱅크런이 이어진다면 예금이 급속히 인출되면서 중소형 지역은행들은 더 위태로워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FOMC회의에서 0.25% 베이비스탭의 금리인상을 한 것을 두고 이제 금리 인상은 끝났다며 오히려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야단들이다. 파월 연준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아직도 인플레를 잡기 위해 갈길이 멀다며 금리 동결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고 금리 인하는 부적절하다고 못을 박았다.

만약 5월에 금리를 동결하고, 연내에 금리를 인하한다면 이는 연준의 금리정책이 실패한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설령 경기침체가 와서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미국은 절대 쉽게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연준과 월가 애널들, 정책결정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위기의 실체를 본 적 있는가?(Have you ever seen the crisis?)"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다(I don't know what's going on)" 지금은 무어라 말하기 어려우니 그때가서 나오는 경제지표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언제든지 급락해도 이상하지 않다. 투자자들은 수시로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릴 것을 각오해야 한다. 지금은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것만큼이나 내 피 같은 투자금을 잃지 않고 지키는 것 또한 정말 중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럼 그것은 누가 해야 하는가. 바로 나와 당신, 그리고 여러분! 투자자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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