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주식 투자 확대 영향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존의 월급으로는 더 이상 부를 축적할 수 없다는 우려감이 커지면서 빚투, 영끌을 통한 부동산과 주식 투자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6월 시중에 풀린 돈이 한 달 새 27조 가까이 급증하는 등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바이러스로 인한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으나 가계부채, 금융불균형 등이 더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졌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6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6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잔)은 광의통화(M2) 기준 3,411조8,000억원으로 전월대비 26조8,000억원(0.8%) 증가했다.
이는 한달 전 5월(21조4,000억원) 보다 증가폭이 더 확대된 것으로, 1년 전과 비교해도 10.9% 증가한 규모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통화 및 유동성 지표 추이(계절조정계열 기준)
평잔, 조원
시중 통화량은 지난해 4월 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한 이후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 들어 전월대비 시중 통화량 증가액은 1월 41조1,000억원, 2월 41조8,000억원, 3월 38조7,000억원, 4월 50조6,000억원, 5월 21조4,000억원, 6월 26조8,000억원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6월 통화량 급증을 견인한 것은 가계였는데 경제주체별로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 통화량은 1,665조8,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4조3,000억원(0.9%) 증가했다.
정진우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차장은 “통화량 증가 원인은 대부분 가계의 영향으로, 올 들어 주택 매매 및 전세거래 자금 수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등 주택 매매 및 전세거래 등에 따른 대출자금수요가 증가했다”며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6월 주택담보대출이 5조원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기업 부문의 통화량은 1,000조8,000억원으로 전월대비 7조9,000억원(0.8%) 증가했다.
정 차장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관련 자금수요와 국책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저금리 대출 등 금융지원으로 자금이 유입된 영향”이라며 “대기업의 경우 대출보다는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회사채 발행과 유상 증자 등 투자 자금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반면 기타 금융기관의 통화량은 4조6,000억원 감소한 55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4월 말 대규모로 유입됐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이 회수됐기 때문이다.
한편, 단기자금 지표인 M1(협의통화)은 1,281조5,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6조1,000억원(1.3%) 늘어 M2 증가율보다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M1은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 높은 수익률을 좇아 움직이기 쉬운 자금을 말한다.
이 같은 통화량 증가 추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 속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태까지 풀린 유동성의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부동산 등 자산시장 격차를 비롯한 금융불균형이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저금리와 통화량 증대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앙은행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한은 총재가 그동안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린다고 수 차례 얘기를 했고, 금융불균형 문제도 불거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델타변이와 사회적거리두가 4단계가 이어지는 만큼 10월 인상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