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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투기 사이
투자와 투기 사이
  • 황윤석 논설위원
  • 승인 2019.06.1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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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주식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어떤 이는 주식을 투자(投資)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투기(投機)라고 한다.

황윤석 논설위원
황윤석 논설위원

어느 것이 맞는 말일까. 사전에 찾아보면 투자는 "이익을 고려하여 주식, 채권 등에 자금을 돌림"이라고 규정하고 투기는 "기회를 엿보아 큰 이익을 보려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으로 부족했는지 "곧 불확실한 이익을 예상하여 행하는 사행적(射倖的) 행위"라는 어려운 부가 설명을 하나 덧붙였다.

그 차이를 알 것 같기도 하고 별 차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참으로 알쏭달쏭하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가치 투자의 아버지' 워렌 버핏을 존경하고 신봉하지만 나는 제시 리버모어를 좋아한다. 제시 리버모어는 '월 스트리트의 곰' '추세 매매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하지만 영욕의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월 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다.

15세에 5달러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이래 단 한번도 주식 투자 이외의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 전업투자자로 일생을 살았다. 몇 차례의 파산을 겪고도 재기에 성공하여 결국 1929년 1억$을 벌어 마침내 월 스트리트의 거물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롱 아일랜드 대저택에 14명의 하인을 두고 살았고, 초호화 요트를 타고 월 스트리트로 출퇴근했으며 글로벌 금융 역사에서 아직도 제시 리버모어의 전무후무한 경이적인 수익률은 깨진 적이 없다.

특히 폭락장에서도 공매도로 엄청난 수익을 올려, '하락장에 더 강하다'는 것으로 정평 있었고저명한 은행가 J.P. 모건 조차도 그에게 포지션 변경을 부탁할 정도였으니 시장에서의 그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했다.

"어떻게 하면 주식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을까요?"

투자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처음에는 주식매매로 수익을 내는 일이 그렇게 생각 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했다. 대박주를 하나 잘 잡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자신을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더니 시큰둥한 반응이다.

당신은 좋은 종목이나 주면 됐지, 왜 내가 알아서 할 일까지 간섭하느냐는 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 그걸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80년전 제시 리버모어가 투자자들에게 한 퉁명스런 대답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셈이다. 일찌감치 그는 이런 질문은 곧 일반인이 외과의사에게 "어떻게 하면 수술로 큰 돈을 벌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그만큼 어렵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냥 날로(?) 먹으려고 하는 투자자들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아무리 말해봤자 본인이 직접 겪어보고 깨닫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주식이란 참으로 미묘한 것이기에 그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식, 카드, 경마, 도박 등의 승부에서 한번은 이길 수 있지만 또 매매로 어쩌다 한두 번 돈을 벌 수는 있지만 매번 이기는 게임을 할 수는 없다. 너무도 당연하다. 무모한 사람만이 매매하는 족족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에 목을 매는 법이다.

투자나 투기에 성공하려면 관심종목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나름대로 예측과 의견이 있어야 한다. 정확하게 예측하려면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내가 산 주식은 절대 손해보고 팔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하염없이 물타기를 하면서 벌써 손절하고 나왔어야 하는 주식을 비중을 실어서 장기간 물려 있는 거꾸로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2차례에 걸친 북미회담과 2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현 정부의 가장 확실한 정책주이므로 아무 생각없이 올인하라는 말만 믿고 남북경협주를 매수한 투자자들은 지금 밤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비핵화와 핵실험, 대북제재 완화와 추가 사이에서 이랬다저랬다 오락가락 줄타기를 하고 있는北美 양국의 행보에서 잘 알 수 있다.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무데뽀식 투자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자꾸 주변에서 올인하라고 부추겨도, 10~20배, 100배까지 수익난다며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달콤한 사탕발림을 해도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하루라도 매매를 안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는 매매 중독에서부터 하락하는 종목들을 하염없이 물타기해서 점점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도 모자라 자꾸 한방에 끝낼 종목들만 찾아다니는 불나방 같은 매매를 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바로 투기가 되는 것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도 남북경협주의 대장주로서 연일 신고가 행진을 하면서 시총 3조를 넘어섰던 <아난티>가 2대주주의 블록딜 악재로 연일 급락하면서 고점대비 반토막이 나고 있다.

아직도 남북경협주를 사서 모아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불확실한 테마에 올인해서 한방에 끝장내려고 하는 투자자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

일찌기 제시 리버모어는 주식은 변하고 자금 사정은 변하지만 월스트리트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인간의 본성이 절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자제하고 통제(control)할 수 있어야 한다.

매매에 조급하지 않고 수익에 갈증나지 않도록 수없이 트레이닝(trainning)을 반복해서 자기관리를 엄격히 하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습관을 단련시켜야 한다. 작은 수익에 방심하고 한번 이익에 자만하면 순식간에 손실이 눈덩치처럼 커지면서 졸지에 신세가 급전직하 할 수 있다.

욕심은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아 한방에 끝내겠다는 허망한 기대감으로 시장에서 감지할 수 있는 위험신호를 무시하면 자칫 모두를 잃게 되고 마는 것이다. 계속해서 올라서 신고가를 경신중이라는 공포감과 단순히 주가가 너무 높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매도를 결정해서는 안된다.

실력있는 트레이더(trader)는 손절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다음 기회를 노리는 사람이다.

그들은 또한 오르는 종목에 비중을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다. 이처럼 욕심을 줄이고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다면 기회는 언제든지 오게 마련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말을 많이 한다. 장사는 잘해서 매출은 올라가고 손님은 넘쳐나는데 어찌된 일인지 결산해보면 적자라는 것, 주식매매로 수익은 났는데 자금관리를 잘못해서 손실이 커지는 것, 한마디로 관리를 잘 못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는 것이 투자인지 투기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냉정하게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욕심을 줄여서 한방에 끝내려고 하지 말고 길게 보아야 한다. 투자금에 따라서 포지셔닝을 달리 하는 카멜레온 투자전략이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1백만원, 1천만원, 1억원, 10억원 투자자가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투자자 개인이 처한 사정과 자금 특성, 매매 성향에 따라 전략과 매매를 달리해야 한다. 칼로 무 자르듯이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투자이고, 그 다음부터는 투기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투자와 투기를 혼동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일확천금을 노리고 전재산을 걸어서 올인(all-in)하고 한방에 모든 것을 끝내려고 마음 먹는 순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은 마비되고, 무모한 기대감에 빠져들게 되는데 그때부터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되는 것이다.

투자와 투기 사이 -

기대감과 공포감이 뒤엉켜 허망한 인간의 욕심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부처도 마귀도, 성공도 실패도, 행복도 불행도 모두 내 마음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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