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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형 조선사…무너지는 한국 조선업 생태계
위기의 중형 조선사…무너지는 한국 조선업 생태계
  • 이민준 기자
  • 승인 2019.03.25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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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중형 조선사 2곳에 그쳐
일감 줄어들어 국내 시장 점유율 4%대 그쳐
경남 통영시 광도면 안정국가산업단지내 188만㎡(58만여평)의 성동조선해양이 오는 19일 M&A(인수·합병)에 따른 입찰을 벌인다. 조선소 입지조건이 전세계에서도 손꼽히고, 시설도 현대식으로 잘 마련돼 있는게 장점인 성동조선해양의 야드 모습이다.
경남 통영시 광도면 안정국가산업단지내 188만㎡(58만여평)의 성동조선해양이 오는 19일 M&A(인수·합병)에 따른 입찰을 벌인다. 조선소 입지조건이 전세계에서도 손꼽히고, 시설도 현대식으로 잘 마련돼 있는게 장점인 성동조선해양의 야드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해 성공시키며 세계 시장 점유율 20% 이상의 ‘메가 조선소’를 탄생시켰다. 이에 조선업은 대형조선소를 중심으로 재편이 한창이지만 한편으론 중형 조선사들은 중국 조선소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와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등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상적으로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형 조선사는 대한조선과 대선조선 2곳뿐인 걸로 나타났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15척의 선박을 수주해 2020년까지 건조 물량을 확보한 상황이고 잔량은 23척으로 중형 조선사 중 가장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대선조선도 수주 증가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두 조선사가 누리는 호황도 2000년대 중후반에 비해서는 수주량이 절반에도 못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한조선은 최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지분 67.7% 보유) 매각에서 배제되면서 ‘홀로서기’에 나서야 하며 대선조선은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주도로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나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찬 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5대 중형 조선소 중 하나인 한진중공업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지난 1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6874억원 규모의 출자 전환을 확정하며 회사의 최대주주가 기존 한진중공업홀딩스에서 산업은행으로 바뀌게 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성동조선과 STX조선도 불투명한 미래에 갈길이 험하다. 두 차례 매각이 불발된 성동조선해양은 다음달 3차 매각을 시도할 계획이며 STX조선해양은 자구계획안을 이행하기 위해 주요 자산을 처분하고 있고 수주잔량은 36만7000CGT(15척)로 상당하지만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건조 작업이 사실상 멈춰섰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형 조선소 수주량은 54만7000CGT로 전년보다 18% 줄었다. 수주금액도 13.6% 감소한 10억8000만달러(약 1조2189억원)에 그쳤다. 중형 조선수주액이 국내 신조선 수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로 2006년(10.0%)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중 국내 중형 조선사 수주한 일감으로는 중대형 탱커 4척, 피더(소형) 컨테이너선 1척, 여객선 2척 등 비교적 다양한 선종에 걸쳐 16.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가 지난해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수주량 세계 1위를 탈환한 것과 대비되는 성적이다.

중형 조선사들은 생존에 필요한 수주를 위해 RG 발급 등 금융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RG는 선주가 선박 건조 계약 때 조선사에 준 선수금을 금융사가 지급 보증하는 것으로 RG 발급이 안 되면 선박 수주 계약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부는 금융기관이 중형 조선사에 RG를 발급할 때 정책금융기관이 보증하는 RG 보증 지원액을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확대했으나 시장 전망을 감안할 때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한국 조선업 생태계를 위해서도 중형 조선소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빅3 중심으로 조선산업이 재편되는 것은 한국 조선산업의 선종 다양화나 사내하청 확대라는 고용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형조선업체의 회생은 한국 조선업의 산업생태계 회복으로 필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에 의견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형 조선사가 주로 건조해온 벌크선과 유조선 등의 범용선박이 세계 선박 시장에서 70~80%를 차지한다. 이 사장을 놓치면 기자재 업체들이 성장하는 기반이 좁아지고 이는 곧 대형 조선사도 경쟁력 있는 선박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올해는 탱커 선종 중 중형 조선사가 강점이 있는 MR(미들레인지 석유운반선) 탱커의 강세가 예상되지만 해당 선박을 만들 수 있는 조선사가 별로 남아있지 않다. 업황이 회복돼도 한국 중형 조선사에게는 남의 일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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