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지분율 6.20%…방경만 대표 후보 운명 국민연금 선택에 달려
금호석유 지분율 9.27%···자사주 소각 100% 또는 50% 결정 지을 듯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큰 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시장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 요구가 사측 입장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와중에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까지 엇갈리면서 대주주 국민연금의 결정이 대표이사 선임·재선임 등 민감한 안건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열린 정기 주총 중 총 12개 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
12곳 가운데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씨, 효성, 삼성물산 등은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했다. 수책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해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한 주주권 행사 관련 사항을 결정한다. 민감한 안건에 대한 결정을 맡은 만큼 시장은 수책위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결정에 대표 선임·재선임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수책위는 지난 3차 회의를 통해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하기로 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선택과 달리 조현준·조현상 형제는 각각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이어 4차 회의를 통해서는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재선임에 반대를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주식 7.61%(작년 말 기준)를 보유한 2대주주다. 수책위는 조원태 회장의 선임 안건에 대해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의무 소홀”을 이유로, 이사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 “보수금액이 경영성과에 비춰 과다하다”고 판단해 각각 반대하기로 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경영진에만 제동을 거는 것은 아니다. 지난 15일 있었던 삼성물산 정기 주총에선 보통주·우선주 각각 한주당 4,500원·4,550원 현금배당과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측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힘입어 표 대결은 삼성물산 이사회 측 안건의 승리로 돌아갔다.
포스코홀딩스 주총 안건에서는 수책위가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의 최근 발언 방향과 달리 장인화 회장 후보 선임안에 ‘찬성’을 결정해 국민연금 의결권 방향 예측이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김태현 이사장은 언론사 전화인터뷰를 통해 포스코 회장 선출 절차 및 사외이사 재선임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남은 주총에서의 국민연금 표가 캐스팅보트로 떠오르고 있어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는 곳은 KT&G다. KT&G는 오늘 28일 주총이 예정돼 있는데 지난해부터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KT&G의 경영진을 견제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지분율 6.93%의 최대주주 IBK기업은행도 사실상 방경만 수석부사장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 의사를 표하며 사측의 반대 입장에 섰다. 게다가 올해 투표는 사내이사·사외이사 구분 없이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로 실시되는데, 기업은행은 다른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사실상 방 후보에 표를 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여기에 외국인투자자 표심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1위 의결권 자문사 ISS도 방 사장 후보의 선임에 반대를 권고한 상태다.
이에 KT&G는 ISS가 잘못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론을 냈다고 주장하며 적극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KT&G의 주총은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KT&G 지분율 6.20%를 보유한 대주주 중 하나다. 또 지난해 KT&G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관여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국민연금은 KT&G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지분이 분산돼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에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캐스팅보트 국민연금을 잡기 위해 앞서 FCP는 국민연금에 의결권 행사 촉구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KT&G외에도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는 하나의 격돌지는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주주제안을 한 금호석유화학이다. 차파트너스는 자사주를 100% 모두 소각하라고 요구한 반면, 금호석유는 자사주 50% 분할 소각안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 모두 금호석유 안건에 힘을 보태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특수관계인을 제외하고 5% 이상 보유한 유일한 대주주로, 금호석유 지분 9.27%를 보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