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이달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OPEC+ 자체 감산 결정에 유가 변수 작용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초반까지 둔화했으나, 여전히 근원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OPEC+ 회원국들의 자체 추가 감산조치까지 더해지면서 고물가 행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에 따르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4.2%보다 0.6%p 높은 수치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것은 2021년 1월 이후 약 2년여 만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하고 있으나 물가의 기조적 흐름은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뜻한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컸는데 3월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4.2%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리는 데 상당 부분 기여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주요 등락률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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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OPEC+ 회원국들의 원유 감산 결정은 유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OPEC+ 회원국들이 하루 116만배럴 규모의 추가 감산을 발표함에 따라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 폭등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국내 물가 역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우려된다. 당초 정부와 한은은 조만간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유가상승으로 인해 4%대, 5%대 고물가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산유국들이 감산하면 국제유가가 오르게 되고 오른 가격은 순차적으로 국내 물가에도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및 한미금리차 변수가 한국 금리동결 여부 결정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년 만에 가장 낮은 4%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3.50%)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7일 물가 전망과 관련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로 낮아졌는데, 3월의 경우 4.5% 이하로 떨어지고 연말 3%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3월 상승률이 이 총재와 한은의 전망보다 더 낮고 경로에서도 벗어나지 않은 만큼, 무리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해 경기 위축을 부추기기보다는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물가·환율·경기 등을 더 지켜볼 것이라는 게 시장전문가의 예상이다.
다만 산유국 감산으로 유가와 함께 국내 물가가 다시 움직일 경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이 총재도 최근 “우리(한은)는 국제 유가가 올해 배럴당 70∼80달러로 유지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지만, 중국경제 상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라 유가가 90달러 이상 100달러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고, 공공요금 조정도 예정된 만큼 이런 변수들을 다시 봐야 할 것”이라며 유가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게다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도 한은이 최종 금리를 3.50%에서 3.75%로 인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를 0.25%p(4.50∼4.75%→4.75∼5.00%) 올리면서, 현재 한국 기준금리(3.50%)는 미국보다 1.50%p나 낮은 상태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