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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사건' 주범 김원홍은 누구인가
'SK 사건' 주범 김원홍은 누구인가
  • 장휘경 기자
  • 승인 2013.09.27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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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최태원(53) 회장 형제의 횡령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김원홍(52) 전 SK해운 고문은 누구일까? 현재 대만에 도피해 있는 그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에 대해 SK그룹은 전혀 나타내는 바가 없고 업계에서 그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SK그룹 수사가 시작되던 지난 2011년 초 중국으로 해외 도피한 김씨는 지난 7월 31일 대만 현지에서 최재원(50) SK그룹 부회장과 함께 있다가 붙잡혔다. SK측은 아마도 최재원 부회장은 최근까지도 김원홍에게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거란 미련 때문에 그를 만나러 대만에 갔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최 회장 형제의 1심 단계에서는 거의 부각되지 않았었다. 최태원 회장이 김씨와의 관계를 숨기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소심 단계에서 횡령 사건을 기획한 주범으로 김원홍 씨가 지목되자 최태원 회장은 법정에서 “김씨와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 부끄러워 이제야 진실을 말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최 회장이 관계를 숨기려고 했던 그는 어떤 인물일까.

 

■ 투자금 불려준 ‘무속인’

그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유명한 ‘무속인’이었다. 특정 날짜의 주가를 정확히 맞춘다는 소문으로 인해 그를 찾는 사람은 상당히 많았다.

글로웍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구속됐던 김준홍(47)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의 보석 날짜를 맞춘 적도 있다고 한다.

1999년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을 통해 김씨를 알게 된 최 회장은 법정에서 "김씨는 나의 ‘경영 멘토’였다"고 소개하며 “김씨가 주가·환율, 미 연준 이자율에 정통해 덕분에 나도 열린 시야로 경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김씨에게 투자하면 투자한 금액을 3~4배로 불려왔다"며 "당시 김씨의 투자 수완에 반했었다"고 털어놨다.

SK그룹 고위 간부 사이에서 김씨의 별명은 ‘묻지마 회장님’이었다. 지시하면 이유를 묻지도 말고 바로 이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최 회장은 자신보다 한 살 어린 김씨에게 깍듯이 존대말을 썼을 정도로 김씨를 집안 웃어른처럼 받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씨는 2005년부터 선물·옵션 투자금 6000억원을 받고 2008년 중순에도 최 회장에게 1000억원을 더 받아갔지만 지금까지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지 않았다. 2008년 10월에는 최 회장 형제와 김원홍, 김준홍씨가 얽힌 450억 횡령사건이 발생하게 만들었다.

한편 경북 경주 출신인 김씨는 어려서부터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증권사 영업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분당에 살면서 롤스로이스를 굴리고 다녔다.

그는 한때 최 회장으로부터 투자금을 연달아 받아가면서 “SK 그룹은 사실상 내꺼다. 내손으로 움직인다”고 떠들며 다녔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 상하이로 도피…여전히 거물급 행세

김씨는 검찰이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려 하자 돌연 중국 상하이로 도피했다.

그리고는 상하이 푸둥(浦東)지구에서 조용히 은둔해있다가 한국에 남아 있던 자식과 비서진을 모두 중국으로 데리고 갔다. 평소 거물처럼 행세해온 김씨는 비서들이 5~6명씩이나 된다고 한다. 모두 중국으로 데리고 간 것을 미루어 볼 때 한국에 상당 기간 들어오지 않을 심산이다.

이후 대만으로 거취를 옮긴 김원홍은 한국에서 살 때도 평소 1년에 절반 정도를 중국에서 지냈기 때문에 중국 생활에 익숙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씨는 대만에서도 여전히 상당한 거물인 양 행세하며 다닌다고 한다. 비싼 차타고 비서들을 죽 거느리고 다니는 모습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다보니 대만에서도 소문이 나 대만 당국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 최 회장 돈으로 ‘보험깡’ 벌여

김씨는 최 회장에게 받아낸 돈으로 속칭 ‘보험깡’으로 돈을 불렸다. 보험설계사 자격이 있는 김씨는 거액의 보험에 가입하고 설계사 몫으로 돌아오는 수당을 미리 한꺼번에 챙긴 후 일정 시점이 지나면 보험을 해약하는 등의 수법으로 자금을 융통했다.

김씨의 한 지인은 “2008년 가을엔 김씨가 매달 내야할 보험료가 100억원에 달했다”며 “최 회장이 자금을 끊어 보험료가 연체될 위기에 놓이자 김준홍씨와 짜고 SK계열사 자금을 송금받았다”고 주장했다.

최태원 회장은 작년 6월 이후에서야 비로소 김원홍이 사기를 친 것임을 인지하게 됐다.

김씨는 최 회장이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독촉하면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며 자신이 운영한 투자금 실적과 거액의 통장을 보여주면서 최 회장을 안심시켰다.

결국 최 회장은 실제 SK그룹의 지주회사와 다름없는 SK C&C 지분을 제외한 전 재산을 김씨에게 투자하고 돌려받지 못했다.

최 회장은 법정에서 “스스로도 (김원홍에게)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 신앙생활을 시작했다”며 “제가 뭐에 홀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김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 김씨, 대만에서 허위고소로 국내송환 저지

현지 관계자는 “김씨가 한국에 가면 100% 구속될 것이라고 생각해 귀국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현지에서 저명한 여성 변호사를 선임하고 현지인을 동원해 허위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김원홍 전 고문은 이번 사건을 기획·연출·실행한 주체인데, 제대로 된 수사나 법정 증언도 없이 사건이 마무리된다면 실체적 진실 규명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당장 내일 들어온다고 해도 (김씨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씨의 증언을 대신할 수 있는 녹취록을 이미 증거로 채택했고 최태원 회장의 구속 시한이 이달 30일 종료돼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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