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원 이상 매도세를 보인 와중에도 호텔, 화장품, 백화점 관련 종목들을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들은 일명 유커(중국 단체관광객) 수혜주 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전일까지 국내주식을 3조8,617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8월1일~30일 투자자별 거래실적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형주 상위 종목을 내던지고 있는데 삼성전자를 1조565억원어치 매도해 가장 많이 팔았다. 이어 POSCO홀딩스(5,183원), 기아(2,205억원), 현대차(1,93억6원), LG전자(1,624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1,146억원), SK하이닉스(1,123억원) 등의 순으로 가장 많이 매도했다.
이처럼 기관투자자들은 대형주들을 대거 팔아치운 반면, 유커 수혜가 기대되는 호텔, 화장품, 유통주들은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 기간 기관의 순매수 상위 종목 1위는 호텔신라로 1,865억원 어치 사들였다
이어 삼성에스디에스(1,386억원), 아모레퍼시픽(1,272억원), 현대백화점(703억원), 신세계(701억원), 아모레G(694억원), LG생활건강(630억원) 등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기관 순매수 1위 종목인 호텔신라는 중국정부가 6년 만에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유커 유입에 따른 최고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이에 8거래일 연속 기관의 순매수가 이어지며 지난 달 말 75,300원이던 주가는 전일까지 87,600원으로 16.3% 급등했다.
실제로 최근 실적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호텔신라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56% 증가한 6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523억원)를 28.49% 웃도는 수치다.
호텔신라 시가총액과 영업이익 추이
향후 실적전망도 밝다. 사업 특성상 중국 인바운드 회복에 의한 영업레버리지 효과가 큰 면세점에서 실적 개선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통해 밸류에이션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단체관광 재개는 면세점 매출에서 불법적인 따이공 매출비중이 줄어들고, 합법적인 관광객 매출비중이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가능하다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서현정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018년 호텔신라 밸류에이션이 12MF PER 25~30배에서 15배 미만으로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매출의 불법성 때문이었다”면서 “밸류에이션 만으로 면세점 업체들의 주가 상승 여력은 여전히 크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따이공 중심의 높은 할인률이 점차 떨어지면서 면세업체들의 수익성 개선도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인바운드 관광객 돌아오면 면세점은 따이공에게 막대한 수수료 지불할 요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중국 단체관광객 ‘유커’ 재유입 전망
이에 따라 증권가는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다.
서현정 애널리스트는 “호텔신라는 글로벌 브랜드 상품 소싱 역량 압도적 우위에 있고, 여행사와 네트워크 측면에서도 유리한 상황에 있다”며 “특히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보다 상대적으로 시내면세점 비중이 크고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면세점에서 창출되기 때문에 영업레버리지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진협 한화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는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의 최대 수혜주”라며 “면세점의 사업비중이 높을뿐 아닐 긴 업력을 바탕으로 한 여행사와의 네트워크는 경쟁사 대비 많은 단체 여행상품에 동사의 면세점이 여행코스로 추가될 수 있는 경쟁 우위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기관은 호텔신라 외에도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대해서도 지난 23일 이후 6거래일 연속으로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지난 23일부터 29일까지 10.15% 올랐고, LG생활건강도 3.27% 상승했다.
특히, 국내 화장품산업은 면세점 매출이 50% 이상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방한 외국인 관광객 증감에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지난 4월26일 대한상공회의소 자료 ‘외국인 관광객 선호 K-상품군’에 따르면, 한국관광을 마치고 출국하는 외국인관광객 400명을 대상으로 한국관광 지출 상위 품목을 조사한 결과, 중국인 관광객의 75.8%는 화장품 및 향수 구입에서 가장 많은 지출을 했다.
미, 중, 일 관광객 쇼핑품목 지출
또한 중국, 미국, 일본관광객이 응답자수 상위 3개국이었는데, 이 중 중국인관광객의 평균 쇼핑 지출규모(1,546달러)가 가장 컸으며(미국 844달러, 일본796달러). 비중이 큰 중국여행객의 최선호 상품이 국산 화장품인 만큼, 유커의 귀환으로 화장품산업이 큰 수혜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증권사들은 하반기 유망종목으로 화장품 관련주들을 추천하고 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행 단체여행 전격 허용으로 그동안 부진했던 화장품, 여행·레저산업 등이 중국發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가 측면에서도 중국 관광객 소비 관련주에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단체관광 재개를 통해 화장품업체들의 실적은 회복 강도가 더딜 순 있어도 회복으로의 방향성은 잡아나가고 있다”며 “아모레퍼시픽, 아모레G를 비롯해 중소 브랜드사에 대해 긍정적 매수 관점에서의 접근이 선호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