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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
"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
  • 황윤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8.07 0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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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신용등급 강등과 2Q 실적발표, 금리동결&경기침체의 리바이벌

아주 오래 전 일이다. 머리 깎고 군에 입대,  신병 훈련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았을 때다. 전역을 앞둔 사수가 갓 입대한 내게 "앞으로 어떻게 군 생활을 할 것인가" 라고 물었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 석사
sbs비서실 스피치라이터
대우증권 실전투자대회 3위 입상
한국경제tv 슈퍼스탁킹 우승
한국경제tv 해외주식 전문가

그야말로 아무 생각 없는데다가 너무나도 아득한 일이어서 미처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자 사수는 어리버리(?) 신병 조수인 내게 이렇게 말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군 생활 내내 그리고 군 제대 후 사회 생활하는 지금까지도 이 말은 내 가슴속에  '명언중의 명언'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다.

직업상 이제 막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초보 주린이들과  하루하루 조금씩 수익을 내야하는 절박한(?) 수많은 단타족들을 매일 만나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팍팍해진 살림살이와 금리인상기 치솟는 물가 대비 사실상 감소하는 실질소득의 대략난감(?) 현실속에서 주식투자로 수익을 내야 하는 생계형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배터리 아저씨'로 대변되는 2차전지의 광풍에 편승하여 어느 정도 수익을 내는데 성공했지만 최근 공매도와 숏스퀴즈로 인한 변동성 확대와 고평가 논란 등으로 인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공포감이 극대화되는 상황에서 수익보다는 손실로 반전되고 있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들 대부분이 2차전지와 AI반도체 주도주의 고점에 물려 있거나 추격매수로 인한 손실의 확대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어찌해야 하는지 대응방법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갈구하고 있을 정도다.

지금은 2차전지의 광풍에서 공매도 포모투자 후유증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다. 그동안 "으쌰으쌰 계속간다"고 바람을 잡거나 , 적어도 '강건너 불구경' 팔짱끼고 있던 증권사들이 어찌된 일인지 에코프로 그룹주와 POSCO 그룹주, 금양 등 대다수 2차전지주가 실적 대비 고평가되어 있다며 앞다투어 매도 리포트를 내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목표주가를 현 주가의 반토막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니 적지않게 놀랄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일찌감치 테슬라가 인도 시장에서 2만$ 반값 전기차 생산을 공약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가격인하를 내세운 판에 어떻게 전기차의 배터리인 2차전지만 계속 질주할 수 있는지 이는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해왔다.

그것도 글로벌 ONE TOP인 <테슬라>를 비롯해 전세계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를 우리나라 기업들이 독점 공급한다면 모를까 1위 중국의 BYD와 CATL, 일본의 파나소닉 등 글로벌 업체들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지속적인 매출 증가와 수익성 향상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바도 있다.

아직도 2차전지주의 비상을 확신하는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은 고평가 얘기가 나올 때마다 벌떼같이 달려들어 매도하라고 하는 "이들은 모두 공매도 세력"이라고 싸잡아 맹폭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가 경고하는 경기침체가 가시화되어 소비 감소, 수요 둔화, 공급 과잉의 트리플 악재가 나타난다면 그대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1일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하며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 악화 등을 반영했다"라고 강등 사유를 밝혔다.

2011년 글로벌 증시가 -15% 급락한 데자뷰의 악몽이 떠오르는 바람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화들짝 놀랐고 이 충격은 그대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3일 장중 연 4.198%까지 상승하면서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07% 포인트까지 벌어진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 2년 만기 국채 금리의 역전 폭도 0.7%포인트로 줄었다.

결국 미 국채 금리를 끌어올린 것은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발행 규모 확대 계획과 이번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이었다.

워렌 버핏은 CNBC 와의 인터뷰에서 "버크셔는 지난주 월요일 미 국채를 100억$(약1조3천억 원) 샀고, 이번 주 월요일에도 같은 규모를 사들였다. 그리고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은 우리가 다음주 월요일에도 100억$ 국채를 살 것"이라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시장을 안심시켰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도 전날 CNBC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들이 미국과 미군에 의해 조성된 안정성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일부 국가의 신용등급이 미국보다 높은 상황에 대해 "터무니없다"면서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고 안전한 나라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은 미 국채 30년물에 공매도 투자를 하겠다고 언급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여기에 동의했다. 이는 앞선 워렌 버핏과 제이미 다이먼의 의견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국채 가격 하락과 증시 하락에 배팅하겠다는 것이어서 과연 누구 말이 맞을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이 식량 에너지 수급부문에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ECB(유럽중앙은행)가 긴축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섬으로써 유럽에서는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큰손들은 미국 국채를 팔고 유럽 국채를 사고 있다.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고 국채가격이 상승하게 됨으로써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채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2분기 GDP 증가율 2.4%인 미국과는 달리 0.3% 성장에 그친 유럽에서는 기업들의 실적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악으로 나타나고 있다. 9월 FOMC 금리 동결에 당장은 글로벌 주식시장이 환호할 수 있겠지만 어느 순간엔가 경기침체가 들이닥쳐 금리를 내려서라도 경기를 살려야 한다면 시장은 그대로 충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사실상 마이너스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해온 일본이나 민간 기업 금융지원 확대 등 경기부양 총력전을 펴고 있는 중국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금리인하라는 독배를 들어서라도 경기를 살릴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상황은 피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성적표는 시장 기대치와 엇비슷하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10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연일하향 조정되고 있어서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의 어려움 속에서 기업 간 실적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잘 버는 기업은 계속 잘 벌고, 못 버는 기업은 계속 못 벌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이번 금리 인상기에 가계·기업 빚이 줄어들지 않았고 이런 상태에서 금리 인하 n국면으로 전환하면 부실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금리 후폭풍으로 기업 부실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도 점차 늘고 있다.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재무지표가 공개된 외부감사 대상 기업 2만327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자비용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인 '좀비기업'은 지난해 3017곳으로 1년 새 241곳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외감기업 열 곳 중 한 곳(12.9%)은 번 돈으로 이자비용도 낼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나빠진 기업 펀더멘털은 글로벌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주식시장마저 ‘좀비시장’으로 전락시킬 공산이 크다.

지난주 아마존과 애플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고 23일 엔비디아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미국의 Magnicent7이라는 빅테크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2분기에도 전반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여주었다.

금리를 동결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될 9월 FOMC회의는 9월19-20일로 한달 넘게 남았다. 2분기 기업들의 어닝시즌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AI에서 2차전지로 또 2차전지에서 AI로 주고받던 시장은 너무 많이 오른 종목들의 차익실현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면서 조정 폭이 커지고 있다.

제약바이오와 인프라 관련주, 경기민감주로 매수세가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같은 업종내에서도 실적 대비 못오른 저평가주들이 오르는 반면 신고가나 고평가 논란이 있는 종목들은 하락하거나 아니면 완연히 힘이 빠지고 있다.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확실히 시장에 차익 실현 빌미를 제공해주었다. 인플레와 금리인상, 경기침체의 해묵은 시나리오가 다시 시장에서 리바이벌되고 있다. 걱정하지 말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시장은 좀처럼 과거의 골디락스의 강세장으로 쉽게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라가고 반토막나서 지하실로 추락하던 NAVER, 카카오가 반등하고 바닥에서 널브러져 있던 원전주와 로봇주도 꿈틀거리고 있다.

지수와 관계없이 저평가된 실적주와 소외된 주도업종에서 종목과 타이밍을 잘 잡으면 얼마든지 수익이 날 수 있는 시장이 오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시장에 적당히 순응하면서 수익도 챙기려고 한다면 지금부터는 이런 말도 안되는 시장을 즐겨야 한다.

즐기기 위해서는 몇가지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첫째가 분산투자다. 우선 고평가 논란의 중심인 2차전지와 AI반도체로 도배된 계좌부터 갈아엎어야 한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악재를 미처 예측할 수 없었듯이 앞으로 수많은 악재와 미처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항상 대기중이다.

둘째는 적정수준의 현금비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빠른 순환매와 시장의 예민한 반응이 반복되고 있어 언제든지 방심하면 안된다.

셋째는 실적 대비 저평가 종목을 발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2분기 실적 피크아웃 이후 장렬히 전사하는 기업들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올해 3, 4분기 즉 하반기 실적과 나아가 내년 실적 전망까지 사전에 체크해서 실적 대비 덜 오른 저평가 종목들을 찾아내야 한다.

여러분은 즐길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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