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호조·6대 품목 양호…감소 폭 개선
유가하락에 수입은 두 자릿수 감소
하반기 수출실적 상반기 대비 개선 전망
지난달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으나 수출이 11개월 연속 감소한 가운데 유가하락으로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들면서 만들어진 ‘불황형 흑자’를 면치 못했다.
다만, 중국발 부동산 위기에도 수출 감소세가 한 자릿수로 개선돼 하반기 월별 수출 실적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다.
2022년 1월 이후 월별 무역수지
단위: 억 달러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대비 8.4% 감소한 518억7,000만달러(68조7,536억원)로 집계됐다. 이로써 수출은 11개월째 감소한 가운데 감소율은 한 자릿수로 전월(-16.4%)대비 개선됐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 부진이 여전하다. 수입도 감소했다. 지난달 수입은 22.8% 줄어든 510억 달러(67조6,005억원)를 기록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에너지 수입이 42%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무역수지는 8억7,000만달러(1조1,531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6월부터 3개월 연속 이어진 수출 감소 대비 수입 감속 폭이 더 큰 불황형 흑자로 분석된다.
품목별로 보면 지난달 반도체 부문은 85억6,000만달러(11조2,89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20.6% 급감했다. 반도체 내 수출 비중이 큰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다만 산업부는 지난해 8월 실적이 같은 달 기준 최대치(566억1,000만달러)를 기록한 역기저 효과 등도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반도체 수출은 전월과 비교하면 15% 증가한 86억달러(약 11조3,468억원)를 기록하며 1분기 저점을 기록한 뒤 개선된 것을 알 수 있다.
8월 15대 주요 품목별 수출액 및 증감률
단위: 억달러, %
반면 자동차는 역대 8월 실적 중 1위를 달성하며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52억900만달러(약 6조9,769억원) 증가했다. 이를 포함해 일반기계·선박·자동차부품·디스플레이·가전 등 6개 품목은 올해 들어 가장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주요 수출 품목인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하락세는 장기화에 접어들었다. 석유제품은 42억9,000만달러(약 5조6,593억원)로 35.3%, 석유화학은 38억8,000만달러(5조1,184억원)로 12.0% 각각 감소했다. 지난해 유가 하락으로 단가가 내려간 영향이다.
미·EU·중동향 수출 플러스 전환
최근 주춤했던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했다.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 3%, 7% 증가했다. 자동차와 일반기계 수출이 대폭 증가하면서 역대 8월 실적 중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은 20% 감소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이 중간재 수입 감소로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중국은 부동산발 경기 위축으로 수출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됐지만, 전월(-25%)대비 감소율이 둔화되며 100억 달러(약 13조1960억원)대를 회복했다.
아세안 수출은 11% 하락했다. 다만 아세안 수출의 절반(51%)을 차지하는 베트남(4%)은 플러스 전환했다. 디스플레이와 일반기계 수출이 호조세를 보였다.
8월 수출입 실적(통관기준 잠정치)
단위: 백만 달러, %
유가하락에 수입 감소···하반기, 수출실적 개선 전망
수입은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에너지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42.0% 감소한 107억1,000만달러(약 14조1,232억원)를 기록했다. 3대 에너지 수입은 가스 45.9%, 석탄 41.6%, 원유 40.3% 순으로 줄었다. 이 밖에 반도체·철강 등 주요 품목 수입도 15.3% 감소한 403억달러(약 53조2,524억원)을 기록했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8월은 계절적인 요인으로 무역수지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9월 이후에는 흑자기조가 (더욱) 안착될 것”이라며 “자동차와 선박 분야 수출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올해 하반기 수출이 플러스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실장은 “전반적으로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상반기보다 수출실적이 나아지고 있다. 4분기에 들어가면 수출 증가율이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며 “자동차나 선박 등 우리 수출을 이끌어 온 주력 품목이 호조세를 보이고 반도체 업황도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만큼 4분기에 월별 수출 실적 중 플러스를 기록하는 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