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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윤석 대한전선 사장, 경영권 포기
설윤석 대한전선 사장, 경영권 포기
  • 김규철 기자
  • 승인 2013.10.14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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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설립돼 지난 58년 동안 ‘고 설경동 창업주-고 설원량 회장-설윤석 사장’으로 3대째 이어오던 설씨 가문의 대한전선 경영이 막을 내렸다.

설윤석 전 대한전선 사장이 대한전선 경영권을 포기하고 물러났기 때문이다.

대한전선은 “(설 전 사장이) 회사를 살리고 주주의 이익과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스스로 경영권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한때 재계 5위권을 유지할 만큼 잘나가던 대한전선.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설윤석 전 사장은 아버지인 설원량 회장이 뇌출혈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해인 2004년에 부랴부랴 유학의 길을 접고 한국으로 귀국, 대한전선에 입사했다.

만 23세이던 설 전 사장은 대한전선 전무, 부사장 등을 거쳐 2010년 오너 부회장의 자리에 올랐다. 이때 1300억 원이란 사상 최대 규모의 상속세를 납부해 재계에 모범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설 전 사장의 길은 고난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다. 미처 후계자 교육을 받지 못한 데다 준비마저 안 됐었기 때문이다. 입사 후 내내 고행길을 걷던 설 전 사장은 결국 입지를 굳히지 못하고 회사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설윤석 전 사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쉽게 하기 위해서라고 전해졌다.

출자전환이 이뤄진다면 연말 우려되던 대한전선의 자본잠식 상태를 피하고 회사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설 전 사장의 자진 퇴진에는 채권단의 입김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니나 다를까. 설 전 사장의 퇴진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채권단은 대한전선이 안고 있는 대한전선 부채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출자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30일 현재 대한전선의 부채 비율은 무려 8328.64%. 지난해 말 1039.71%에서 불과 6개월 만에 7배가량 급증했다. 이대로 가면 연말 자본잠식과 상장폐지가 불 보듯 빤한 일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출자전환만이 살 길인데 오너가 앉아 있는 상태에서 진행하면 오너에게 좋은 일만 하는 셈”이라며 “결국 오너가 없어져야 채권단의 출자전환도 용이하고 회사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2004년 대한전선에 입사한 설 전 사장은 2010년 오너 부회장이 될 때가지 6년 동안 경영수업은 받은 셈이지만 회사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1955년 설립 이후 전선업계 1위 자리를 지키며 53년간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던 대한전선은 설원량 회장이 갑작스레 떠난 후 급격히 변화했고 쇠퇴했다. 무분별한 사세 확장과 투자가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오늘날 대한전선의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은 임종욱 전 부회장이다.

회장비서실장이었던 임 전 부회장은 2002년 대한전선 대표이사에 오른 후 그해 무주리조트 인수를 시작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더욱이 2004년 설 전 회장이 타계하자 무주리조트를 시작으로 쌍방울, 명지건설, 남광토건, 온세텔레콤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단기간에 그룹의 사업 분야를 레저, 부동산 개발, 건설 등으로 확장했다.

임 전 부회장의 이 같은 무분별한 확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다. 따라서 2009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대한전선은 본격적인 위기를 맞아 흑자행진이 멈춰지고 차입금이 2조 5000억 원에 달하게 된다.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것도 이 해다.

자산 매각 및 구조조정 등 회사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됐고 턱없이 낮은 가격에 매물을 팔아 위기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부채비율은 오히려 높아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됐다.

2010년 회사가 최악의 상황이었을 때 부회장에 오른 설 전 사장은 임 전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망쳐놓은 회사를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채권단이나 기존 경영진 등쌀에 설 전 사장이 본인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고 대한전선 관계자는 전했다.

임 전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횡령 배임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대한전선 주변의 전언에 따르면 임 전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에도 대한전선 경영진에 가려져 설 전 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설 전 사장은 2010년 최연소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지만 지난해 2월 ‘직급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사장으로 내려온 바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 설 전 사장의 재기를 전망하는 사람도 있으나 재계로 복귀한다 하더라도 대한전선을 다시 지배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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