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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찻잔 속 태풍’ 행동주의펀드, 내년 초 주총시즌 앞두고 슬슬 시동
올해 ‘찻잔 속 태풍’ 행동주의펀드, 내년 초 주총시즌 앞두고 슬슬 시동
  • 이민준 기자
  • 승인 2023.12.11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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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환원 확대 요구 거세질 듯
“적대적 M&A” 논란 VS “저평가 방치한 최대주주 책임” 의견 분분

올해 초 이사회멤버 구성을 통한 경영 참여부터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안건을 제시했던 행동주의펀드들이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선 올해보다 더욱 강화된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총에서 행동주의펀드들은 소액주주와 합심해 경영진들과 표 대결을 했으나 대부분 고배를 마시며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트러스톤자산운용(태광산업·BYC),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JB금융지주),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안다자산운용(KT&G),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KISCO홀딩스) 등 행동주의펀드들이 제출한 주주제안은 정기주총에서 줄줄이 부결됐다.

하지만 행동주의펀드들은 이후에도 지배구조 개선을 끈질기게 요구했고, 일부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이달 초 KT&G를 상대로 사장 후보 선임 절차를 개선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FCP는 올해 9년째인 백복인호() KT&G에 대해 매출은 40% 성장한 반면 영업이익은 오히려 17% 감소하며 동종업계와 영업마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기사장 후보 검증기간을 충분히 갖고 외부에 후보자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KT&G는 차기 사장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연임 의사를 밝힌 현직 사장을 다른 후보자에 우선해 심사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하고, 사장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KT&G에 상법상 주주에게 보장된 회계장부 및 서류 등의 열람, 등사를 청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KT&G에 상법상 주주에게 보장된 회계장부 및 서류 등의 열람, 등사를 청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FCP는 지난 10월에도 KT&G에 회사의 회계장부 열람과 등사를 청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2차 분쟁에 돌입했다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온 KCGI자산운용도 목표를 일부 달성했다.

KCGI운용은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한 것을 두고 이사회 정상화의 첫 단추라고 평가하면서도, 경영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정상화, 자사주 전량 소각 등을 요구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도 태광산업과의 표 대결에서는 패했으나 태광산업이 지난달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의 일환으로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가동하겠다고 밝히자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달 중순께는 행동주의 활동을 통해 주주가치 확대가 예상되는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상법상 주주제안은 주주총회 개최일 6주 전까지 서면으로 제출해야 하는 만큼, 연말연초로 갈수록 행동주의펀드들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행동주의펀드들의 타깃 기업 지분율은 대개 한자릿수에 머물기 때문에 소액주주를 우군으로 만들기 위한 여론 환기 캠페인이 필수적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주총회의 주요 안건들은 대부분 기업 지배구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주총은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주주행동주의를 펼치는 대다수는 12% 지분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주주들을 같은 편으로 만들었을 때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 상장법인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행동주의펀드들의 움직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내년 초 상장법인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행동주의펀드들의 움직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적대적 M&A” 우려 VS “저평가 방치 최대주주 책임지적

다만,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적대적 M&A’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내며 논란을 제기했다.

MBK파트너스가 오스템임플란트를 공개매수할 당시에는 최규옥 전 회장의 지분 9%가량을 인수하고 최 전 회장과 경영권 인수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이번 공개매수는 최대주주인 조 회장 측의 동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MBK파트너스가 조현식 고문 측과 손잡고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것을 적대적 M&A’ 시도로 보고 방어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주행동주의가 경영권 분쟁으로 격화한 사례는 올해 초에도 있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한 주주행동주의는 SM엔터 대주주였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반발을 낳으며 하이브와 카카오 간 경영권 분쟁으로 번졌다.

사모펀드가 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뒤 지나치게 단기 차익 얻기에만 골몰하고, 경영권 불안을 자극해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운다는 것도 으레 따라붙는 지적이다.

그러나 적대적 M&A 자체가 불법행위가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인 만큼, 공격의 빌미를 허용한 최대주주와 경영진에 그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코스피 평균 PBR1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가 계속되는 한국 증시의 저평가는 주주환원에 인색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게을리한 최대주주 때문이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기업 오너들이 더욱 주주 친화 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규식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기업 치가 반토막이 나 있다면 그 자체로 적대적 인수에 노출되는 상황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에 아주 결정적인 시그널이 나왔다“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 인수 시도는 심화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자본시장의 선언과도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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