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포스트
주요뉴스
나는 트레이더(Trader)다!
나는 트레이더(Trader)다!
  • 황윤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7.17 0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장이 주는 신호와 내 경험과 판단을 믿는다"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 3.1%를 하회한 3.0%로 나타났다. 다음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0.1%로 시장 컨센서스 0.2%를 하회했는데 양 지수 모두 나란히 2020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 석사
sbs비서실 스피치라이터
대우증권 실전투자대회 3위 입상
한국경제tv 슈퍼스탁킹 우승
한국경제tv 해외주식 전문가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입을 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시장은 환호했다. 어차피 0.25% 인상으로 굳어진 7월 FOMC회의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겠지만 연내 한차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것에 투자자들은 배팅하고 있다.

미국이 7월에 금리를 0.25% 올릴 것이라는 것은 이미 투자자라면 다 알고 있는 것이니 더이상 악재가 될 수 없겠지만 혹시라도 그날 또다시 파월 의장이 인플레가 잡힐 때까지 금리인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초치는(?) 멘트를 한다면 시장은 다시 상처를 입을 것이 자명하다.

매일매일 널뛰는 증시를 보면서 투자자들은 갈팡질팡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정책결정자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일희일비 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우리는 하루하루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몰라서 못 샀다거나 몰라서 못 팔았다는 변명은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TV를 켜면 이곳저곳 증권방송에서 매일 아침 미국 증시의 마감 현황을 요약 브리핑해주고 친절하게도 국내 증시에서 어떤 종목을 사면 수익이 나는지까지 소상하게 알려준다.

어디 그뿐이랴. 컴퓨터를 켜면 수많은 증권 유튜버들이 앞다투어 '오늘의 급등주' '지금 사면 부자가 될 대박주'를 "구독과 좋아요"만 누르면 공짜로(?) 알려주는 사이트들이 줄을 서고 있다.

" '당신의 인생을 바꿔줄 대박주'를 지금 'XX매매방'으로 들어오면 3종목을 무료로 공개하니 우선 한번 체험해보시라"는 유형의 홍보 문구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내 휴대폰에 밤낮없이 무차별 공습중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TV와 신문도 연일 새로운 뉴스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주식과 관계된 중요한 경제 소식들이 매시간 업데이트되고 있다. 정보가 없어서 걱정이 아니라 정보가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 차고 넘치는 것 중에서 도대체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지 그것이 더 걱정인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얼마전 케이블 증권방송 '백발백중'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한 적이 있었다. 내게 주어진 질문은 "엔비디아의 투자 참여만으로 ARM이 AI 관련주로 묶일수 있을 것 같은데요. 최근 엔비디아가 ARM의 설계에 기반한 AI용 슈퍼칩 '그레이스 호퍼'를 공개했죠?"라는 것이었다.

내용인 즉슨 요즘 어디가나 핫 이슈인 AI, 그중 슈퍼칩인 '그레이스 호퍼'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문과 출신의 뇌 세부구조의 한계(?)는 그렇다치더라도 이제 겨우 반도체 CPU와 GPU 정도가 무엇인지 알게된 처지에 심오한(?) 반도체 AI의 새로운 고성능 칩에 대해서 전문가인양 설명해야 한다는 것은 실로 난감했다.

그 분야의 전공자들이라도 대부분 잘 모르는 시청자와 투자자들에게 알기쉽게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터. 고민끝에 제작진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

투자자나 시청자 입장에서도 고성능 슈퍼칩의 성능과 효능보다는 AI 기술의 적용사례와 실제 다른 산업 분야로의 확산여부와 향후 전망이 더 관심이 있을 것이기에 그쪽으로 답변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선처를 구했다.

이실직고(?)가 받아들여져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혼잣말로 조용히 되뇌었다. "나는 트레이더(trader)지 애널리스트(analyst)가 아니라고."

애널리스트라면 각자 맡은 전문분야에 따라 거시적으로는 시장의 동향을 분석하고 전망하는것이 당연하다. 또 미시적으로는 담당 산업 분야 즉 업종에 대한 분석과 전망, 나아가 관련 기업의 실적과 주가 전망까지도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트레이더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주식을 매매해서 수익을 내는데는 그렇게 많은 정보가 필요하지 않다. 지금이 주식을 살 때인가, 아니면 팔 때인가 또는 관망하며 때를 기다려야 하는가로 압축할 수 있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

물론 미 FOMC의 금리 결정과 환율, 유가 등을 비롯하여 CPI, PPI 등 각종 경제지표와 실업률 등 매월 발표되는 고용지표 등은 시장을 움직이는 매우 중요한 변수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급락하는 시장에서도 수익을 주는 종목들이 있고, 급등하는 시장에서도 손실을 주는종목들이 있기 마련이다.

증권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나 강연회에 참석한 투자자들이 장안에 소문난 애널리스트들의 열강을 듣고나서 그들끼리 하는 말이 있다. "좋은 얘기 잘 들었는데 그래서 사라는 건가, 말라는 건가"

"아무리 들어도 모르겠네,, 매수 매도 타이밍을 절대 말 안하는구만" 2% 부족하다고 느낀다. 결정적 한방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미국 주식을 매매해서 고객들과 수익을 내는 소위 서학개미중의 한 사람이다. 미국 주식 전문가라고 매일 아침 증권방송에 출연하는 대부분 애널들은 하나같이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JP모건 그리고 수많은 월가 애널들의 시장 분석과 기업의 목표주가를 앵무새처럼 그대로 베껴서 읊는다.

그들의 이러한  타령들은 블룸버그, CNBC, 야후나 월스트리트 관련 사이트를 찾아보면 더 자세하게 나와 있다. 이들은 매일같이 여기서 중요한 정보를 발췌, 요약한 다음 자신의 것인양 가공, 포장해서 발표하는 것이다.

앵무새처럼 이들의 코멘트를 번역해서 전달할 뿐이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자신의 목소리가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고 물으면 대개는 "글쎄요..." 라고 즉답을 피한다. 예상과 전망이 틀렸을 때의 리스크를 철저히 배격하는 것이다.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는 추구하는 바가 다른 만큼 갈 길 또한 다르다. 신은 인간에게 매사에 완벽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허락하지 않았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는 투수로서도 타자로서도 완벽한 올라운드 플레이어이니 예외다.

그러나 지극히 드물다. 야구의 광팬인 필자도 오타니 말고는 투타 겸업의 완벽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아직 본 적이 없다. 트레이더는 매일매일 수익과 손실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머지 않아 챗GPT, 즉 AI(인공지능)가 그 역할을 대신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누구라도 백발백중은 불가능하다.

트레이더는 애널리스트들의 시장 전망과 목표 주가를 참고는 하지만 시장이 주는 신호와 그들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동물적인 감각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매일매일 시장이 보내는 매수와 매도 신호, 그리고 리스크 관리에 대한 대비 등을 시시각각으로 체크하면서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전달한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의 트레이더다. "1년내 미국에 경기침체가 온다"라는 비관론자의 경고에도 귀를 기울이지만 미국 경제가 성장률은 견조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없는 이상적 상태를 지칭하는 '골디락스'국면에 진입했다는 낙관론을 훨씬 더 지지한다.

최근 아마존을  필두로 미국의 온라인 쇼핑업체들이 역대급 매출을 올렸지만 CPI와 PPI 상승률은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높은 임금 상승률 덕에 왕성한 소비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물가지표는 예상보다 둔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골디락스의 상승장에서 나만 소외되는 것은 아닌지 투자자들은 두려워하면서 공격적으로 매수를 하고 있다는 얘긴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도 당연히 동참해야 한다. 정말로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 미국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어 금리를 인하해야 할 정도가 된다면 그것은 정말 문제이고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때까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당연히 수익을 내야 한다. 필자는 내년 11월 미국 대선까지는 시장에 큰 변화나 충격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인지 지금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 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디서 사고 어디서 팔아야 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를 매일매일 시장에서 확인하면서 오늘을 복기하고 내일을 준비해야하는 나는 트레이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