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상장사 절반 이상이 지난해 4분기에 ‘어닝 쇼크’ 수준의 부진한 성과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인 2일(오후 4시 기준)까지 2015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상장사 75개 중 38개(50.7%)가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성장둔화가 지속되면서 중국 경기 침체 및 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대외 악재의 부담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통 증권사들이 내놓는 실적 전망치 평균(컨센서스)보다 기업의 실제 영업이익이 10% 이상 높으면 ‘어닝 서프라이즈’로, 10% 이상 낮으면 ‘어닝 쇼크’로 분류한다. 이 같은 기준에 따르면 철강과 자동차, IT(정보기술) 등 국내 대표 수출기업들은 어닝 쇼크를 피하지 못했다.
포스코는 연결 기준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3,40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추정치 평균(5,125억원)을 33.6%나 하회한 것이다.
특히, 포스코는 철강 업황 부진 여파로 작년 연간 9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창사 이후 최초로 당기손익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에쓰오일은 작년 4분기 영업이익 17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시장 기대치(1,517억원)에는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급락으로 재고 관련 손실을 보고 있다.삼성중공업의 경우, 44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실제로는 299억원을 기록해 33.3%의 차이를 보였다.
이 외에도 기아차(-15.2%), LG디스플레이(-21.7%), LG이노텍(-32.9%) 등도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국내 대장주 격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역시 어닝 쇼크 수준은 아니지만,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4분기 성적표를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업황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믿었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기대 이하의 실적을 달성했으며, 현대차의 경우 환율 및 신흥국 경기 부진 등에 영향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이 올해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및 신흥국의 경기 침체를 비롯해, 미국 금리 인상과 저유가 등 불투명한 대외 변수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정선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이 컨센서스를 하회한 실적을 내놓은 가운데 전반적으로 부진한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 경제성장률의 하향 조정, 중국 경제성장률 7% 하회, 조선·철강 등 기간산업의 업황 둔화 등으로 올해 경제 상황이 작년보다 더 어둡다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2월 글로벌 정책 공조 기대감에도 시장의 큰 반등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찬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업종 대표주의 실적이 시장에 실망감을 줬다”며, “글로벌 매크로 지표 개선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월 코스피 평균은 1,91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