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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달래기 나선 한국전력, 정기배당 처음으로 안 받는다
자회사 달래기 나선 한국전력, 정기배당 처음으로 안 받는다
  • 김성호 기자
  • 승인 2024.02.06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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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자회사 “이미 지난해 3조2,000억 중간배당 챙겨”
“수조원 중간배당 받고 수천억 정기배당 안 받는 건 생색내기” 지적

한국전력이 다음 달 발전자회사들로부터 받기로 예정된 정기배당을 수취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전력이 정기배당을 받지 않는 것은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말 발전자회사로부터 32,000억원의 중간배당을 챙겨간 이후 자회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조원에 달하는 중간배당금을 이미 걷어간 상황에서 수천억원 안팎인 정기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것은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달 9일 한국수력원자력, 동서·서부·중부·남동·남부발전 등 발전자회사에 '2024년 정기배당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통상 한국전력은 1년에 한번, 회계연도 결산 이후 3월께 발전자회사로부터 정기배당을 수취하는데 최근 2년간 1,000억원대의 정기배당금을 걷은 바 있다. 지난해의 경우 서부발전으로부터 5319,300만원, 남동발전에서 3583,300만원, 동서발전으로부터 144,8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다만 한수원, 중부·남부발전 등 3곳은 전년도 실적이 적자를 기록하며 배당금이 없었다.

한국전력공사가 다음달 예정된 발전자회사들로부터의 정기배당을 받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말 발전자회사로부터 3조2,000억원의 중간배당을 챙겨간 이후 자회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전력공사가 다음달 예정된 발전자회사들로부터의 정기배당을 받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말 발전자회사로부터 3조2,000억원의 중간배당을 챙겨간 이후 자회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한수원이 1,3601,000만원, 중부발전이 2469,400만원, 동서발전이 486,600만원을 한국전력에 정기배당했으나, 서부·남부·남동발전은 적자로 인해 배당을 실시하지 못했다.

올해도 한국전력이 정기배당을 받아봤자 큰 이익을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이를 취소한 것이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한수원이 지난해 3분기(연결기준) 4,7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배당에 나서지 못하는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전력이 지난해 3조원 이상의 막대한 중간배당을 수취한 만큼,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기배당은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중간배당 이후 발전자회사의 불만이 커진 상황도 작용했다.

발전자회사들은 한국전력이 수조원의 이익잉여금을 가져간 상황에서 정기배당만 안 하는 것은 생색내기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발전자회사 한 관계자는 “4분기 실적이 안 나왔지만 다들 재무상황이 어려워 정기배당을 한다고 해도 규모가 작을 것이고 마이너스인 회사도 많을 것이라며 사실상 정기배당을 하든 하지 않든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 6(한수원 및 발전5)과 한전KDN은 지난해 12월 말 이사회를 통해 한국전력이 요구한 총 32,000억원의 중간배당안을 각각 의결했다. 한수원이 15,6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으며, 발전 5사가 총 14,800억원, 한전KDN1,600억원을 중간배당했다.

발전자회사들은 유례없는 대규모 중간배당을 지급하기 위해 일제히 정관을 손보고, 그동안 조금씩 모아둔 이익잉여금을 내놓았다. 한국전력은 이익잉여금 규모대로 각 회사에 중간배당액을 정했다고 설명했으나, 발전자회사들은 산정 방식조차 깜깜이였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한수원의 이익잉여금은 15607억원으로, 이 중 법정적립금인 이익준비금 6,061억원을 제외한 144,546억원이 중간배당의 재원으로 쓰였다. 발전사들도 이전부터 2~3조원대의 이익잉여금을 쌓아뒀는데 고스란히 한국전력으로 빠져나갔다.

이처럼 발전자회사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전력이 연말까지 중간배당을 챙긴 배경에는 한전채 발행 한도가 턱밑까지 찼기 때문이다. 중간배당 등을 통해 한국전력은 한전채 발행 한도에 간신히 숨통만 틔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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