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0원 돌파를 눈앞에 뒀던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해 4분기 컨센서스를 하회한 실적발표와 삼성그룹 세 모녀의 블록딜 소식에 7,300원대까지 고꾸라졌으나 증권가에선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블록딜 이후 기관을 중심으로 대량으로 출회됐던 삼성그룹 주식 대부분은 외국인투자자자들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전일대비 0.14% 하락한 73,1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랠리에 힘입어 79,800원까지 올라 8만전자를 눈앞에 두고 투자자들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1월 들어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블록딜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성적표까지 발표되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1월2일~12일 삼성전자 투자자별 거래실적
기관은 이달 2일부터 12일까지 삼성전자를 총 3조1,342억원어치 내다 팔았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1조7,194억원, 1조3,82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기관이 쏟아낸 물량을 받아냈다.
앞서 지난 11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전자 지분의 약 5%에 해당하는 2,982만9,183주(약 2조1,900억원)를 블록딜로 매각했다.
이번 대규모 주식 매각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후 약 12조원에 달하는 유족들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삼성전자의 2023년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67조원과 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4.91%, 35.03% 감소했으며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58조1,600억원, 6조5,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58%, 84.92% 급감했다.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지난 2008년(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이 처럼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를 바닥으로 올해 1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일제히 입을 모았다. 블록딜로 인한 오버행 이슈 또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향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지만 이번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가 시장을 약세장으로 전환하는 재료가 되거나 혹은 반도체 주도력 약화의 서막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반도체 수출 및 가격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속도 우려가 반영된 이후에는 재차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영업이익 예상 증가율은 지난해 말 362%에서 현재 418%까지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부터 상속세 연부연납이 지속됐는데 오너일가가 상속세를 낼 때 매번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 현금, 대출 등 다양한 방식을 쓴다”며 “이번 블록딜로 상속세 4차 납부가 완료될 것인만큼 사실상 오버행 이슈는 거의 해소됐고 주가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HBM 수요, 일반 서버와 PC용 DDR5 수요에 힘입어 파운드리와 팹리스 산업 대비 양호할 것으로 보이고, 거시경제 영향을 크게 받는 타 산업 대비 투자 매력도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며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수요 등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모멘텀도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 차익실현을 고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느리긴 해도 업황 바닥은 지나 개선 중이며, 상반기에 선진국 금리인하 사이클로 진입한다면 연말부터는 본격 회복세가 예상된다”며 “주가 7만원 부근에서는 다시 저가 매수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고 밝혔다.
한편, 금일 오전 10시00분 현재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09% 오른 73,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