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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파이터’로 나선 이주열과 이동걸
코로나19 ‘위기 파이터’로 나선 이주열과 이동걸
  • 양희중 기자
  • 승인 2020.05.06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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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은 길 향하는 한은·산은…과제도 ‘산적’
왼쪽부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왼쪽부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코로나19發 위기 극복의 선봉장으로 나섰다. 

정부가 위기 상황 때마다 내세웠던 산업은행뿐 아니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최종 대부자로서 한국판 양적완화 등 안가본 길을 가고 있다. 그만큼 실물경제 위기로 시작된 코로나19발 경제 충격이 그 어느 위기 때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감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각에서 ‘2% 부족’ ‘뒷북’ 등의 비판도 받기도 했지만 처음 가보는 길로 걸음을 크게 내딛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 0%대(연 0.75%)로 내렸고 4월부터 3개월 동안 한도가 없는 전액공급방식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단행해 ‘한국판 양적완화’의 첫걸음도 뗐다.

또한 은행은 물론 증권사, 보험사에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하는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도 도입했고 사상 처음으로 SPV(특별목적회사)에 유동성을 지원해 저신용등급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한은이 내놓은 대책 중 상당수가 ‘사상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정도다.

산업은행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등 과거 위기 때 처럼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중추로 급부상했다. 

40조원 규모로 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 등 7대 기간산업을 지원하고자 조성되는 ‘위기극복과 고용을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산은 산하에 설치된다. 또 한은과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20조원 규모의 저신용등급 회사채·CP 매입 SPV도 산은에 꾸려진다.

산은은 이미 유동성 위기에 처한 두산중공업에 수출입은행과 함께 1조원을 지원한데 이어 8000억원을 추가로 공급한다. 상황에 따라 추가 지원 가능성도 열어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도 각각 1조2000억원, 1조7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처럼 한은과 산은이 위기 돌파를 위한 각종 방안을 마련하면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과제도 쌓여있다.

한은은 유례없는 다양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실물경제의 충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가 없다. 주요 국가의 경제활동이 사실상 멈춰섰고 기업들의 1분기 성적표에서도 심각성이 드러났는데 진짜 위기는 코로나19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될 2분기부터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수출 급감으로 무역수지가 99개월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일 발표될 경상수지가 지난해 4월(-6.6억달러) 이후 1년만에 또다시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5월과 6월에도 적자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지난 3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 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지만 회사채 금리는 상승,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은 입장에선 추가 대책을 내놓거나 정책을 일부 보완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기업들의 응급실을 자처하고 나선 산은 역시 어깨가 무겁다. 40조원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 전 산은이 코로나19 피해 기업 등에 대한 지원 부담액만 17조원에 달한다. 산은은 후순위 산금채 한도를 4조원으로 확대하는 등 자본 확충을 준비하고 있다. 3차 추경에 산은과 수은에 대한 정부의 출자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 산은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하려 했던 이 회장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산은을 혁신기업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수 있는 혁신 성장 기업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고 기업 구조조정은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에 맡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이 회장의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를 앞둔 지난해 말 혁신성장금융부문에 벤처금융본부를 설치하는 등의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하지만 산은은 한동안 혁신 성장 기업 지원이라는 계획보다는 구조조정의 해결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 역시 뜻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산은이 추진했던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도 코로나19발 항공산업 불황 여파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이 총재와 이 회장은 코로나 사태 초반 기싸움도 벌이기도 했다. 이 회장이 “한은의 문제의식이 안일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했고 이 총재도 “부여된 권한 범위 내에서 조치를 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시장 기대와 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메르스 사태가 불거졌던 지난 2015년에도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였던 이 회장이 한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한국은행 총재는 이 총재였다. 코로나19 위기 파이터로 나선 두 사람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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