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엔 배당 분리과세·세액공제 검토 등 소득세 경감
세법개정 추진···밸류업 가이드라인 5월초 확정 예정
앞으로 자사주 소각 및 주주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는 기업들은 법인세 경감 혜택을 받게 된다. 또, 배당받은 주주들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또는 세액공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자본시장 선진화 간담회’를 열고 주주환원과 관련한 세제지원 방침과 함께 관련 제도를 지속 보완·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우선 주주환원 기업들에는 법인세 완화 조치를 예고했다.
최 부총리는 “보다 많은 기업들이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확대에 참여토록 유도하기 위해 주주환원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 법인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주주 환원을 하는 모든 상장기업이 법인세 경감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기재부 측은 “자발적으로 주주 환원 노력을 열심히 한 기업을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배당을 적극 늘리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일정 범위 이내에서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자사주소각은 회사가 취득해 보유한 자사 주식을 소각하는 것으로 유통 주식수를 줄여 주가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주식투자를 통해 소득을 창출한 주주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15.4%(지방소득세 1.4% 포함)를 내면 되지만 연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에 대해 종합과세를 하게 된다. 근로·사업소득을 합산해 구간별 누진세율(6.6~49.5%)이 적용돼 세율이 최대 49.5%까지 치솟게 돼 주주들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최 부총리는 “배당 확대로 인해 주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더 돌아갈 수 있도록 배당 확대 기업 주주들에 대해 높은 배당소득세 부담을 경감하겠다”며 “구체적 지원대상과 경감방안 등은 다양한 의견을 듣고, 배당과 자사주 실적을 받아본 뒤 시뮬레이션을 거쳐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액공제 방식까지 열어두되,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분리과세가 도입되면 금융소득종합과세(최고세율 45%)에 합산되지 않고 원천세율(14%, 지방세 포함 15.4%)로 저율과세된다.
이와 관련해 세제실 관계자는 “세액공제, 소득공제 분리과세 방식을 모두 열어두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으로 실링(한도)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고 실효성 및 세수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 부총리는 “앞으로도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며 속도감 있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우리 자본시장을 업그레이드해 나가겠다”며 “현재 준비 중인 밸류업 가이드라인은 최대한 일정을 당겨서 4월 중 추가 세미나 등을 통해 5월 초에 조속히 확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법 개정, 외환시장 구조개선 등 관련 과제들도 꾸준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 부총리의 발언은 한국증시를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밸류업’ 정책의 일환이다. 지난달 26일 금융위원회 발표에서 세제혜택 조치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세제 인센티브 지원을 구체화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세제 지원의 세부적인 수치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모두 법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추후 세법개정안 마련을 거쳐 국회의 문턱을 통과해야 한다.
기재부는 오는 4월 추가 세미나를 열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5월 초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확정하는 세제 지원 방안은 오는 7월 발표하는 세법개정안에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전문가로 구성된 밸류업 자문단을 발족해 밸류업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투자 판단 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했다.
증권가 “한국기업 움직임 이끌려면 세제 인센티브 필요”
정부의 추진 방향대로 기업을 이끌기 위해선 세제환경 개선(상속·증여세, 법인세 인하 등)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게 증권가의 진단이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상속세율 체계에서는 대주주가 주가를 높이려 노력할 유인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상속·증여세율이 높기 때문에 대주주는 주가가 오르는 것이 부담스럽고, 주가부양에 도움이 되는 주주환원에 소홀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높은 법인세율은 기업의 투자의지와 외국기업의 한국투자 매력도를 낮추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24%로 OECD 평균(21.5%)보다 높은데, 정부는 이를 22%까지 낮춘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한국경제에서 투자 비중은 낮아지고 있으나 법인세 부담은 높아지고 있다. 반면, 법인세를 2000년 26%에서 2010년 17%로 무려 9%p 낮춘 싱가포르는 투자와 법인세의 GDP 비중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싱가포르에 위치한 기업들은 투자 활력과 이익이 함께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