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측과 이를 추진하려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및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모녀 간 분쟁이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운데 소액주주들은 어느 쪽에 힘을 실어야할지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및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연합과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 연합 대결구도로 표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미약품그룹은 지난 1월부터 오너 일가 간 갈등이 불거진 상태다. 에너지 전문 OCI그룹과 지분 맞교환 방식의 통합 계약을 체결했지만, 해당 결정에 참여하지 못한 장남 임종윤 사장과 차남 임종훈 사장이 지난 1월17일 수원지방법원에 공동으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9.91%를 갖고 있으며, 임종훈 사장은 10.56%를 보유하고 있어 이들은 한미사이언스 주총 안건으로 자신들을 포함해 총 6명의 사내·사외이사 선임 건을 상정했다. 경영에 복귀해 OCI와의 통합을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목표다.

이러한 상황에 주주들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온라인 종목게시판 등을 보면 임종윤 사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잇는 가운데 송 회장과 임종윤 사장 모두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는 중립적 의견도 적지 않다.

일단 장남을 지지해야 한다는 세력은 OCI와 통합 후 기업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한 주주는 ‘주주들이 통합을 반대하는 당연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OCI가 부광약품과 합병할 때에도 지금과 똑같이 이종 간 시너지라며 각자대표 체제로 합치더니 현재 부광은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해 주가가 폭락했다”며 “통합으로 인해 한미사이언스가 중간지주사로 전락해 가치가 훼손되고 앞으로도 부광약품과 같은 전철을 밟을 거라는 우려를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주주는 “지배구조에 따라 적정한 가치가 있는데, 통합지주사를 두고 중간지주사 주가가 어떻게 될 지 예상 못할 거라 생각하면 주주를 너무 무시하는 것”이라며 “자녀들 중 임주현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만 치중한, 다른 모든 주주를 제외한 모녀와 OCI만 승자가 되는 거래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임종윤 사장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를 지내던 시절 주가가 부진을 겪었다는 이유에서다. 송영숙 회장이든 임종윤 사장이든 적극적인 주주가치제고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주주는 “임종윤 사장이든 송영숙 회장이든 둘 다 주가로 입증을 해야 한다”며 “17만원짜리 주식이 3만원대가 됐다.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이지 서로 본인의 경영능력이 좋으니 지지해 달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주 역시 “주가부양과 주주들을 위한 확실한 보상 없으면 주주들이 임종윤 사장을 굳이 도울 이유가 없다”며 “송 회장을 지지하라는 소리 아니지만 주가만 올린다면 그 누가 된들 상관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송영숙 회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OCI와의 통합은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임종윤 사장 역시 곧바로 입장문을 발표하며 “OCI와의 통합은 사실상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에 종속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박하며 주주들에게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민준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