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VLAC 등 연초 선박 수주 활발…연간 목표치 34% 달성
글로벌 1위 조선사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3,000억원에 육박한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3년 만에 적자에서 탈출했다. 무려 4년 치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확보한데 힘입어 지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선가 상승분이 본격 반영되는 올해 실적 전망은 더욱 좋다. HD한국조선해양은 안정적인 수주잔고를 유지하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를 통해 실적 개선 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HD한국조선해양은 2023년(연결기준) 매출 21조2,962억원, 영업이익 2,82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3.1%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2022년 영업손실 3,556억원)한 성적이다. 순이익 역시 1,449억원을 시현해 흑자로 돌아섰다.
HD한국조선해양 2023년(연결기준) 사업부문별 경영실적
HD한국조선해양은 글로벌 친환경 선박시장 선점에 따른 수주량 확대와 건조물량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확대됐으며, 영업이익은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에 따른 선가 상승분이 실적에 반영되며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조선부문은 선박건조 물량 증가와 선가상승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1.5% 증가한 17조6,94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02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해양플랜트부문은 건조물량 확대로 1조2,68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374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을 줄였다.
엔진기계부문은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엔진판매 증가로 매출 2조7,395억원, 영업이익 2,863억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각각 57.3%, 67.2% 증가했다.
한편, 지난해 4분기 매출은 5조9,890억원 영업이익은 1,611억원을 시현해 전년 동기대비 각각 21.2%, 37.5% 성장했다.
현대삼호중공업 영업익 3,017억 전년대비 1,604.5%↑···현대미포조선, 조선계열사유일 적자
자회사인 HD현대중공업은 11조9,639억원, 현대미포조선은 4조391억원, 현대삼호중공업은 5조9,587억원 매출을 각각 올렸다.
영업이익의 경우 현대미포조선이 조선계열사 중 유일하게 1,66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다만 현대삼호중공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1,604.5% 급증한 3,017억원 달성함으로써 현대미포조선의 실적 부진을 상쇄할 수 있었다.
주요 연결대상 회사별 별도기준 경영실적
HD한국조선해양은 2023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현대미포조선에서는 일부 선박 건조가 지연되는 상황이 나타났고 생산성 안정화 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적 둔화세를 보였다”며 “올해 4분기부터는 과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삼호중공업은 수주, 생산성, 수주잔고가 경쟁사 대비 좋다”며 “수주잔고에 카타르 물량이 적은 편인데 이는 저가 수주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생산성도 기존 계획보다 앞서나가며 실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VLAC 등 연초 선박 수주 활발…올 들어 한달 만에 연간 목표치 34% 달성
HD한국조선해양은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 강화로 주요 선사들의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높을 수 있는 만큼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통해 올해를 턴어라운드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연초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다. 지난 1일 기준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총 38척, 46억5,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연간 수주 목표 135억달러 대비 34.4%에 달하는 규모로, 새해 들어 불과 한달여만에 연간 목표의 3분의 1을 달성한 것이다.
이 같은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 성과는 탄소배출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 발주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암모니아운반선(VLAC)과 같은 친환경 선박 건조에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데, 한국과 중국이 수주를 양분하고 있는 메탄올 추진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국이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HD한국조선해양 선종별 수주량은 LNG운반선 2척, PC선 15척, LPG·암모니아운반선(VLAC) 15척, 에탄운반선 1척,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2척, 탱커 2척, 해양 1기 등이다. 무엇보다 VLAC 수주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고무적이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VLAC는 수소 사회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면 암모니아 운반선을 비롯해 암모니아를 주 연료로 활용한 선박 발주도 현재보다 늘어날 수 있어 장기 성장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꼭 선점해야 하는 시장으로 꼽힌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0년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암모니아 이중 연료 엔진에 대한 기본 인증을 획득하는 등 내년까지 암모니아 대형 엔진 개발을 완료해 급성장하는 VLAC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할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연초부터 LPG와 VLAC 위주로 수주를 진행 중인데 질적, 양적으로 풍부한 수주량이라고 할 수 있다”며 “암모니아 운반선은 일본과 한국 발전시장에서 혼소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발주가 증가하고 있고,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수선 사업 및 해외 현지 함정사업 진출 본격화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를 기점으로 특수선사업에 본격 진출하며 사업 확장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예정된 페루호위함 사업과 하반기 KDDX사업 입찰에 참여하며, 내년 상반기에는 필리핀호위함 사업에 입찰할 계획이다.
특히, 필리핀호위함 건조사업은 1차, 2차 사업을 모두 HD현대중공업이 도맡아 진행한 만큼, 3차 사업 역시 HD현대중공업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페루호위함 사업의 경우 HD현대중공업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위함사업과 관련해 HD한국조선해양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이사는 “지난해 저희 당사가 수행한 국내 특수 사업 중에 가장 주목할 것은 KDDX 기본 설계를 3년간 수행해서 성공적으로 납품을 했다는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말에 납품을 했는데 방사청과 해군이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다음 사업으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위사업 관리 규정상 기본 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그 결과물에 대해서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으면 상세설계 및 선 건조로 이어지게 돼있다”며 “특별 사유가 없는 한 연구개발을 기본설계가 주관한 업체가 수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HD한국조선해양은 연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합작조선소를 짓는 등 현지 함정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