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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실망시킨 태영건설 자구계획, 주가는 널뛰기 변동성
채권단 실망시킨 태영건설 자구계획, 주가는 널뛰기 변동성
  • 윤상현 기자
  • 승인 2024.01.04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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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주가 변동폭 확대···채권 연초 효과에도 불안감 확산
이복현 “태영건설 자구안 아닌 오너일가 위한 자구안” 비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제시한 자구안이 채권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주가가 급등락을 연출하고 있으며, 채권 역시 위험한 상황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태영건설은 전일 대비 5.39% 하락한 3,07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일 24% 가까이 급등했던 태영건설 주가는 이날 장중 내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개장 직후 상승세로 시작한 태영건설은 곧바로 18% 가까이 급락하다 서서히 낙폭을 줄이며 상승 전환했다. 하지만 오름세가 오래가지 않고 다시 내림세로 전환하다 오후 들어 또 다시 상승하며 이날 최고점을 찍은 이후 다시 하락전환하며 거래를 마쳤다.

이날 태영건설의 최저가가 2,665, 최고가가 3,560원인 것을 감안하며 하루 동안 주가 변동폭은 무려 33.58%p의 갭을 나타낸 셈이다.

자료: 한국거래소
자료: 한국거래소

이 같은 주가흐름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한지를 고스란히 나타낸 것으로 판단된다.

9조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갚지 못한 태영건설은 전일(3) 오후 3시 산업은행에서 채권단 설명회를 열고 그룹차원의 자구안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태영건설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 지원 계열사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매각대금 지원 계열사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기존에 내놓았던 자구안을 반복하는 수준으로 채권단을 크게 실망시켰다. 무엇보다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대주주 사재 출연이나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은 거론되지 않았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반응까지 보이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불발과 법원 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갈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또한, 일부 채권단 관계자들은 태영건설의 자구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설명회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위한 채권단 75% 이상 동의를 얻어낼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내놓은 자구안이 채권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주가가 롤러코스터급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내놓은 자구안이 채권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주가가 롤러코스터급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복현 태영건설이 제시한 자구안은 회사 아닌 오너 일가 위한 것비판

태영건설이 전일 내놓은 알맹이 빠진 자구안에 대해 채권단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시각도 싸늘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태영건설이 아닌 오너 일가를 위한 자구계획’,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수천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태영그룹 오너 일가가 이번 자구계획에서 단 1원도 내놓겠다는 의사를 전하지 않자 진정성을 의심한 것이다.

금일(4) 이복현 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현안과 관련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주된 플레이어는 아니다라며 전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태영건설이 협력업체나 수분양자, 채권단 손실을 위해 지원하기로 한 제일 최소한의 약속부터 지키지 않아 당국 입장에서 우려와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태영건설의 자구계획을 보면 견리망의(見利忘義·이익을 보면 의리를 잊는다)’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태영건설은 시공·시행을 한꺼번에 맡아 하면서 1조원 넘는 이익을 얻었고, 이중 상당 부분이 총수 일가 재산증식에 기여했는데 부동산 다운턴에서는 대주주가 아닌 협력업체·수분양자·채권단이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또 태영건설이 제시한 4가지 자구안에 대해서도 안건별로 부족한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과 관련해 이 원장은 오너일가의 급한 일에 소진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당초 약속한 1,549억원 중 실제로 태영건설에 지원한 400억원도 회사가 받은 매각자금만 들어가 있고, 대주주 일가의 자금은 파킹돼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채권단이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 매각에 대해서는 대주주 일가에 필요한 급한 채무변제에 매각 자금을 먼저 쓰고 남는 돈을 태영건설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 들었다그렇게 되면 실제로는 현금성 자산은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코비트 매각과 관련해 이 원장은 에코비트는 상당히 건실한 기업이지만,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기타 대주주가 있고 단기간 내 매각이 성사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자산 자체의 건전성과 별개로 현실성 있는 자금 조달 계획이 없다는 채권단의 의구심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에서 태영건설의 자구계획과 관련해 ‘태영건설이 아닌 오너 일가를 위한 자구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에서 태영건설의 자구계획과 관련해 ‘태영건설이 아닌 오너 일가를 위한 자구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이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는 기초적인 신뢰 축적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담대를 금융채권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외담대가 망가지면 앞으로 채권 형태의 자금 유통이 불가능해진다. 워크아웃의 대전제인 신뢰를 첫 시작 단추부터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영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에 선을 긋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원장은 당국의 의견이 아닌 채권단의 의견이라고 전제하면서 “SBS 지분매각 대신 티와이홀딩스 지분이라도 내놓는 등 다른 방법을 알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태영이 방송법상 제약을 핑계로 SBS 지분매각이나 추가 담보제공이 어렵다는 데 수긍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SBS 지분이 아니더라도 티와이홀딩스는 상장법인인데다 가치평가도 쉽고, 오너 지분이 있으니 이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제공, 채무 부담 등은 어떠냐는 채권단의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오는 11일 열리는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결정된다.

이에 따라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11일까지가 아닌, 바로 이번 주말까지 채권단이 납득할 수 있을 수준의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11일 당일에 자구계획을 내놓고 동의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다른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말을 넘게 되면 설득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불안 불안한 채권시장···“PF 사업장의 옥석 가리기 본격화·우량물 크레딧 채권 접근해야

채권시장도 살얼음판 위를 걷듯 불안한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연초 기관들의 자금 집행이 재개되면서 기대할 수 있는 연초 효과가 유효하지만 강도는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건설, 캐피탈, 증권 등 부동산 PF 관련 업종에 대한 시장 기피 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의 핵심 쟁점인 자구안의 성실도와 관련 채권단과 태영건설간 의견 차이가 확인되면서 채권단 합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추가 자구책이나 자구안 이행 확약 등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존재하며 협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확대될 시장 불확실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태영건설 사태를 신호탄으로 PF 사업장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워크아웃 결정 과정에서 야기될 시장 불확실성으로) PF 관련 익스포저가 큰 하위등급 여전채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우량물 크레딧 채권 중심의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대책 중에는 필요시 한국은행의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이나 회사채 매입 등과 같은 유동성 지원대책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PF대주단협약을 활용한 PF 만기연장비율 제고를 통한 위기 확산 제어를 예상해볼 수도 있다면서 이 같은 정부대책의 실효성이 확인되면 부동산 PF 관련 섹터의 시장 수요가 완벽하게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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