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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자회사 3.2조 중간배당 이어 자회사 지분매각에 유동성 숨통
한국전력, 자회사 3.2조 중간배당 이어 자회사 지분매각에 유동성 숨통
  • 김규철 기자
  • 승인 2024.01.02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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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등 발전자회사서 3조2,000억 중간배당안 지난달 의결
자회사 한전기술 지분 15% 매각···3,500억 유동성 추가 확보
채권 10조 추가발행 여력 확보···올해 한전채 발행한도 90조

한국전력공사(한국전력)가 발전자회사들로부터 3조원이 넘는 중간배당과 함께 자회사 지분 매각을 통해 3,5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로써 한국전력은 최대 10조원의 한전채 발행여력을 확보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22~29일 동안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 6(한국수력원자력·동서·서부·중부·남동·남부발전)과 한전KDN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한국전력이 요구한 중간배당안을 의결했다.

자회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중간배당 규모는 총 32,0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한수원이 15,6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이 외 발전 5사가 각각 14,800억원, 한전KDN이 약 1,600억원을 중간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전력은 매년 각 발전 자회사로부터 회계연도 결산 이후 3월경 경영실적에 따른 배당금을 받고 있지만, 이번처럼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당초 한전은 최대 4조원의 중간배당을 요구했다. 그러나 전례 없는 대규모 중간배당에 자회사들이 난색을 표명하면서 최종 중간배당 규모는 32,000억원으로 줄었다.

그동안 발전자회사들이 배당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를 발행해 온 것을 감안하면 이번 중간배당 재원 역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충당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부분의 자회사들이 이번에 배정받은 몫만큼 현금이나 현금성자산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올해 상반기까지 각각 회사채를 계획보다 추가 발행하거나 금융권에서 차입하는 방식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사채발행 한도가 턱밑까지 차오른 한국전력공사가 발전자회사들에게 총 3조2,0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받아 최대 10조원의 한전채 발행 여력을 확보했다.
사채발행 한도가 턱밑까지 차오른 한국전력공사가 발전자회사들에게 총 3조2,0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받아 최대 10조원의 한전채 발행 여력을 확보했다.

이처럼 자회사들이 자금을 마련하는데 실질적인 부담을 겪고 있음에도 한국전력이 대규모 중간배당을 요구하는 데에는 한전채 발행한도가 턱밑까지 찬데다 올해 신규 발행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의 경우 무분별한 사채발행을 막기 위해 한도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르면 자본금+적립금2배까지 사채발행이 가능했었다. 하지만 한전채 발행한도가 차오르자 지난 2022년 말 미봉책으로 발행한도를 기존 2배에서 5배까지 높일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에 당시 기준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인 1046,000억까지 채권을 찍어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한전의 적자는 6조원대로 추정된다. 6조원대의 영업손실로 인한 한전채 발행한도는 745,000억원으로, 이는 현 발행 잔액인 801,00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최악의 경우 올해 3월 결산 후 한전채를 새로 찍어내지 못하는 것을 물론, 초과한 5조원 가량의 한전채도 즉각 상환해야 한다. 더욱이 만기가 도래한 한전채를 갚지 못하고 자금흐름이 막히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전력이 자회사로부터 중간배당을 받아 3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되면 적자는 28,000억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자회사 한전기술 지분 15% 매각···3,500억원 추가 자금 마련

재무위기에 빠져 현금마련에 총력을 쏟고 있는 한국전력이 자회사의 중간배당 요구에 이어 최근 한국전력기술 지분 일부를 매각해 약 3,500억원의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은 최근 미래에셋증권 등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자회사인 한전기술 지분 14.77%(5645,094)를 주당 62,000원에 매각했다.

한국전력은 한전기술 지분 65.77%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이번에 경영권 행사에 필요한 지분 51%를 남기고 나머지 지분을 모두 미래에셋증권 SPC에 매각했다. 한전기술의 2대 주주는 한국산업은행(32.9%)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말 한전기술 지분 일부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매각하려다 실패하자 이번에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통해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가 기준가인 62,000원보다 낮거나 높으면 서로 차익을 물어주는 방식이다.

이번 한전기술 지분 매각으로 한국전력은 3,500억원의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올해 한전채 발행한도를 더 늘릴 수 있게 됐다.

자회사 중간배당 및 지분매각은 미봉책일 뿐지적

다만, 업계에서는 자회사들의 중간배당이나 자회사 지분매각을 통한 재무개선은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국전력이 40조원대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고, 실질적인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2024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며 재무개선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2024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며 재무개선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에너지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 한국전력은 20212022년 두 해에만 385,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봤다.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상 한전 부채는 2023년 말 2058,000억원에 이어 20272263,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한전이 부담할 이자만 24조원 수준으로, 하루에 나가는 이자만 130억원에 달한다. 한전이 연간 45조원의 이익을 내 봐야 모두 이자 지급을 하는 데 써버리고 200조원대 빚은 하나도 줄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자문하는 한 민간 전문가는 자회사들의 중간배당을 통한 재무개선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비유할 수 있는 조치라며 빚이 빚을 부르는 상황에서 시간이 흘러갈수록 문제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재무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 반드시 원가를 반영하는 합리적인 전기요금 제도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하며 새해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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