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부 국가 중복노선에 경쟁제한 우려 표명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국내기업 보호에 소극적인 당국 서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심사가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두 기업의 인수합병에 따른 경쟁제한성 여부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넘겨받은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 장기화에 대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주요 외국 경쟁 당국의 심사가 큰 진행을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다 실무적으로는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는 “일부 국가는 두 회사 사이 중복노선에 대해 경쟁제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무조건 승인은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양사의 국제선 중복노선은 미주 6개, 유럽 6개, 중국 17개, 일본 12개, 동남아·동북아 24개, 대양주 1개, 인도 1개 등 총 67개에 달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심사는 현재 우리나라 공정위를 포함해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베트남 등 국내외 6개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다만, 이들 국가 중 어떤 곳이 우려를 표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당초 6월 초로 예정됐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한 경제분석 연구용역’의 계약은 공정위에 의해 10월 말까지 연장됐다. 이에 업계는 늦어도 연말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EU 당국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을 규제하려고 하면 미국 당국이 보호하고 나서는데, 한국 당국은 ‘다른 데 하는 거 보고 하자’는 기분이 들어서 섭섭하다”는 속내를 밝히며 공정위를 상대로 빠른 승인을 촉구하기도 했다.
만약 올해 안으로 공정위와 나머지 국가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받지 못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항공사’ 출범은 예정했던 2023년 하반기보다 훨씬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몇몇 외국 경쟁 당국이 이번 기업결합에 소극적인 행동을 보이면서 특정 사업부문을 축소하라는 ‘조건부 승인’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공정위 역시 심사 시일이 다소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항공산업의 특성상 관련국들과의 협의를 통해 국가 간 조치 시점 및 조치 내용의 차이점,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심사 과정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