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 이차전지 종목 강세에 각종 테마주 열풍 영향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이차전지 종목 열풍을 비롯해 다양한 테마주에 수급이 몰리면서 코스닥 거래대금이 코스피 거래대금을 근소하게나마 추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말 기준 10조7,9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10조576억원을 기록한 유가증권시장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코스피 합산 시가총액이 코스닥 시총 대비 5배 가량 많은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현상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올해엔 연초부터 코스닥 거래대금이 코스피보다 많아지는 역전현상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23일 코스닥시장에서 약 17조9,411억원 가량 대금이 거래됐는데 당시 코스피 거래대금은 10조3,674억원에 불과했다. 무려 7조6,000억원어치나 코스닥시장에서 더 많은 금액이 거래된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지난 1996년 코스닥 출범 이후 27년 만에 거래금액 규모에서 코스피를 추월한 최초의 해가 된다. 지난해만 해도 코스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9조84억원, 코스닥은 6조9,006억원으로 상당한 차이가 났다. 특히, 거래대금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2021년에도 코스피는 15조4,242억원, 코스닥은 11조8,613억원으로 시장간 거래대금 격차가 크게 났었다.
하지만 올해 코스닥 거래대금이 크게 증가하며 코스피를 역전하게 된 것은 상반기 이차전지 강세와 함께 초전도체, 맥신, 양자컴퓨터 등 각종 테마주 열풍으로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불확실한 시장상황이 길어지면서 투자자금이 테마주를 따라가 코스닥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주가 변동성을 크게 야기한 것은 당연 이차전지 관련주들 때문이다.
올 들어 현재까지 코스피지수는 약 18.5% 상승했는데 이 중 8%p 가량은 이차전지 관련 기업이 폭등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당연히 코스닥지수에 미치는 이차전지 종목의 영향은 더욱 크다. 연초 이후 40% 급등한 코스닥은 이 중 25.4%p가 이차전지 관련주들의 역할이 컸다.
실제로 올 상반기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편중된데다 글로벌 금융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에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대형주 위주의 투자를 하던 투자자들이 코스닥 중소형주에 관심 폭을 넓혔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수익률 측면에서도 코스닥이 코스피에 압승을 거뒀다는 점이다.
코스피는 연초부터 전날까지 13.94% 상승하는 데 그칠 동안 코스닥은 33.43% 급등했다. 각 시장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에코프로비엠을 비교해 봐도 삼성전자는 올해 27.31% 오르는 데 그쳤지만, 에코프로비엠은 213.79% 폭등했다. 특히, 에코프로의 경우 무려 876.70%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2023년 1월2일~9월7일 코스피 vs 코스닥 흐름 비교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코스피 거래대금이 감소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거래대금은 각 시장이 얼마나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코스피 거래대금이 줄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기초 체력 또한 낮아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우려스러운 부분은 최근 들어 코스피 거래대금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과거에도 거래대금 고점 형성 이후 감소 구간에는 증시하락이 동반됐으며 거래대금 고점 형성일에 음봉으로 마감할 경우, 이는 강한 매수자에서 약한 매수자로 손바뀜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래대금이 감소하는 국면에서는 약한 매수세가 지배적이고 추가적인 매수자가 나타나기 어려운 환경이므로 주가 모멘텀이 형성되지 못한다”며 “최근 금리상승에 따른 증시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거래가 활발하고 주가 급등락을 보이는 종목은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