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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 美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 무산···그룹 리스크 영향
카카오페이, 美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 무산···그룹 리스크 영향
  • 김규철 기자
  • 승인 2023.12.20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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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버트 “‘중대한 부정적 영향’ 발생으로 카카오에 지분 넘기기 어려워”
카카오 경영진 수사 등 사법 리스크에 해외 M&A 불발
‘비욘드 코리아’ 전략 차질··카카오모빌리티, 프리나우 인수 불발 가능성 제기

기대를 모았던 카카오페이의 시버트(Siebert) 경영권 인수가 불발되면서 모회사 카카오의 사법리스크가 결국 그룹의 비욘드 코리아전략에 발목을 잡은 꼴이 됐다. 시버트는 미국 종합증권사로 나스닥에 상장돼 있으며 6개 자회사와 함께 증권 트레이딩·투자자문 등을 포함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일 카카오페이는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와 2차 거래를 하지 않아 경영권 인수가 무산됐다는 내용의 계약변경사항을 공시했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지난 4월 시버트의 지분 51.0%를 두 차례에 걸쳐 약 1,039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5월에 지분 19.9%(8075,607)를 취득하는 1차 거래를 마쳤다.

나머지 지분(2,5756,470) 인수는 내년 중 2차 거래를 통해 이뤄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버트파이낸셜은 지난달 카카오페이에 ‘2차 거래를 진행하기 어려운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했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전달해 인수 불발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시버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자료에서 중대한 부정적 영향의 의미에 대해 한국당국이 카카오페이와 모기업 카카오에 조치를 하는(taking action)’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버트 측이 카카오페이와의 계약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는 지난 10월부터 본격화된 카카오 경영진의 사법리스크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 당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지난 10월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 당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지난 10월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10월에는 SM엔테터인먼트 인수 당시 시세조종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가 구속된 데 이어 김범수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와 홍은택 당시 총괄대표까지 같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금융관련 문제로 수사를 받는 기업에 금융사 지분을 넘기기 어렵다는 게 시버트 측의 입장이다.

당초 카카오페이는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인수를 통해 해외주식거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시버트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한 약 1,700만달러(227억원) 규모의 신주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시버트의 지분 19.9%를 확보했다.

이후 카카오페이는 주주들과 미국 규제당국 승인을 거쳐 31.1%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51%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기존 시버트 대주주인 제비아 가문은 주요 주주로 남아 경영에 협조할 방침이었었다.

카카오그룹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추진했던 카카오페이의 미국 증권사 시버트 인수가 무산됐다.
카카오그룹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추진했던 카카오페이의 미국 증권사 시버트 인수가 무산됐다.

비록 시버트의 경영권 인수는 불발됐지만 카카오페이는 지난 5월 진행된 1차 거래를 통해 보유한 19.9% 지분과 시버트 이사회 구성원 자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이사회 멤버로서의 역할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페이는 앞으로도 이사회 멤버로 지속적인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양사의 비즈니스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당분간 경영권 인수 재추진을 비롯한 적극적인 협력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법인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라 금융사 인수는커녕 기존에 보유한 카카오뱅크의 1대주주 지위도 내려놔야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카카오 법인의 유죄가 확정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보유지분(27.17%) 가운데 10%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그룹 전략 비욘드 코리아차질

카카오페이의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에 대한 경영권 인수 무산으로 카카오의 창사 이래 최대 위기가 현실화됨에 따라 그룹의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한국을 넘어서)’ 전략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비욘드 코리아전략이란 기존 20% 수준인 해외사업의 매출비중을 2025년까지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카카오의 중장기 비전이다. 시세조종 의혹에 휘말린 SM엔터테인먼트 인수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이었다.

그룹의 해외사업 확장 전략에 대한 일환으로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유럽 최대 차량 호출·택시 플랫폼 프리나우(FreeNow)’의 인수를 추진 중에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두 달간 프리나우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으며 연내 지분 약 80% 인수를 목표로 예비 입찰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법리스크로 인해 카카오페이의 시버트 경영권 인수 결렬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지난해 3월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그룹의 글로벌 확장으로 업무 중심을 이동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수합병을 통해 해외사업을 확장해온 카카오그룹의 전략은 경영진들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의 경우 기업의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정부 승인이 요구되는 금융기업을 인수하기 어렵다해외 당국에서 승인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다른 영역에서는 적격성 심사 기준이 덜 까다로울 수 있지만, 대주주가 수사받는 상황이라면 심사에 모종의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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