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SK하이닉스 제친 덕에 LG그룹 시총 상승
롯데, 제과·지주 각각 69%·27.36% 증가
장기화되고 있는 국내증시 부진영향에 올 들어 5대그룹 소속 코스피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370조원 가량 증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롯데) 상장사 69곳(우선주 제외)의 시총은 지난해 1,222조366억원에서 올해 984조5,690억원으로 무려 -19.4%(237조4,676억원) 감소했다.
그 중 SK그룹 20곳이 211조2,331억원에서 128조5,637억원으로 -39.14%(82조6,694억원) 줄어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SK의 경우, 유상증자로 신주를 발행한 SK리츠(+3.74%)를 제외한 SK바이오사이언스(-64.18%), SK아이이테크놀로지(-68.81%), SK스퀘어(-45.56%) 등 지난해 증시에 입성한 2년 차 종목들의 시총은 반토막 이상 줄었다.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 시총은 -36.56%(34조8,713억원) 급감한 가운데 SK텔레콤(-12.26%)과 SK가스(-21.18%) 등이 그나마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삼성그룹 역시 투자자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삼성 계열사 16곳의 시총은 729조8,449억원에서 532조9,018억원으로, -26.98%(196조9,431억원)줄었다. 반도체업황 둔화로 삼성전자 시총이 526조235억원에서 355조5,888억원으로 무려 -32.4%(170조437억원) 감소한 영향이다.
삼성그룹주 가운데서 시총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삼성전기로, 15조572억원에서 8조5,381억원으로 -43.29%(6조5,191억원) 감소했다. 삼성전기는 ‘전자제품의 쌀’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가격하락이 계속되면서 실적전망이 악화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삼성엔지니어링(-0.66%), 제일기획(-0.66%), 삼성생명(-2.65%), 삼성바이오로직스(-3.87%), 삼성카드(-4.13%),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앞세운 조선사 삼성중공업(-6.36%) 등은 소폭 감소하는 데 그첬다.
현대자동차그룹(11곳) 시총도 135조1,391억원에서 122조8,550억원으로 16.49% 감소했다. 현대차는 50조9,674억원에서 47조7,181억원으로 -15.61%, 기아차는 33조3,209억원에서 29조1,456억원으로 -12.53% 줄었다. 다만, 이러한 감소수준은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27.9%)을 웃도는 것으로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종목 중 올해 유일하게 시총이 증가한 곳은 현대로템으로 전년 대비 21.63% 늘었다. 반면 현대제철(-31.4%)과 현대비앤제스틸(-29.29%), 현대오토에버(-25%) 등이 시총 하락에 큰 역할을 했다.
한편, 5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시총이 증가한 곳은 LG그룹으로, 지난해 124조8,357억원에서 191조5,198억원으로 무려 53.42%(66조6,841억원) 증가했다.
이는 올해 1월27일 코스피에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직후 하이닉스를 제치고 시가총액 2위로 올라선 뒤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긴축 파고에도 배터리 소재 북미 공급망을 강화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적극 대응해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액 6조6,000억원, 영업이익 4,431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라며 “합작법인과 자체 공장 등을 통해 가장 발 빠르게 미국 사업을 진행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의 향후 1년간 수주 모멘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가전과 IT제품의 수요부진으로 주력 계열사인 LG전자(-43.07%), LG생활건강(-42.59%), LG디스플레이(-51.22%) 등의 시총 하락 폭은 컸다. 이 외 지주사 LG(-8.5%)와 LG이노텍(-24.86%) 등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5대 그룹 가운데 시총 감소율이 가장 낮은 곳은 롯데그룹으로, 지난해 20조9,383억원에서 올해 18조7,287억원으로 -10.75%(2조2,096억원) 감소하는데 긏ㅆ다.
특히, 롯데제과와 롯데지주 시총이 올 들어 각각 69%, 27.36%나 증가해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는데 지난 7월 롯데푸드와 합병한 롯데제과는 올초 시총이 7,732억원에서 9월30일 1조3,067억원으로 무려 68.99% 증가해 계열사 중 시총 상승폭이 가장 컸다. 게다가 지난달 29일에는 주가가 장중 한때 135,500원까지 치솟으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반면 그룹 시총의 3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의 시총은 올초 대비 각각 -33.6%, -25%나 줄어들었다. 핵심 사업 한축인 롯데쇼핑은 연초 대비 시총이 198억원(-0.8%) 감소하며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