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본입찰 후 가격 이견 있었으나 지분율 낮추고 813억 합의
친환경 엔진 등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엔진 점유율 상승 시너지 예상
STX중공업이 HD한국조선해양에 인수됐다는 소식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의 모회사이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업부문 중간지주회사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TX중공업은 전일 대비 29.99% 오른 11,66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개장 직후 19.51% 급등한 10,720원에 거래를 시작한 STX중공업은 오전 9시47분경 상한가를 터치한 후 다소 상승분을 반납하기를 몇번 반복하다 오전 10시20분경 재차 상한가를 찍고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강세는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 인수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따른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는 지난달 31일 STX중공업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은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한 주식 652만4,174주 및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된 신주 536만4,670주 인수를 통해 STX중공업 지분 35%를 확보하게 된다. 거래 총액은 약 813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한지 7개월여 만이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2월15일 STX중공업 예비입찰에 참여한 이후 올해 3월 본입찰에서 단독으로 입찰서를 제출했다. 경쟁사인 한화그룹이 본입찰을 포기하면서 한국조선해양은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인수금액을 둘러싼 입장차가 커 협상은 큰 진전 없이 답보상태를 거듭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STX중공업 지분 인수 후 그룹사 전체 지분 구조
이에 양사는 서로 양보해 800억원 규모로 STX중공업 지분 35%를 매각하는 데 합의를 봤다. 당초 매각 대상은 STX중공업 지분 47.81%였다.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는 지분가치(800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20~30%)을 더한 금액인 1,000억원을 원했으나 HD한국조선해양은 시총 수준인 800억원을 제시했다.
협의를 진행했지만 매각 가격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협상을 시작할 때인 지난 3월 기준 STX중공업의 지분가치는 800억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주가가 큰 폭 상승하며 1,100억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결국 양사는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당초 매각대상인 지분율을 낮추는 것으로 최종 합의했다.
사업 경쟁력 강화 및 글로벌 엔진시장 점유율 확대 기대
시장은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 인수를 통해 향후 다양한 엔진을 생산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엔진시장 점유율 확대로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인수로 ▲대형(2행정)엔진 생산능력 확대 ▲주요 부품 경쟁력 강화 ▲영업 시너지를 통한 수출 확대 등 선박용 엔진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STX중공업이 보유한 터보차저 분야 역량을 확보해 주요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해외영업을 강화해 중국 등 해외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STX중공업의 독립경영체제 및 친환경 엔진 기술을 지원하고, 이중연료엔진, 디젤엔진 등 제품별 생산라인을 전문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공정 효율화를 높여 생산능력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인수 후 시너지 발현 기대
또한, 현대미포조선으로 향하는 중형선 엔진기계 물량을 STX중공업에 분산하고 HD현대중공업은 대형선 엔진기계 제작에 집중할 경우 극대화된 양사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간 선박 엔진기계 생산능력은 HD현대중공업 1,200만마력, STX중공업 130만마력 수준”이라며 “현대미포조선으로 향하는 중형선 엔진기계 물량을 STX중공업에 분산하고 HD현대중공업은 대형선 엔진기계 제작에 집중한다면 양사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수에 정기선 HD현대 사장의 의지도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23에 참석해 “우리가 생각하는 시너지가 있다. 시너지가 큰 회사는 그에 대해 적정가치를 많이 쳐줄 수 있고 시너지가 작은 회사는 적게 쳐주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앞으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정 사장이 STX중공업 인수를 적극 추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엔진기술을 접목시켜 증가하는 친환경 엔진 수요에 부응하고, 그룹 내 조선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