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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의 횡포', 대형 은행들의 불편한 진실
'갑의 횡포', 대형 은행들의 불편한 진실
  • 박상민 기자
  • 승인 2013.08.05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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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은행이 감정평가법인에게 담보물에 대한 감정을 의뢰한 후 현장조사가 실시되거나 감정평가서가 완료돼 송부를 받았음에도 대출이 실행되지 않으면 감정평가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조항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 이하 공정위)가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는 지난 3일(5일자 발표) 국민은행 등 서울 8개 시중은행이 채택하고 있는 이 같은 내용의 <감정평가업무협약서> 상 불공정약관을 자진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기업 전반으로 갑을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대형 시중 은행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논란과 배경을 살펴본다.

 
'감정평가 비용', 대출 돼야 보수지급?

현행 감정평가사들이 서울 8개 대형은행들과 맺은 이른바 '업무협약'의 내용은 대강 이렇다. '은행이 감정평가법인에게 담보물에 대한 감정을 의뢰한 후 현장조사가 실시되거나 감정평가서가 완료돼 송부를 받았다고 하자, 대출이 실행될 경우에는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평가사측이 실시한 감정평가보수는 일체 지급 받지 못한다'.

5일 공정위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주)국민은행 등 서울 8개 대형은행이 감정평가사와 맺은 '감정평가업무협약서'상 <대출 미실행 시 감정평가보수 청구금지 및 무보수의 탁상감정 조항> 등에 대해 불공정한 약관이라며 시정을 권고했다.

금융권이 말하는 소위 '감정평가'란 토지 및 그 정착물, 동산 등 물건의 경제적 가치를 제시하는 것으로 공인된 감정평가사에 의해 수행돼는 행위로 특히 기업이나 개인이 대출과정에서의 이러한 감정 평가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의 은행들이 이러한 감정평가 활동에 대해 실적 위주 기준만을 적용, 감정평가법인과의 협약 약관을 '갑의 논리'로 해석해 명문화 했다는 지적이다.


은행-평가법인, 약관 어떻길래

실제로 일부 은행들이 감정평가 법인과 체결한 약관을 살펴보면, 현행 이들의 관계가 어떠한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먼저 (주)국민은행의 감정평가 업무협약서에 따르면 <제8조(반려시의 보수) ②항에 '갑(국민은행)'이 의뢰한 담보목적의 감정평가건으로서 '을(감정평가 법인)'이 현장조사한 후 또는 감정평가서를 작성·송부한 후 '갑'이 대출미실행을 사유로 하여 서면으로 반려 요청하는 경우에 '을'은 감정평가보수를 청구하지 아니한다. 다만, 후자의 경우 '갑'은 송부받은 감정평가서 전부를 반납하여야 한다.>고 명시해 왔다.

또 (주)우리은행의 감정평가 업무협약서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견 되는데 <제10조(철회 및 반려시 보수) ① '은행'이 의뢰한 담보목적의 감정평가건으로 '감정평가법인'이 감정평가서를 작성·송부한 후 대출미실행 시 '은행'은 감정평가수수료를 지급하지 아니한다. 이 경우 '은행'은 송부받은 감정평가서 전부를 반납해야 하며, '은행'은 감정평가법인과 협의하여 실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 했다.

이울러 (주)한국씨티은행의 감정평가 업무협약서를 봐도 <제3조(감정평가 반려) 4항을 보면 사유로 감정평가가 반려되는 경우 '갑(은행)'은 '을(평가법인)'에게 제7조의 감정평가보수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은행과 별도로 소위 국책은행이라는 중소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도 같은 협약을 맺어온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부추겼다.

이 은행들은 그간 각각 약관을 통해 '감정평가의뢰물건의 담보대출이 실행된 경우에 한하여 지급한다'는 조항을 넣어 협약을 맺어왔던 것으로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은행이 감정평가법인에게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것은 민법상 도급계약에 해당한다"고 결론 짓고 "감정평가법인이 목적물을 완성한 후 도급인(은행)에게 인도될 경우 그에 상당한 대가는 지급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욱, 공정위는 "감정평가서가 완료된 시점을 전·후해 도급인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중도에 해제 또는 해지되더라도 그 간 소요된 실비 등의 적정 대가는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은행별 시정 명령 내역/ 증권일보DB
민법상 도급계약 위반 해석

이는 현행 민법상 규정된 도급계약과도 관련이 있는데 법안에 의하면 '당사자의 한측이 어떤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도급인)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제664조)'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약관에 대해서는 평가 법인측도 "감정평가법인이 감정평가를 위해 현장조사 등의 과정 등을 거쳐 감정평가서 작성 중에 있거나 감정평가서 완료 후 설사 대출이 실행되지 않았다고 하여 일체의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약관조항은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거나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조항으로 불공정약관"이라는 시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은행들이 규정한 '탁상감정'의 조항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약관 삭제'를 원칙으로 "은행이 보수 없이 탁상감정을 의뢰하는 불합리한 거래관행을 해소하고, 감정평가법인이 탁상감정 시에 지출된 비용이 있는 경우 이를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탁상 감정'이란 금융기관이 담보물 가치에 대해 정식감정평가를 의뢰하기 전 감정평가법인에게 미리 가치를 추산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이번 권고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권고안에 따라 향후 업무협약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정안을 전면 수용할지는 두고 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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