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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산업개발, 끝없는 주가 하락에 기름 부은 유상증자
HDC현대산산업개발, 끝없는 주가 하락에 기름 부은 유상증자
  • 윤상현 기자
  • 승인 2020.01.13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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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유증 부담…‘승자의 저주’ 우려 확산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 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 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는 성공했지만 그로 인한 재무건전성이 흔들리고 있어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와중에 자금 조달을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까지 실시하면서 주가하락에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H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은 장중 2만2,35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경신했고 전 거래일 대비 1100원(-4.64%) 떨어진 2만2600원에 마감했다. 이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주가 희석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10일 현산은 40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는데 발행주식수는 2196만9110주로 현재 발행주식 총수 4393만8220주의 50%에 달한다. 

발행 예정가는 1만8550원으로 지난 10일 종가(2만3700원)보다 20%나 저렴한 신주가 대거 상장한다는 소식에 구주 가치가 하락했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청약 미달 물량)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구주주에게는 기존 주식 1주당 신주 0.5주가 배정되고 청약 이후 남은 물량은 일반공모로 조달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주가 하락이 이렇듯 계속 이어진다면 신주 발행가는 더욱 낮아질 수 있다. 확정 발행가액은 1차 발행가액과 2차 발행가액 중 낮은 금액으로 결정하는데 1·2차 발행가액 산정 시점의 주가가 지금보다 더 낮아지면 이를 기준으로 발행가액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현산이 이토록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이유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 때문이다. 아시아나 항공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총 2조5000억원으로 현산은 보유현금 5000억원과 유상증자 4000억원, 공모회사채 3000억원, 기타 자금조달 8000억원 등으로 약 2조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주가 하락은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희석 우려도 있지만 과도한 자금조달로 현산의 재무구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탑2’로 꼽히는 대형 항공사라는 점이 매력적이지만 무리한 인수로 현산의 재무건전성이 흔들리 수 있다는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산의 자본금은 2조1323억원, 현금성 자산은 9158억원이다. 자기자본보다 큰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선 외부에서 대거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부채비율은 115% 정도지만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비약적인 상승이 예상된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인수과정에서 차입금이 약 1조1000억원 증가하더라도 이번 유상증자로 자본금도 늘리면 부채비율은 130% 수준으로 관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무엇보다도 부채비율이 800%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자금과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고 과도한 현금 유출로 현산 본업 가치도 저평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현산은 부동산 개발(시행)과 건설시공이 주요 사업인데 보유현금이 줄어들면 부동산 개발을 위한 자금에도 문제가 생긴다. 특히 최근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갈수록 분양 실적이 감소하는 등 본업 부진이 이어지는 것도 시장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현산은 2018년 6월 분할상장 이후 끝없는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데 분할상장 당일 종가 7만5600원을 기록한 이후 1년반 동안 주가는 70% 가량 하락했다.

케이프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이날 분석 리포트를 내면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고 목표주가도 내렸다. 하지만 이러한 지속적인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바닥이라고 보긴 어렵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싼 주식이지만 딜 종료 후 4월 이후부터 아시아나항공 실적이 연결로 인식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바닥을 잡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턴어라운드에 따른 실적 호조를 기대하고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회사의 리스크 요인이 크게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조달 목적으로 10일 장 종료 후 기존 주식 수의 50%에 해당하는 유상증자를 발표했는데 현시점에서 발행 가격은 1만8천550원으로 10일 종가 대비 22%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신용등급과 기존 사업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이나 기존 주주가치 훼손은 불가피하다. 현재로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2조원은 보유현금 5천억원, 유상증자 4천75억, 기타 자금조달 1조1천억원 등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항공업으로의 진출이 안겨다 줄 HDC그룹의 사세 확장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주들에게까지 긍정적이려면 피인수기업의 가치 제고가 필수적이나 그에 대한 확신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백 연구원은 “결국 기존 실적을 뛰어넘는 아시아나항공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거나 최소한 그러한 실적 개선에 확신을 줄 수 있는 계획 발표 전까지는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투자 모멘텀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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