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저한 저평가 상태에 놓인 기업 주목할 필요”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외면 받던 대기업 지주사들의 주가가 최근 강세흐름을 이어가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모처럼 들썩이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의 지주사인 삼성물산은 전일 대비 7.75% 오른 14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물산은 최근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년6개월(2021년 8월6일)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게다가 전날 1조원 규모의 자사주소각을 발표하면서 주가의 추가 상승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외에도 LG(7.44%), SK(7.36%), 롯데지주(7.57%) CJ(7.45%), 한화(10.09%), LS(5.38%) 등 주요 그룹 지주사들의 주가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보이고 있다. 최근 이들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나타내며 10% 이상 급등했다.
이 같은 주가 흐름은 금융당국이 이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정책 수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지주회사 ROE-PBR 분포
그동안 국내증시는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성장주들이 득세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어왔다. 반면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아 가치주로 묶인 지주사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으며 주가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예상 PBR은 삼성물산(0.75배), LG(0.45배), SK(0.46배), CJ(0.58배), 롯데지주(0.29배) 등 대부분의 지주사 PBR은 1배를 하회하고 있다. PBR은 주가를 1주당 순자산(BPS)으로 나눈 것으로, PBR이 1배라면 장부가치와 시장가치가 동일하다는 의미이며, 1배보다 낮으면 보유한 순자산보다 저평가돼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PBR이 1배보다 높으면 고평가됐다고 해석하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지주사들은 자회사들을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이기 때문에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활동보단 지배구조를 통한 자회사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주가 측면에서도 매력도가 떨어져 PBR이 낮게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달 발표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거래소의 주요 투자지표 비교 공시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제고 노력 우수 기업으로 구성된 코리아 프리미엄 지수(가칭) 개발 계획 등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은 기업 스스로가 저평가된 이유를 분석해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투자자에게 소통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기업이 자체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거래소는 2월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PBR 1배 미만, 시가총액 8조원 이상 대형주가 정부의 기업 저평가 해소 정책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실시를 통해 지주회사의 최대 수혜가 예상된다”며 “지주회사의 보유 자사주 비율은 8.2%로 시장평균(2.9%) 대비 크게 상회하고 있고,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을 진행 중인 기업도 18개사에 달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현저한 저평가 상태에 놓인 기업으로 한화(PBR 0.05배·ROE 10.5%), CJ(PBR 0.14배·ROE 4.0%) 등을 꼽았다. 또, 자사주 비율이 높으면서 저평가 상태에 있는 기업으로는 SK(자사주 비율 24.6%·PBR 0.15배·ROE 5.8%), LS(자사주 비율 14.7%·PBR 0.42배·ROE: 9.9%), LG(자사주 비율 2.6%·PBR 0.43배·ROE 8.8%) 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