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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이례적 비은행 대출…자본시장 영향은
한국은행, 이례적 비은행 대출…자본시장 영향은
  • 정상혁 기자
  • 승인 2020.04.17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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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면 안된다’…한은, 담보대출 선제조치
증권사, 회사채 담보로 ABCP 차환 나설듯
ELS마진콜·PF ABCP차환 변수 가능성 있어
증권업계 “담보대상에 ABCP 포함 필요해”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증권사 등 비은행까지 회사채 담보 대출을 실시한다. 한은의 선제적 조치로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을 비롯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 등으로 발생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우발채무 비중이 큰 증권사들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면 회사채, 기업어음(CP) 시장 등이 안정화되며 시장 전반적인 선순환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에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 이상)를 담보로 최장 6개월 이내로 대출해주는 ‘금융안정 특별대출제도’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대출 담보는 일반 기업이 발행한 잔존 만기 5년 이내 우량등급(AA- 이상) 회사채다. 자금 수요에 따라 일정 금리로 즉시 대출해줘 금융사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게 된다.

한은은 다음달 4일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10조원 한도 내에서 운용한다. 한은은 한은법 제64조와 제80조 등에 근거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 한은법 제80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신용공여가 크게 위축되는 등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 비은행금융기관 등 영리기업에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상 기관은 증권사 15곳 이외에도 국내은행 16곳과 외은지점 23곳, 한국증권금융, 보험사 6곳 등이다. 증권사는 한은 증권단순매매 대상기관, RP매매 대상기관, 국채전문딜러(PD) 중 하나에 포함돼야 하며 보험사는 한은과 당좌거래 약정을 체결하고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이어야 한다.

한은이 증권사 등 영리기업에 직접 대출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이례적으로 비은행권 대출에 나선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우려가 아직 진정되지 않고 있어 비상 상황 발생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번 조치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기성 여신제도를 마련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ELS 대규모 마진콜에 따른 단기금융시장 경색이 여전히 진행 중인 데다가 증권사들은 경기 침체로 부동산 PF ABCP 차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은은 증권사들이 추후 돌발 악재가 한 번만 더 발생하면 버티기 어려운 한계 상황까지 내몰릴 수 있어 이같은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ELS 마진콜 사태로 몇몇 대형 증권사가 순식간에 흑자 도산 공포감에 휩싸인 바 있다. 

현재 ELS의 기초자산인 유로스톡스50,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 등의 주가가 일부 회복하며 관련 우려감이 줄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언제든 급락하더라도 무색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별 자체헤지 ELS 잔액이 가장 큰 곳은 삼성증권으로 약 6조원이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각각 4조원이며 KB증권은 3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또 IMF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올해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우려는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IMF는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예외 없이 모두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지난 14일 오전(현지 시간) 올해 세계 경제가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의 전망은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조치가 해제되는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잡은 관측으로, 적어도 상반기 중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는 의미가 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스프레드 등이 미국 만큼 커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이번 조치가 다소 이례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다”면서 “증권사들이 ABCP 등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지만 추후 더 큰 악재에 대비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이번 조치로 증권사의 CP 발행량이 점차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대두된 증권사의 PF ABCP 차환 발행의 시장 소화도 회사채 대출로 다소 누그러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P 시장은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2%대로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CP 91일물 금리는 이달 2일 2.23%로 고점을 찍은 뒤 9거래일 만에 2.12%로 11bp 하락했다.

CP 금리는 다소 누그러진 상태지만 양도성예금증서(CD)보다 102bp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통상 CP는 CD보다 10~20bp 수준의 격차를 보인다. 작년 이맘때 CD 91일물과 CP 91일물의 금리 스프레드는 11bp에 불과했다.

또 증권사들은 ABCP 투자자가 없으면 매입약정이나 지급보증을 제공한 증권사가 자기자본으로 직접 인수하거나 채무를 책임져야 하는 실정이다. ABCP는 최근 시장에서 소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돼왔다.

한은이 회사채 담보대출을 시행하면 증권사들은 CP 발행을 멈추고 회사채를 담보로 ABCP 차환에 나서며 막힌 유동성을 소폭 뚫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한은의 대상인 증권사 15곳은 AA- 이상 회사채를 약 20조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회사채 부족으로 담보 대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증권사들은 단기금융시장을 비교적 확실하게 안정시키려면 한은이 대출 담보 대상을 PF ABCP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곳은 증권사의 PF ABCP 시장"이라며 "PF ABCP 발행을 늘려놓은 증권사들은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 한은이 담보 대상에 ABCP를 포함하는 상황까지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유동성 갭(유동성 자산-유동성 부채, 3개월 만기) 대비 우발채무 부담이 큰 증권사는 지난해 기준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 한투,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이다. 특히 메리츠증권, 하나금투, 한투 등 3개사는 우발채무가 유동성 갭보다 커 쇼티지(Shortage)가 발생한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회사채 투매가 나오고 있다"며 "CP시장이 이번 조치로 안정화될 것이라고 확언할 순 없지만 추후 여전채, PF ABCP까지 담보로 잡아준다면 더욱 시장이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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