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 집권 2년차 정책 모멘텀 주목
2분기 저점 확인 후 하반기 회복 전망
‘산타랠리’ 없는 올 연말에 이어 내년 초 ‘1월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1월 효과’란 새롭게 맞이하는 신년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특별한 호재 없이도 주가 상승률이 다른 달에 비해 크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연초 ‘산타랠리’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4일(미 현지시간) 있었던 올해 마지막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시사한 바와 같이 내년에도 통화긴축 기조가 이어져 증시 반등을 꾀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 산타랠리가 실종된 것은 파월 연준 의장의 강력한 긴축 의지를 확인하면서 시장 투심이 악화된데다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매파적 행보도 한몫했다.
여기에 국내에선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요건이 현행 10억원으로 유지되면서 연말 큰손인 개인 투자자들의 매물 출회 우려가 커진것도 증시 하방압력을 가중시켰다.
이에 증권사들은 내년 1분기에도 긴축 흐름이 지속되면서 2분기에 저점을 확인한 후 3분기부터 반등하는 상저하고 흐름을 나타낸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은 그대로인데 기업들 실적 발표 등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연말 산타랠리가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연준 때문이었고 연초에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 반등같은 이슈가 나오기도 어려워 지수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각 정부 집권 연차별 주가지수 수익률
따라서 증권가는 내년 ‘1월 효과’ 기대감 대신 연초엔 정부의 정책 등 수혜에 따른 중소형주 종목에, 연간으로는 성장주보다 가치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월에 일부 정책적 기대감에 힘입어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아웃퍼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정부 집권 2년차에 성장산업 정책 발표 모멘텀 부각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증시는 신정부 집권 2년차에 성장산업 정책 발표 모멘텀이 다수 부각된 것을 알 수 있다. 5년 단임제인 한국 정부 특성상 집권 1년차에는 행정부를 구성하고, 2년차에는 성장산업 정책 발표가 증시에 모멘텀을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및 ‘신성장 4.0 전략 추진계획’에 따르면, IT 외 신성장 분야와 관련된 항목이 크게 늘어났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기대감이 크게 반영된 분야(모빌리티, 이차전지)와 아직 발전단계가 미약한 분야(우주탐사, 양자기술, 스마트농업 등)는 테마 형성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들을 제외하면 스마트그리드, 콘텐츠, 해외수주 분야가 유력하다”고 판단했다.
신성장 4.0 전략 관련 분야의 과거 대비 밸류에이션(FY0 PBR 기준)
성장주보다 가치주 시대···반도체 업황 주목
정부정책 관련 수혜주 외에 증권가가 내년 증시에서 주목하는 종목은 가치주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각국 중앙은행들의 피봇(긴축정책 전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동안 실질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한계기업들이 퇴출되고 가치주가 살아남을 것”이라 분석하며, “중앙은행의 피봇은 유동성보다는 경기에 대한 베팅에 가까워 경기민감주와 가치주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섹터별로 살펴보면 IT,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테크 등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 “지ᄂᆞᆫ 2019년 일본 반도체 수출규제 이후 소부장 생태계와 국산화 바람이 불었는데 내년에도 2차 소부장 사이클 도래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반도체 업황 개선 여부가 국내증시 반등 주도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반도체 다운 사이클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즉,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업황 개선을 기대해볼만하다는 진단이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의 투자 축소와 감산으로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낮아진 메모리 가격이 탑재량 증가로 연결되는 내년 3분기 이후 메모리 업황 반등과 2024년 메모리 공급 부족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에 금리 탠트럼(발작)으로 인한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면 가장 빠르게 회복할 업종으로 반도체, 건강관리, 소프트웨어 등이 유력하다는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신중호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불확실성을 반영하며 빠르게 하락한 주가를 감안하면 반등 때 탄력성이 가장 높은 업종은 밸류에이션 장점이 큰 업종”이라며 “소프트웨어는 코로나19 저점 당시보다 더 낮은 PBR(주가순자산비율) 기록 중이며 반도체, 건강관리, 디스플레이 역시 코로나19 당시 저점과 비견될 정도로 낮은 멀티플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