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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95% 찬성 28년 만에 ‘회장직’ 부활···“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도약”
유한양행, 95% 찬성 28년 만에 ‘회장직’ 부활···“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도약”
  • 윤상현 기자
  • 승인 2024.03.15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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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욱제 대표 “R&D 인재 필요”···일부 직원 반발 트럭 시위
주총 이전부터 회장직 신설 논란됐으나 투표자 95% 찬성
유일한 박사 손녀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 “할아버지 정신, 가이드라인 돼야”

논란이 있었던 유한양행 회장·부회장직 신설 안건이 정기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서 회장직이 신설된다. 유한양행의 회장·부회장 직제가 부활은 28년 만이다.

유한양행은 15일 서울 동작구 본사 4층에서 열린 10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장과 부회장직을 신설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제2호 의안인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약 95%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주주총회가 열려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주주총회가 열려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이번 안건은 제33(대표이사 등의 선임) 등 기존 조항에 회장과 부회장직이 추가하고 이사 중 회장과 부회장을 선임하는 것이 골자다.

유한양행에서 회장부회장 직제가 다시 생긴 건 1996년 이후 28년 만이다. 유한양행의 100년 넘은 역사에서 회장 직함을 단 사람은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와 연만희 고문 단 두 명뿐으로, 연 고문이 회장에서 물러난 1996년 이후에는 회장직에 오른 이는 없었다. 이후 유 박사의 유언에 따라 전문경영인 체제 속에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를 중심으로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져왔다.

이날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의안 통과 전에 제약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혁신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회장과 부회장 신설은 다른 사심이나 목적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에 제 명예를 걸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회장·부회장 직제 신설이 회사목표인 글로벌 50대 제약회사로 나아가기 위해 선제적으로 직급 유연화 조치에 따른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조 사장은 이 시점에서 (내부 임원에게) 회장을 하라고 해도 누구도 할 사람은 없고, 설사 본인이 한다 하더라도 이사회에서 반대할 것이라며 언젠가는, 미래를 위해서 이 직제가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해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유화 우려 등 유일한 회장의 진심에 어긋나지 않도록 제가 있는 동안 틀림없이 잘 지켜나가겠다고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유한양행은 이번 정기 주총에서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해 회장, 부회장 직제 신설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회장직 신설이 유 박사의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유한양행 창업주 故 유일한 박사의 손녀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가 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유한양행 창업주 故 유일한 박사의 손녀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가 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달 11일 미국에서 귀국한 유일한 박사의 손녀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할아버지 유지(정신)이 제일 중요하다모든 것은 할아버지 유지에 따라 평가돼야 한다유일한 박사의 이상과 정신을 가이드라인 삼아 회사의 지배구조 등 모든 것이 얼마나 정직했는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게다가 유한양행에 회장직이 신설된 이후 이정희 전 대표이자 유한양행 현 이사회 의장이 회장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 의장이 유한양행을 사유화하려고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유한양행 본사 앞에는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이를 반대하는 트럭시위가 등장했으며, 유일한 박사의 손녀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가 최근 언론을 통해 유한양행이 할아버지의 창립 원칙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밝혀 유한양행 내부에 이상기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15일 오전 유한양행의 회장·부회장직 규정 등 정관 변경 안건 의결과 관련한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 앞에서 철회 촉구 트럭 시위가 열리고 있다.
15일 오전 유한양행의 회장·부회장직 규정 등 정관 변경 안건 의결과 관련한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 앞에서 철회 촉구 트럭 시위가 열리고 있다.

치열한 주주 공방, 그러나 주총 결과는 압도적 찬성

유한양행의 회장·부회장직 신설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컸으나 찬성의 의견도 만만치 않게 컸다.

유한양행에 44년을 근무했던 유한양행 OB모임인 현 유우회회장 김인수 주주는 왜 오너가 없는 국민기업이 회장직을 도입하느냐는 질문이 4,000명의 회원이 있는 유우회에서도 많이 나왔다아마 유한인들은 대기업이나 과거 일반 회사들의 회장이나 고문, 그런 인사전행, 장기집권, 횡포와 같은 문제점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981년에 유한에 입사했을 당시 매출이 380억이었지만 올해 매출계획을 보니 21,000억원에 달한다내가 입사할 때 계열사가 3개였는데 지금은 18개다. 현 시점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직제 신설이 필요한 시기는 맞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선임절차는 객관적인 절차가 필요한 만큼 가칭 선임추천위원회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회장·부회장직 신설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갑론을박이 치열했으나 주총 투표 결과는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아 원안대로 통과됐다. 투표(주주) 참여자 68% 95%가 찬성에 표를 던진 것이다.

이정희 사진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유한양행은 회장·부회장직 설치 관련 정관 변경 안건을 다뤘다.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선 조욱제 대표가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연임에 성공했다. 김열홍 R&D 총괄 사장도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이정희 이사회 의장은 기타비상무 이사로 재선임됐다. 직제가 마련되면 회장직에 오를 인물로 거론되기도 했던 이정희 의장은 주총장을 빠져나가며 저는 (회장) 안 하겠다는 말씀만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총에서는 2023년 재무제표·연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사내이사 2, 기타비상무이사 1, 사외이사 1) 감사위원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일부 변경의 건 등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또한, 보통주 1주당 배당금 450, 우선주 460원의 현금배당(321억원)도 실시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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