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포스트
주요뉴스
중흥하는 조선업 개편의 신호탄 ‘조선통합법인’에 기대한다
중흥하는 조선업 개편의 신호탄 ‘조선통합법인’에 기대한다
  • 박재홍 기자
  • 승인 2019.02.11 1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재홍 기자

대양을 항해하는 선박 형태가 범선에서 증기선으로 바뀌면서 영국은 19세기 중반부터 조선 산업을 주도하고 세계 선박 시장의 80%를 점유했다. 

세계2차대전 이후에 정교한 기술을 앞세운 서유럽이 조선업을 주도했으나 오래지 않아 일본에게 주도권을 내줬고 1960년대 일본은 세계 선박시장의 50%를 점유했다. 그 뒤를 이어 1990년대부터 한국 조선업이 일본을 추격하기 시작해 2000년대에 이르러 급기야 한국이 세계 1위 조선강국이 됐다.

이 같은 조선업 변천사의 중심에 있었던 도시들이 있었으니 영국의 글래스고(Glasgow)의 고반(Govan), 스웨덴의 말뫼(Malmö), 그리고 한국의 울산과 마산·통영 등이다.

영국 조선업의 본거지였던 영국 글래스고(Glasgow)의 고반(Govan)은 조선업 경쟁력 저하로 일감이 줄자 노동 분쟁이 크게 반발했던 곳이다. 이곳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축구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그는 가난한 노동자의 집안에서 태어나 학업과 견습공을 병행하며 17세부터 프로리그에서 뛰면서 득점왕을 차지했고 33세부터 감독직을 맡아 우승과 거리가 먼 변방의 팀들을 최고 성적으로 이끌어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을 떡잎 때부터 발굴해 스타급으로 키우고 스타급 기존 선수를 영입해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용병술을 발휘해 10여년간 우승 한번 하지 못하던 ‘늙은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를 우승시켰다. 

그는 맨유 감독 시절 26시즌을 보내면서 13번의 잉글랜드 리그 우승을 이끌어냈고 영국인들은 노동자 출신인 퍼거슨감독을 영국노동자의 상징적 인물로 생각한다.

영국에 이어 조선 산업을 이어 받은 스웨덴의 말뫼시는 유럽 조선업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이곳의 조선업체 코컴스(Kockums)사는 높이 128미터·폭 165미터·자체중량 7천560, 1,500톤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골리앗 크레인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 등에 밀려 경쟁력이 점차 쇠퇴하던 스웨덴의 조선업은 자랑거리였던 골리앗 크레인을 2002년에 현대중공업에 단 1달러에 팔았다. 

해체, 운송 및 재설치 비용이 220억에 달해 형식상으로 1달러로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지만 이 때 말뫼(Malmö)시의 시민들이 골리앗 크레인을 떠나보내며 애통한 눈물을 흘렸다고 해서 한국에는 ‘말뫼(Malmö)의 눈물’로 소개된 바가 있다.(그러나, 이는 당시 이 장면을 보도한 한국 기자의 과장된 면이 있다는 말도 있다)

한국 울산의 현대중공업은 말뫼(Malmö)에서 세계 최대의 골리앗 크레인을 도입한지 15년만에 일감 부족으로 작년 8월부터 가동을 정지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한국이 수많은 유럽의 조선사를 파산으로 몰아갔듯이 이젠 중국이 한국 조선을 위협하고 있다. 말뫼(Malmö)의 눈물이 울산의 눈물이 될 수 있다”고 적었다.

창원의 성동조선소는 제작 당시 270억을 들였던 골리앗 크레인을 루마니아에 30억도 안되는 헐값에 매각했으며 중소 조선사의 크레인 매각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말뫼(Malmö)의 눈물’이 조선업의 메카인 한국에서 재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성동조선 마산조선소 터(12만726㎡)는 크레인 해체에 앞서 23개 필지로 조각조각 분할됐고 2015년 7월 법원 경매에서 1천150억원에 팔렸다.

세월이 흘러 흘러 ‘말뫼(Malmö)의 눈물’이었던 그 곳 말뫼(Malmö)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말뫼는 조선업 붕괴 이후 현재 친환경 생태 도시재생을 통해 조선업 활황일 때보다 인구가 40만 명이 더 증가했고 인구 절반이 35세 미만인 젊은 도시로 환골탈태 했다고 한다. 

도시재생사업인 친환경에너지 프로젝트 ‘City of Tomorrow’과 새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 인큐베이터 ‘Media Evolution City’를 계획해 스타트업을 위한 창조적 공간으로 바꾸는 등 지식기반 산업을 도시 성장 동력으로 삼아 공업 도시에서 친환경 생태 국제도시로 탈바꿈했다.

최근 보호무역주의를 노골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미국의 러스트벨트 대표적 도시인 디트로이트시(Detroit)는 트럼프대통령의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 구현된 곳이다. 

몇 해 전까지도 자동차산업 피폐로 과거 영광 속의 도시였으나 최근 인구와 지역 국내총생산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제조업이 한창인 1950년대 인구가 180만명으로 최고조에 달한 후 내리막을 걷다가 2016년 바닥을 찍고 2017년 기준 67만3104명으로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디트로이트 지역 국내총생산(GDP)도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바닥을 찍고 2009년 1860억 달러에서 2017년 2600억 달러까지 올랐다. 미국 경제분석청 자료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의 GDP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2.1% 성장했다. 미국 평균 성장률 1.5%를 웃도는 수치다.

조선 불황의 그늘이 짙은 우리나라의 통영시도 말뫼의 혁신사례를 본보기로 삼고 지난해 12월 총사업비 5,421억원을 들여 2023년까지 폐조선소 부지를 활용한 역사·문화와 자연환경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지역 경제 침체를 타개해보려는 고민의 산출물인 것이다.

지난 1월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하고 새로운 조선통합법인을 만들어 세계 제1위의 매머드급 조선사를 출범하기로 산업은행과 MOU를 체결했다. 

지난 수년간 대우조선해양이 경영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LNG선박 및 특수선 건조 특화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제기됐고 역대 정권의 관치 금융에 따른 잡음과 경영 비효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많은 논란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지만 국내 조선업 개편의 신호탄인 조선통합법인에 필자는 많은 기대를 걸고자 한다. 고반 출신 퍼거슨 감독이 떡잎 무렵 어린 선수를 스타플레이어로 키우듯이 통합조선법인은 그동안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었던 국내 조선업의 엔지니어링 전문 역량 확보를 위해 힘써야 한다. 

또한 스타플레이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였던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처럼 모처럼 맞이한 LNG선박 최대 수주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국내 조선업 개편의 최적의 타이밍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말뫼(Malmö)의 눈물’을 딛고 일어선 말뫼(Malmö)처럼 통영 지역도 성공적인 도시재생사업으로 지역사회 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우리 울산 지역에도 트럼프대통령의 슬로건에 힘입은 디트로이트처럼 “No.1 Korea, Great Again”이 힘차게 울려 퍼지기길 우리 모두 염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