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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랐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랐다"
  • 황윤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4.17 0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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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전기차 보조금 - "나 지금 떨고 있니?"

2차전지주가 뜨겁다. 고공행진중인 주가를 그저 넋 놓고 바라보던 투자자들로서는 배가 아프다. 일찌감치 담지 못했거나 미리 팔아버린 투자자들은 조정을 학수고대하지만 기다리는 조정이 오지 않는다고 볼멘 소리다. 특히 그중에서도 에코프로 형제들의 주가 상승폭과 거래량, 거래대금은 가히 경이롭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 석사
sbs비서실 스피치라이터
대우증권 실전투자대회 3위 입상
한국경제tv 슈퍼스탁킹 우승
한국경제tv 해외주식 전문가

지난 16일 한국거래소가 2000년 1월 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1일 거래대금 상위 종목을 분석한 결과 지난 10일 에코프로비엠 거래대금이 2조6566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2위 셀트리온헬스케어를 건너뛰면 3위는 에코프로다.

이미 2017~2020년 신라젠과 셀트리온의 바이오 버블을 뛰어넘는 엄청난 기록이다. 지난 13일에는 주가가 내려가자 차익실현에 나선 매도 세력과 추가 매수에 나선 세력이 일제히 거래에 가담하면서 하루 거래대금이 2조5974억원에 달했다. 에코프로 하루 거래대금은 이달 11일 2조4764억 원과 10일(2조4361억 원)에도 모두 2조원을 넘었다.

코스닥 지수가 11개월만에 강력한 저항선인 9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 지수도 갭하락이 나왔던 2550선을 뚫고 오르려는 기세가 맹렬하다. 코스닥 지수는 연초부터 상승가도를 달렸다. 올 들어 지난 4월14일까지 상승률은 34.6%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5.5%)의 두 배를 웃돈다.

세계 주요국 지수 중 가장 가파른 상승률이다. 코스닥 상승세는 2차전지 등 일부 섹터의 기업들이 주도했다. 올 들어 이날까지 에코프로 주가는 약 6배 올랐는데, 신고가 82만원대는 연초 11만원대 주가대비 800% 이상 급등한 것이다.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도 2배 넘게 상승했는데 지난 10일 기록한 31만5500원은 연초 대비 300% 넘게 오른 것이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고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10조 1423억원으로 올 초 대비 3개월여만에 30.8%나 증가했다. 신용 융자는 대부분 코스닥의 2차전지 관련주로 쏠림 현상이 집중되고 있다.

공매도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액은 1월 835억원, 2월 1767억원, 3월 2887억원, 4월 3769억원 등으로 불어나고 있다. 공매도 대기자금 성격으로 분류되는 대차거래 잔액도 증가하고 있다.

공매도는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2차전지주 등 일부 종목에 집중되고 있는데 지난 13일 기준 대차거래 잔액은 80조4570억원이다. 지난 11일 기준 에코프로비엠 공매도 잔액은 9587억원, 에코프로는 4094억원이다.

그런데도 증권방송이나 YouTube 주식 채널 등에서는 아직도 "공매도에 겁먹지 마라, 갈 것은 2차전지밖엔 없다", "전기차는 마냥 GO다!" "한국 2차전지주가 美 IRA 보조금 수혜주니 지금부터다" "지금 조정받을 때 다시 사야한다" 라는 등 근거없는 엉터리 정보를 앞세워 개인들의 추격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

물론 美 바이든 대통령이 2032년에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체 자동차의 67%가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큰 소리친 것은 우리나라로서는 크나큰 기회임에 틀림없다. 또한 3월 발표된 CPI가 5%로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지금까지의 최저치였다는 점도 환호할 만하다.

인플레 피크아웃이 힘을 얻게 되면서 금리인상 시그널이 머지않아 종료되고 오히려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마저 나오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실상은 어떠한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32년 전체 자동차의 67%를 목표로 하는 미국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율은 5.8%에 불과하다. 테슬라가 1분기 44만대를 생산한 것과 비교해볼 때 현대 기아차는 1분기 미국에서 1만4703대와 6080대를 생산하여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5%, -3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 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최대 판매 실적을 올렸지만 전기차는 고전하고 있다. 미국의 압력에 따라 한국 자동차 생산기업들이 앞다투어 미국으로 생산공장을 건설, 이전했지만 졸지에 IRA에 의거, 1대당 1천만원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마저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운좋게 보조금을 일부 받는다 해도 그 조건은 실로 까다롭기 짝이 없다. 북미에서 생산, 조립하는 전기차여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고 북미에서 생산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또 미국과 FTA 협정국에서 생산한 광물을 40% 이상 사용해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만들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황당한 아이러니에 봉착하게 되고 만다. 이는 중국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중인 한국 기업과, 또 전세계 70% 광물 자원을 보유중인 중국산을 사용할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므로 황당하기까지 하다.

美中간의 고래 싸움에 애꿎은 우리나라는 새우 등 터지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추가적인 비용 부담과 치열한 공급망 경쟁 등이 불가피할 것이 분명하다. 향후 어찌될지는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필자의 가족들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한인 교포들이 사는 캘리포니아 지역이 미국내에서는 전기차 생산량이 20%로 가장 높은 지역 중의 하나이지만 아직도 하이웨이에서 하이브리드카를 비롯한 전기차들을 보는 것은 그리 흔치 않다.

그 이유는 부족한 충전 인프라 때문인데 10년안에 120만개 충전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올해 현재까지 겨우 8만개 정도에 그치고 있다. 미국이 대기오염 기준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전기차 판매량을 파격적으로 늘리겠다는 전략은 결국 언젠가는 성공하겠지만, 그로 인해 가격이 오를대로 오른 전기차에 대해 미국 소비자들 83%가 가격이 비싸서 구매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전기차 부동의 1위 테슬라 조차도 가격 인하를 발표했을 정도이니 경기침체로 판매가 저조할 경우 향후 수익성의 저하는 불보듯 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경기침체로 인한 타격은 상상 이상으로 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대부분 최저 2,3배 많게는 5-10배 이상 급등한 2차전지주를 다시 무턱대고 추격매수하여 의미있는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소위 그들이 부추기는 순환매, 즉 못 올랐거나 덜 오른 2차전지 관련주들을 공략하는 것이 대안일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20여년 투자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먼저 시세를 분출한 2차전지 대장주들이 꺾어지거나 급락한다면 후발주나 저평가주들은 속수무책 더 많이 하락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전기차가 날로 오염이 심각해지는 환경을 보호하고 언제 고갈될지 모르는 화석연료의 대안이자 언젠가 사라질 내연기관차의 미래라는 사실을 부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전기차가 지금까지의 모든 내연기관차를 온전히 대체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 적지 않다. 특히 美中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수출 증대과 수익성 증대의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이렇게 많이 올랐는데 "더 간다, 마냥 간다, 대안이 없다"라는 식의 흥분은 절대 금물이다.

필자는 공매도로 인한 2차전지 관련주의 대규모 차익실현시 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보고 있다. '인플레 피크아웃'과 '금리인상 종료' 라는 누구나 다 아는 시장의 호재보다는 어두운 그림자로 다가오는 경기침체의 시그널에 더 주목해야 한다.

흥분은 금물이다. 냉정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악재는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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