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기준금리를 현재의 3.50% 수준을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2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가 동결됐다.

이번 결정은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기하방 리스크 확대 ▲금융안정 필요성 ▲주요국 통화긴축 스탠스 완화 등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최초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및 국고채 금리 추이

한은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에서 금융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다”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안정 상황 및 여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중장기 목표 수준인 2%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인하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게다가 이번 금리동결 결정이 만장일치에 따른 것이었으나, 5명의 위원은 여전히 3.75%까지 최종금리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회의 때 이 같은 의견이 3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회의가 좀 더 매파적인 분위기였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단기금리가 급격히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기대가 다소 과도하다고 지적한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증권가는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한 것과 관련해 예상했던 수준이라며, 최종금리 역시 이 수준에서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과 4월 연속 동결 결정으로 최종금리가 3.5%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공고해졌다”며 “한은은 특별한 침체 징후나 신용위험 확산 징후가 나타나지 않으면 앞으로 5월, 7월까지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 여파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추가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금융 리스크가 수시로 부각될 수 있다”며, “경기 하강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점차 물가보다 금융안정으로 시선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증권가는 한은이 올 하반기 금리인하도 고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용 총재가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했음에도 인하 가능성 기대감을 나타낸 것이다.

2023년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5%로 연내 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은이 8월부터 금리인하를 단행하거나 인하시기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도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경기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이 연내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글로벌 경기부진과 이에 따른 금리인하 기대는 중장기적 대세”라며, “하반기 경기부진 여하에 따라 4분기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관련 베팅은 물가의 ‘흐름’이 아닌 ‘레벨’에 중점을 두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인하 시점 논의는 4분기 중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증권전문가들이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은 아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평가로 채권시장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금통위원들은 금리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은 적고, 내년 1분기 중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하반기 경기 반등을 견인할 수 있는 반도체 가격 재상승, 중국발 리오프닝 기대감에 의한 소매 판매 등을 고려할 때 시장의 생각처럼 통화당국이 연내 금리인하 카드를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해 기준금리 정책과 관련한 한은과 시장 간의 동상이몽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