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 고강도 규제로 게임업계 파장 커지자 철회 가능성에 무게”
게임업계 “사실상 백지화될 것으로 기대”
전문가 “낙관 일러, 中정부 정책 불확실성 심해 향후에도 규제 유지될 것”
중국정부가 과금 유도를 막기 위해 지난달 발표한 고강도 온라인게임 규제 초안이 돌연 삭제되면서 업계에선 규제안이 철회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규제 취소에 대한 낙관은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4일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게임부문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서(NPPA) 공식 사이트에 게시됐던 ‘온라인 게임 관리 방안’(의견 초안)이 지난 23일 돌연 삭제됐다.
현재 초안 게시물에 접속하면 ‘404((페이지를 찾을 수 없음)’ 오류가 뜬다. 404는 페이지 오류를 뜻하는 인터넷 코드로, 삭제된 게시물에서 볼 수 있는 문구로, 지난달 22일 게시된 이후 한 달여만에 삭제된 것이다.
중국정부의 게임관리 대책은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는 게임 BM(수익모델)을 규제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해당 초안에는 ▲일일 게임어미 충전한도 설정 ▲일일 로그인 보상, 최초 충전보너스, 연속 충전보상 등 과금 유도 상품 제한 ▲투기 및 경매 형태의 게임 아이템 유저간 거래 금지 ▲법정통화 환전 금지 ▲과한 소비에 대한 경고 팝업 고지 ▲유저간 강제 전투 금지 ▲확률형 아이템 강제 금지 ▲미성년자 아이템 구매한도 설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해당 초안대로라면 게임 이용자 1인당 지출이 제한되고, 특히, 확률형 아이템을 비롯해 게임사 수익모델(BM)이 전반적으로 위축돼 게임업체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온라인게임 관리 규제 초안의 주요 내용 및 영향
실제로 이 영향에 초안 발표 당일 텐센트, 넷이즈 등 중국 게임업체들의 주가가 폭락했고 중국과 관련이 있는 국내 게임업체들의 주가 역시 출렁거렸다.
이에 중국정부는 규제안을 발표한지 하루 만에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초안으로 관련 부처와 기업, 이용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 “관련 부처와 기업, 이용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1월22일까지 규제 최종안을 발표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일반적으로 규제 초안 자체가 삭제되는 일은 드문 사안임에도 이번에 돌연 삭제되면서 규제가 사실상 백지화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규제가 변경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직속 기구인 중앙선전부의 출판국장 펑스신이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펑스신 출판국장이 NPPA에 게시했던 ‘온라인게임 관리 방법’ 여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중국 게임규제 담당자가 해임됐다. 검토 중인 상태에서 발표했기 때문이었는데 이게 중국 정부의 간접적인 시그널이라고 봐야 한다”며 “게임업계는 중국의 규제 발표대로 해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진출을 확장 중인 국내 게임업체들 역시 이번 온라인게임 규제 초안 삭제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외자 판호를 다수 발급 받고 중국에 진출했거나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중국 게임규제 초안이 발표된 지난 22일에는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앤소울2’, 위메이드 ‘미르M’,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넥스트 제너레이션’ 등 국내 게임이 외자 판호(서비스 허가권)를 발급 받기도 했다.
한편, 게임규제 초안이 삭제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23일 중국 게임업체들의 주가는 상승했다. 텐센트홀딩스는 전일 대비 4.96%, 넷이즈는 6.67% 각각 상승했다. 같은 날 국내 게임업체인 데브시스터즈도 전일 8.65% 상승 마감했으며, 크래프톤(4.08%)과 위메이드(4.06%) 등의 주가도 일제히 상승폭을 키우며 장을 닫았다.
텐센트 주가 추이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규제가 시장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 정부에서도 민감했을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사실상 규제를 철회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안양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해당 규제가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당국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규제안 철회가 아닌 향후 보완된 최종안이 발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섣부른 ‘중국정부의 게임 규제 취소’ 전망은 금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직 공식적인 중국정부의 입장은 발표되지 않았다”며 “통상적으로 의견 청취 이후 2∼3달 이후 공식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점을 고려하면 규제 취소를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게임 업종에 대한 규제는 일정 수준 유지된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확률형 아이템 규제나 미성년자 보호 조치 등은 다른 국가에서도 어느 정도 도입하고 있는 만큼 향후라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설령 최종 규제안이 나와 시행되더라도 국내 게임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 이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규제안 초안 자체가 너무 모호하다”며 “결국 수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완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으니 시장에서 너무 과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정부는 너무 커져버린 게임산업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올해 중국정부의 신년 경제 메시지가 ‘선립후파’(일단 성장에 집중하고, 나중에 잘못된 것은 고친다)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자국 최고 시가총액 기업(텐센트)의 시총이 순식간에 60조원 빠지는 걸 좋아하거나, 잘 됐다고 생각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