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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파산 원흉 ‘홍콩 ELS’ 규탄 성토···피해자 대부분 고령층
노후파산 원흉 ‘홍콩 ELS’ 규탄 성토···피해자 대부분 고령층
  • 주선영 기자
  • 승인 2023.12.15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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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투자자 ‘피해자 모임’ 금감원 앞 집회…은행·금융당국 성토
“원금손실 없단 약속 지켜라”·“전세금 돌려줄 돈”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상품 가입자들이 불완전 판매로 인한 피해 금액에 대해 원금 전액을 보상해달라고 촉구했다.

홍콩지수 ELS 피해자모임은 15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기관의 해당상품 불완전 판매 의혹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투자자들은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고위험 금융상품을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판매한 금융회사에 책임을 묻고, 금감원에 피해보상 촉구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모였다. 이날 비가 내리는 날씨에 기온도 영상 5도까지 급격히 떨어졌음에도 금감원 앞은 검은 비옷을 입은 투자자들이 결집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집회 참석 의사를 밝혀온 투자자는 총 97명으로 부부나 가족 동반으로 온 이들까지 합치면 100명이 좀 넘는 투자자가 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거나 손실 위기에 처한 약 100명의 투자자들이 15일 오후 1시 금융감독원 본원 앞에 모였다.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거나 손실 위기에 처한 약 100명의 투자자들이 15일 오후 1시 금융감독원 본원 앞에 모였다.

집회를 진행한 김태진씨는 피해사례를 들어보니 모두 공통점이 있는데 마치 불법 다단계회사의 비슷한 매뉴얼을 보고 읽은 것처럼 응대하고 1등급 초고위험 상품을 안전한 은행상품으로 둔갑해 팔았다이것이 불완전판매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제도가 작동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금융위원회는 2019년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은 숙려제도 강화와 설명의무, 투자자 대신 기재하는 행위, 투자자 성향 분류 조작, 불완전판매 행위 제재, 즉 판매 차를 강화하고 관리 감독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제도만 만들어놓고 관리감독을 해야하는 금융당국은 현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결의문을 대표 낭독한 이모씨는 “(은행은) 홍콩지수가 2016년 녹인(knock-in·손실발생 구간)에 진입한 적이 있는 위험한 상품임을 알고 있었는데도 고의로 고객들에게 설명하지 않는 등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어기고 부당하게 권유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고객들이 가입 시 원금손실 우려가 없다. 이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녹인 날 일이 없다라고 똑같은 안내를 받았다이는 실적 올리는 데만 급급했던 시중 은행들의 욕심에 따른 결과로, 불완전판매로 발생한 피해자들의 금액에 대해 원금을 전액 보상해달라고 촉구했다.

대표 낭독자의 발언에 이어 ELS 재가입자 50대 주부라고 소개한 A씨는 발언대에서 재가입자는 원금손실, 홍콩 지수 하락에 대한 설명 없이 가입을 권유받았다재가입한 ELS는 임대 준 집의 전세자금으로 30년 가까이 아끼고 모아온 피같은 돈과 얼마 뒤 반환해줘야 할 전세금이기에 되찾고 싶다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15일 비가내리는 가운데 홍콩지수 ELS 투자자들이 집회에 참가해 “ELS 원금 전액 보상하라”와 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다.
15일 비가내리는 가운데 홍콩지수 ELS 투자자들이 집회에 참가해 “ELS 원금 전액 보상하라”와 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다.

75세의 투자자 B씨는 “40년 넘게 거래한 은행이라 믿었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품이라고 해 노후를 위해 평생 모은 돈 66,000만원을 넣었는데 손실을 입게 됐다고 망연자실했다.

56세 투자자 C씨는 “3년 전 암 3기 방사선 치료를 받고 나와 병원 앞에 있는 은행 출장소를 통해 투자하게 됐다. 집사려고 모아둔 전 재산을 집값이 조금 진정될 때까지만 넣어두려 했다. 그렇게 거의 전 재산을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 ELS가 손실나면 은행이 망하는 거라고 말해 믿었다라고 가입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30대 투자자 D씨는 적금이 만기가 돼서 은행에 갔더니 창구 직원이 VIP실로 안내해 자신도 ELS 상품에 가입했다며 적극 권유했다면서 “20년 이상 믿음으로 거래해온 제1금융권 은행 직원이 자신도 가입했다고 하는데 안 넘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수차례에 걸쳐 ELS에 가입했다가 2021년 전 재산을 맡기게 됐다이 모든 사태의 근본 원인은 초고위험 상품을 은행에서 판 것, 이를 승인한 금감원에 있다고 성토했다.

투자자 대다수가 고령자···60대 이상 64,000억 투자· 90대 이상 초고령층 100억 육박

이날 집회에 모인 투자자들 중 다수가 고령자들이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홍콩H지수 기초 ELS 가입자수는 현재 판매잔액 기준 154,000여명이며, 이 중 64,000억원이 60대 이상 고령자에게 팔렸다. 90대 이상 초고령층에게 판매한 잔액도 100억원에 육박한다.

집회에 참석한 한 65세 투자자는 나이 들어서 잘 이해도 못하는 사람들한테 지수는 잘 설명도 안해주고 원금손실 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 없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하다란 말로만 판매했다고 하소연을 남겼다.

고령군 대상으로 한 고위험 상품판매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노후보장 목적으로 만기 해지된 정기예금을 재투자하고 싶어 하는 70대 고령 투자자에게 수십퍼센트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 고난도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설명을 했는지 여부를 떠나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에 대해 적합성 원칙상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홍콩지수 ELS 피해자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불완전 판매’에 대해 성토하며 원금보장을 촉구했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홍콩지수 ELS 피해자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불완전 판매’에 대해 성토하며 원금보장을 촉구했다.

내년 만기 도래 홍콩H지수 연계 ELS 규모 약 136,000

은행업계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연계 ELS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은행에서만 약 136,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ELS는 특정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가격흐름과 연계돼 만기까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약속된 수익률을 받을 수 있는 유가증권상품이다. 하지만 기초자산 가치가 증권사가 설정한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위험도가 높은 상품으로 분류된다.

홍콩H지수가 고점을 찍은 2021년 당시 발행된 ELS들이 내년 만기가 돌아오면서, 상반기부터 원금손실 ELS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홍콩H지수는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인 5,600포인트 선에 불과하다.

홍콩 ELS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ELS 판매 과정에서 가입상품 위험등급, 원금손실 가능성 등에 대한 이해 여부를 고객으로부터 자필 또는 녹취를 받아 확인을 거쳤기 때문에 불완전 판매요소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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