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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5곳 내달 삼성물산과 표 대결···배당증액 등 요구
행동주의 펀드 5곳 내달 삼성물산과 표 대결···배당증액 등 요구
  • 윤상현 기자
  • 승인 2024.02.15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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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 자사주 매입 및 배당증액 통해 1조2,000억 규모 주주환원 요구
다음달 15일 주주총회서 표 대결 전망
행동주의 펀드 5곳 합계 지분율 1.46%···“수용 가능성 낮아”
증권가 “행동주의 주주서한 발송·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에 시장 기대감 상승”

삼성물산을 대상으로 행동주의 펀드 5곳이 연합해 배당증액과 자사주 소각 등 총 12,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요구한 가운데 다음 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이 같은 안건을 올린만큼 표 대결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가 삼성물산의 성장 여력을 훼손할 만큼 과도한 수준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을 대표해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펀드 5곳의 합산 지분이 1.5%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주총에서 안건이 가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15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다음 달 1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등 5곳의 기관투자자가 주주제안으로 올린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 안건을 의안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5곳이 연합해 삼성물산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고 나서, 다음달 15일 진행될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예상된다.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5곳이 연합해 삼성물산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고 나서, 다음달 15일 진행될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예상된다.

주주제안을 올린 곳은 씨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와 안다자산운용,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이다. 이들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1.46%에 달한다. 삼성물산에 주주친화정책을 요구했던 영국 팰리서캐피탈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 행동주의 펀드는 삼성물산에 5,00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하고,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각각 주당 4,500, 4,550원씩 배당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삼성물산이 제안한 배당액보다 각각 76.5%, 75.0% 증액된 규모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해 주주이익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한 바 있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보통주 주당 2,550, 우선주 주당 2,600원을 배당하고, 관계사 배당수익의 60~70%를 주주에게 환원할 계획이다. 또한, 자사주를 5년 간에 걸쳐 소각할 예정이었으나 그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해 매년 3분의 1씩 자사주를 소각해 오는 2026년까지 전량 소각할 것을 결정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는 전체 주식수의 약 13%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은 전날 이사회에서 보통주 총 781만주(지분율 4.2%)와 우선주 전량인 16만주(지분율 9.8%)를 소각할 것을 결정했다. 이는 시가로 약 1조원 이상 규모로, 삼성물산 자기주식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과거 제일모직과 합병할 당시 취득한 자기주식인 보통주 1888,889주와 기타 주식(우선주) 159,835주를 임의·무상 소각하는 감자도 포함돼 있다.

이번 행동주의가 요구하는 삼성물산의 주주환원 규모는 12,364억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물산이 발표한 1조원어치 자사주 소각 규모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삼성물산 측이 계획한 주주환원 정책과 행동주의 펀드 연합의 요구 간 괴리가 큰 만큼 주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금융투자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에 대해 삼성물산을 대상으로 울프팩 전략을 본격화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다. 울프팩 전략은 행동주의 펀드 여러 곳이 연합해 한 기업을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늑대가 사냥할 때 무리를 구성하듯 공시의무가 없는 5% 미만 지분을 확보한 뒤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도록 공격하는 전략으로 보면 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티오브런던 등 5곳의 행동주의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1.46%, 이들의 제안이 주총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다른 기관투자자나 소액투자자가 행동주의 펀드 편에 서서 표행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삼성물산은 주주들에게 회사 측 제안에 찬성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주총 소집 공고를 통해 요청한 상황이다. 현재 이재용 회장(18.10%) 등 특수 관계자가 가진 삼성물산 지분은 33.63%. KCC(9.17%)와 국민연금공단(7.25%)도 주요 주주로 있으며, 소액주주 비율은 39.21%.

삼성물산은 행동주의 펀드가 요구한 주주환원 규모는 2023년과 2024(별도기준)의 잉여현금흐름 추정액 100%를 초과하는 것이라며 이런 규모의 현금이 빠져나가면 회사는 미래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운데다 경쟁력이 급격히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행동주의 펀드의 최대 목적은 단기차익 실현인만큼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훼손하는 요구를 많이 한다. 이들이 삼성물산에 요구한 1조원어치 주주환원책은 결국 회사의 투자·고용 여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행동조의 펀드들의 공격은 기업의 성장과 생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많다. 캐나다 지배구조 전문 연구기관인 IGOPP2015년 발간한 행동주의 헤지펀드 연구: 경험적 증거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은 기업 115개 가운데 2014년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63개에 불과했다. 절반에 가까운 52개사는 부도·청산 절차를 밟거나 사모펀드(PEF) 등에 매각됐다. 보고서는 이들 기업이 헤지펀드 요구를 수용해 배당을 늘리고 핵심 자산을 매각하면서 성장 동력이 손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가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랩시행 예고로 최근 저 PBR주들이 수혜를 입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 주가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PBR 이 낮다고 무조건 저평가된 것은 아니다. 수익성, 사업구조, 주주 이익 개선 가능성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하는데 삼성물산은 이 모든 기준을 충족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이재용 회장 등 오너일가의 상속세 납부를 위한 0.65% 처분신탁에 따른 지배주주 지분축소(31.1%)를 비롯해 해외 행동주의펀드들의 주주서한 발송, 정부의 기업밸류업 프로그램 운영 계획 발표 등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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