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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 ‘무늬만 자금조달’ 의혹이 사실로···고양이에 생선 맡긴 격
메리츠증권, ‘무늬만 자금조달’ 의혹이 사실로···고양이에 생선 맡긴 격
  • 윤상현 기자
  • 승인 2023.10.11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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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사모 CB 기획검사 중간 결과 발표
금감원 “대가성 여부 메리츠 추가 검사”
임직원 및 IB 직원들, 내부정보 이용 수십억 챙긴 정황 탄로

금융당국이 사모 전환사채(CB) 기획검사를 진행한 결과, 메리츠증권을 둘러싼 무늬만 자금조달의혹이 일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메자닌(CB·BW) 제도는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운 회사에 모험 자본을 공급하는 취지로 생겨났지만, 메리츠증권은 상장사로 하여금 CB로 조달한 자금으로 자사가 보유한 채권 등을 담보로 매입하게 한 정황이 적발됐다. 특히 담보 채권 등을 통해 원금을 그대로 보장받으며 중개수수료만 챙긴 것이다. 금감원은 메리츠증권에 추가 현장조사를 나갈 예정이다.

11일 금융감독원은 사모CB, BW 관련 불건전 영업행위 의혹이 제기된 메리츠증권에 대해 지난 816일부터 922일까지 기획검사를 실시한 결과, 불건전 영업행위 혐의를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사모 메자닌시장 강자로 영향력 행사 메리츠증권, 그 이면엔...

사모 메자닌 강자인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수많은 기업에 CB·BW를 투자해왔다. CBBW는 주식과 채권 중간 성격을 띠는 상품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채권으로 발행하지만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투자자가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사모 전환사채(CB) 기획검사 결과 메리츠증권을 둘러싼 ‘무늬만 투자’ 의혹이 일부 사실로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의 사모 전환사채(CB) 기획검사 결과 메리츠증권을 둘러싼 ‘무늬만 투자’ 의혹이 일부 사실로 적발됐다.

메리츠증권 메자닌 투자가 의심스러웠던 것은 다른 증권사와 달리 유독 부실기업에 집중됐다는 사실이다. 금감원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메리츠증권이 CB·BW 투자를 통해 자금을 공급한 기업 중 18곳이 횡령·배임, 부도 및 회생절차, 감사의견거절 등을 이유로 거래정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전기, 이트론 등도 대표이사의 횡령·배임 혐의로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이 처럼 부실기업들을 중점적으로 투자했음에도 메리츠증권은 거의 손실을 보지 않아 시장의 의혹을 키웠다. 실제로 이화전기는 기막힌 타이밍에 주식을 모두 던지면서 소액주주들과 달리 손실을 회피할 수 있었다.

다른 투자 건들에서도 메리츠증권은 메자닌 인수를 조건으로 부동산, 채권 등을 담보로 요구해 사실상 원금을 확실히 보장받았다. 휴센텍의 상장폐지 이슈가 불거졌을 때도 메리츠증권은 통화안정채권 담보권을 행사해 원금 회수뿐 아니라 CB 중개 수수료를 챙겼으며, 과거 메리츠종합금융회사 시절에도 예금을 담보로 사실상 원금을 보장받는 불건전 영업행위를 한 혐의로 당국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메리츠는 CB·BW를 활용해 부실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고 무자본 M&A·주가조작 세력의 조력자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무자본 M&A란 내 돈 한푼 들이지 않고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우선 기업사냥꾼이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타깃 기업 지분을 인수하고, 주식 또는 메자닌 발행을 통해 신규 자금을 모집한다. 모집한 돈은 신규사업 진출이나 부동산 투자, 비상장주식 투자 등 명목으로 빼돌려 인수대금을 갚는 형식이다.

즉 무자본 M&A를 진행하기 위해선 자금줄이 되어줄 사채업자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 역할을 메리츠증권이 담당해왔던 것이다. 부실기업 대주주(또는 기업사냥꾼)는 돈을 벌고, 메리츠증권은 중개수수료를 차곡차곡 챙겨온 사실이 이번에 적발됐다.

메리츠증권의 무늬만 자금조달정황 드러나

금감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메리츠의 무늬만 투자의혹이 일부 사실인 것으로 포착됐다.

그동안 메리츠증권은 상장사에 CB 형태로 자금을 조달해준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해당 회사가 조달한 자금으로 CB 전액에 상당하는 채권을 사게한 뒤 이를 담보로 잡았다.

특히 담보채권 취득은 메리츠증권 채권부서를 통해서만 이뤄졌다. CB 발행사에게 국채 또는 AA 이상 채권들로 구성된 담보채권가능 목록을 2~3개 내외로 제시하고 그중에서 취득하게 했다. 계약서에는 국채가 아닌 A0 등급 이상의 채권을 담보로 설정하거나 자금사용을 위해 담보해제가 필요할 경우, 발행사가 자사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메리츠증권이 이러한 계약조항을 삽입해 CB를 인수한 상장사는 휴센텍, 에이치앤비디자인 등 다수로 나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담보권을 해제해 발행사가 CB로 조달한 자금을 신규사업에 투자하거나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있게 동의한 적이 없으며, 오로지 CB 투자금을 회수하는 차원에서만 담보권 해제에 동의했다.

이는 공격적인 사모CB 중개영업에 대해 모험자본을 공급한 것이라는 메리츠증권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대목이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실탄을 지원한 것이 아닌, 오로지 중개수수료를 챙기는데 목적을 둔 것이다.

메리츠증권 임직원들, 내부정보 이용 수십억 챙겨

, 금감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리츠증권 임원과 IB본부 직원들은 업무상 알게 된 정보로 CB에 투자해 수십억원의 사익을 추구한 행위도 적발됐다. 또한 가족, 지인들의 자금을 모은 뒤 투자조합,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CB를 취득하고 처분하는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감독원

이들은 해당 CB에 메리츠증권의 고유자금이 선순위로 투자되는 상황이었음에도 직원과 가족들의 자금이 조합과 SPC의 형태로 후순위 투자되는 사실을 회사측에 알리지 않았다.

이는 자본시장법 54조 위반 소지가 있다. 54조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직무상 알게 된 정보로서 외부에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서는 안 된다.

금감원은 메리츠증권에 대해 조만간 추가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금감원 측은 확인된 사항에 대해 자본시장법 등 법규 위반소지를 검토하고 위법사항에 대해 엄정하게 제재할 예정이라며 추가 검사를 통해 자본시장 신뢰회복과 투자자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검사 결과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CB 발행·유통 과정에서 메리츠증권으로 대가가 흘러간 것이 있는지 여부도 금감원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유독 부실기업의 CB·BW 발행을 도우며 돈줄 역할을 했던 만큼, 메리츠증권 또는 메리츠 임직원이 대가를 받도록 금융구조를 설계했다면, 혹은 대가성 금품이 오갔다면 법적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다.

한편,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이 오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감원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할 예정인 가운데 이와 관련된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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