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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직후 실권주 처분 한국투자증권, 결국 금융당국 제재
상장직후 실권주 처분 한국투자증권, 결국 금융당국 제재
  • 주선영 기자
  • 승인 2023.10.25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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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에이비엘바이오 상장 당시 102억 규모 실권주 발생
공모금액 10% 넘는 규모 상장 후 3일 연속 매도···상장 4일차 장중 12% 급락
실권주 단기처분 제재 첫 사례·
“주관사가 3일 이내, 공모규모 10% 넘는 주식 판 건 전례없는 일” 비판

한국투자증권이 기업공개(IPO) 주관과정에서 일반투자자 청약 공모미달로 떠안은 실권주를 상장 직후 매도한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실권주 단기처분 제재를 받는 첫 사례가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00억원어치를 상장 3일 만에 매도한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상 중대 위반이 있다고 판단해 과태료 등 제재를 내리는 조치안을 지난달 의결했다.

금융감독원은 검사·제재심의 과정에서 위반 수위를 보통에서 중대로 상향했는데, 증선위는 금감원 조치안을 대체로 받아들여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제재수위는 지난달 6일 회의일자로부터 두달 뒤인 11월 초에 공개된다.

사건이 일어난 시기는 바이오기업 에이비엘바이오가 상장한 지난 2018년으로, 당시 에이비엘바이오는 일반공모 미달로 약 102억원의 실권주가 발생했다. 실권주는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공모가(15,000)에 떠안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실권주를 상장 후 3일 연속 처분했다. 당시 주당 평균 1,000원 이상 비싼 가격에 거래됨에 따라 처분금액은 총 115억원에 달했다. 이는 공모금액 약 900억원의 10%가 넘는 수준이었다. 공모 금액의 10%가 넘는 물량을 매도한 결과,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상장 4일차에 장중 12% 넘게 급락했다.

기업공개(IPO) 주관 과정에서 떠안은 실권주 100억원어치를 상장 3일 만에 매도한 한국투자증권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 등 제재 조치를 부과받았다.
기업공개(IPO) 주관 과정에서 떠안은 실권주 100억원어치를 상장 3일 만에 매도한 한국투자증권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 등 제재 조치를 부과받았다.

실권주 단기 처분에 대한 첫 번째 제재 사례

현행법상 IPO 전 단계에서 취득한 해당 기업 주식을 주관사가 상장 직후 매도하는 건 위법이다. 금융투자업규정 제4조에 따르면, 주관사가 상장일로부터 과거 2년 이내에 취득한 해당 기업의 주식을 상장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처분할 수 없다. 주관사는 시장에 기업을 적정 가치로 평가해 상장시켜야 하는데, 이미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공모가를 산정하는 데 있어 이해충돌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실권주가 예외라고 주장했다. 일반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공모가가 이미 결정된 뒤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해 충돌 소지가 없는데다, 공모가 산정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무보유제도나 단기매매차익 반환제도도 실권주 인수에는 적용되지 않는 점도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당국의 결정은 이해관계가 없는 상황에서(구주를 들고 있지 않은) 공모가로 실권주를 갖게 된 주관사가 이를 매도한 것을 어떻게 볼 지에 대한 첫 제재 사례가 됐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두고 당국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선위는 8월 상정 당시 의결을 보류했으나 9월 재상정해 제재 조치를 확정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증선위에서 현재의 조치 예정 수준은 고의적·의도적으로 구주를 매도한 경우와 같은 수준이라고 주장하며 재고를 요청했다.

이 같은 한국투자증권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금감원이 증선위에 올린 제재 수위가 대체로 통과된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금감원은 실권주가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봤다. 1, 2차에 걸친 유권해석을 통해 실권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진 뒤 벌어진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또 가격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증선위 회의록에 따르면 금감원 검사국 관계자는 아직 유사 실권주 처분 사례에 대해 검사를 진행한 적은 없지만, 과거 사례들과 비교하면 한국투자증권은 너무 빨리 너무 많이 팔았다주관사가 3일 이내, 공모 규모의 10%가 넘는 주식을 판 건 전례없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의 취지에는 상장 후 단기간 내 주식을 시장에 매각해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도 있다아주 공교롭게도 회사는 수요예측에 실패하고도 높은 가격에 주식을 발행했으며, 공교롭게도 1,000원 이상 높은 가격에 팔아 이익을 봤다고 덧붙였다.

증선위원들 역시 법령 해석을 둘러싼 모호함에 대해선 제재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결과적으론 중대 위반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증선위 관계자는 “10% 넘는 실권주를 상장 3일 만에 매도한 건 법령해석 몰랐다하더라도 기업금융(IB) 입장에선 상식적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 의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관사는 공정한 가격 책정뿐 아니라 상장 이후 여러 시장조성을 잘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해당 사건은 과연 정당하게 가격을 책정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이후 시장 조성을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있을지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번 제재는 지난해 하반기 이뤄진 한국투자증권 정기검사에 대한 조치 결과로, 11월 중 공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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